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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2. 2017

08. '왜냐하면'으로 설득하라.

<후킹 토크>



사람들은 의외로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 수긍한다.

우리는 항상 스토리에 목말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스토리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지고 무엇이든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취한다. 특히 이 ‘왜냐하면’을 듣고 나면 그 다음엔 무엇이든 우리가 좋아하는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과 호기심이 동시에 온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 않아도 뭔가 충족된 것 같은 착각이 자동으로 생긴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도파민 같은 일종의 쾌락 호르몬까지 방출한다고 한다. 이렇게 ‘왜냐하면’의 힘은 생각보다 굉장하다. 왜냐하면 머리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니까.



사람들은 ‘왜냐하면’이라는 말 다음에 이어지는 그 어떤 이유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관대한 본능이 있다. 한마디로 ‘왜냐하면’이라는 말 다음엔 무엇이 됐든 뭔가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서둘러 추측해 버리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왜냐하면~”이라고 말을 함과 동시에 나의 머리에는 ‘머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군’이라고 동시에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왜냐하면’을 들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Ellen Langer, 1947~)의 유명한 실험이다. 복사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중간쯤에 가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다가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1)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5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먼저 복사기를 사용하면 안 될까요?
2)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5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먼저 복사기를 사용하면 안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지금 굉장히 바쁜 일이 있어서요.
3)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5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먼저 복사기를 사용하면 안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꼭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

첫 번째의 양보율은 60%, 두 번째는 94%였다. 그리고 한 번 더 세 번째 실험을 해봤는데, 양보율은 93%였다. 말도 안 되는 이유인 데도 양보를 이끌어 낸 것을 보면 ‘왜냐하면’이라는 말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랭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형식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내용에는 주목하지 않는 것이고 내용보다 형식을 우선시하는 태도는 우리에게 너무도 깊이 뿌리박혀 있다.”

이제 “널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넌 내 여자니까!”가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이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생각해 보자.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엄마와 아이의 대화는 ‘왜?’로부터 시작해 ‘왜냐하면’의 형식이다. 이미 나 스스로 교육하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을 자주 쓰지는 말되 효과적으로 사용하자.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도 우리는 고개를 수시로 끄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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