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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9. 2017

04. 철학시험, 재기발랄한 답안들

<1교시 철학수업>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의
재기발랄한 답안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백설 공주에서 일곱 난쟁이가 부른 노래처럼 “요구하는 게 적을수록 행복하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많은 걸 지불해야 할 만큼 상황이 복잡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차라리 불행하게 사는 게 더 낫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폭력, 살인, 학살, 극형 등…… 악랄한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해야 하는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 이 4시간 동안 행복을 위해서 나는 지하철 파업 때 전력을 다해서 시험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면 나는 노조나 파리 지하철국 회장의 선언을 인용하여 답안을 서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언들은 철학시험 답안으로 쓰기에는 주제와 맞지 않아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사실 지극히 단순하다. 좋은 소파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축구 경기를 감상하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의 목적은 행복추구다. 하지만 우리가 불행하길 바라는 존재들(국가, 부모, 교사, 지하철국……)이 있다.


일이 적을수록 행복한가?
일이 적을수록 더 즐거워지는 건 분명하다. 6월 한 달 내내 복습만 하다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UEFA)를 보지 못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우리는 일하면서 무엇을 얻었나?
반바지를 입고 축구공을 쫓아다니는 프로선수들은 1년에 2천만 유로를 번다. 우리는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가? 실업자가 갈수록 늘어날 때도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자유롭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까?
즐거운 사람은 자유로운 법이다. 내 상황을 예로 든다면 행복은 바로 이 바칼로레아 시험을 빨리 다 보는 것이다.


일은 우리의 바람을 실현해줄 수 있는가?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앞으로 어떤 일에 종사하면 2주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될 테니, 나는 아마 시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내 성격상 성공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데카르트의 저서를 끊임없이 인쇄하고 있다는 걸 만약 데카르트가 안다면 분명 무덤에서 일어나 인세를 요구할 것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자유로운 것인가?
나는 등산과 도넛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의사가 단것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더라도 나는 원하는 걸 먹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는 감정이라는 무지개 앞에서 조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가? 이는 기술적으로,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유는 반드시 평등을 저해하고 평등은 자유의 구속이다.


예술은 우리의 감각을 교육하는가?
구체적인 작품의 예를 들자면 포르노가 사물에 대한 나의 감각을 완전히 바꿨다는 건 분명 인정한다.


일이 적을수록 삶의 질이 좋아지는가?
즐거운 노동자는 일을 여가로 여긴다. 만약 그렇다면 고용주는 왜 그에게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가?
마르크스는 철학가다. 그는 많은 노동자와 관련된 책을 썼다. 하지만 그는 노동을 한 적이 없다.


나는 내 과거가 만든 것인가?
나는 나 자신이 나귀 같다는 걸 안다. 나는 분수를 알기 때문에 성공하려고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도구로서의 언어를 논하라.
언어는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말을 과장되게 하는 것처럼 적어도 공기를 순환시킨다.
객관적으로 나는 칸트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이 논거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칸트의 작품에서 인용한 것이다. 내가 분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


법률은 필요한가요?
만약 법률이 없다면 모두가 차를 운전할 때 절제할 자유가 생긴다.
만약 우리가 법률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무정부 상태가 된다. 모두가 서로 먹고 먹히게 된다.


욕망의 본질은 끝이 없는 것인가?
젊은 여자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영화를 볼 때 그녀는 ‘욕망은 끝이 없다’는 말에 찬성할 것이다.
욕망은 때로는 음란한 느낌이다. 우리가 극도로 타락한 사람이 되게 만든다.
애플사가 계속 아이폰을 생산하기만 한다면 욕망은 끝이 없을 것이다.


일은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
일이 우리의 잠재력을 북돋지 못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반에 어떤 친구는 불성실하다. 하지만 그들은 바칼로레아 증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블레즈 파스칼은 사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펜으로 저서 《팡세》를 썼다.


언어는 도구인가?
확실하다. 우리는 때론 언어를 도구로 사용해 목적을 달성한다. 나도 지금 언어를 사용해 당신에게 나를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다. 나는 높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다양한 신체언어는 생존의 도구다.
언어는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녹슬고 피로해진다.


예술은 우리의 감각을 교육하는가?
때로는 감각을 잊어버려야 가장 좋은 작품을 보게 된다.
키케로가 말했다.
“우연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의 의미는 내가 어떻게 쓰던 간에 내 점수의 어떤 부분은 우연적인 거라는 얘기다. 그래도 내가 계속 써 내려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자아에 대한 인식은 타인의 인지를 전제로 하는가?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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