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법>
성적・입시 위주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하지만, 부모와 교사에게는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교사의 경우 아이를 열심히 가르쳐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내 교육 방법이 틀렸나?’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부모는 아이 성적에 집중하면 할수록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내가 우리 애한테 더 비싼 교육을 했다면 더 좋은 대학에 갔을 텐데’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을 했다면 우리 애가 의사가 됐을 텐데’라는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죄책감은 열등감으로 이어진다. ‘저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는데 나는 왜 못 키울까?’ 하는 열등감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모습을 보면 이런 부모들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부모가 못나서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는 열등감과 죄책감이 어우러져 비정상적인 교육 지옥으로 우리 아이들을 몰아넣고 있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공허감을 채우려 한다. 아이를 자기 뜻대로 키우려 애를 쓰지만, 아이는 부모의 노력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부모는 부모 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하지만, 누구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의 목적과 방향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부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예도 많다. 부모 자신이 평생 자기에 대해 고민해본 적도 없고 깨달아본 적도 없이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가고 결혼해 아이를 낳았으니, 이제야 부랴부랴 책을 읽고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상황이다.
지금이나마 아이 때문에 독서를 시작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잘된 일이지만, 인문학적 준비가 없으므로 시류에 휩쓸려 흘러가기 쉽다. ‘내 아이만은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를 인간적으로 배려하고 아이를 위하는 교육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과도한 기대와 집착을 하게 만든다. “내가 못했으니까 너는 해야 해” “절대로 성적 떨어지면 안 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생물학적인 부모에 머물러 있을 뿐 진정한 사랑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에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아이가 모의고사 1등인데 어느 날 갑자기 대학에 안 가겠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아이의 의견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줄 수 있겠는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흥분하지 않고 물어볼 수 있겠는가?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엄마가 머리 싸매고 눕거나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지 않을까 싶다. 만약 당신도 이와 같다면 자녀를 진정 사랑한 것이 아니다. 자기 욕심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는 현재의 교육이 계속된다면 아이는 물론 부모와 교사도 병들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부모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엄마들은 늘 힘들어하고 짜증 내며 일상생활에 녹슬어 없어지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이고, 아빠들은 일의 노예가 되어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녀의 눈 한번 제대로 못 맞추는 삶을 산다. 이런 엄마·아빠가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해.”라고 하면 그 말이 먹히겠는가.
그래서 부모부터 사람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엄마·아빠가 바쁜 와중에도 예술을 접하려고 노력하고 꾸준히 책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사회가 아무가 각박하게 돌아가도 내 인생을 잘 지켜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부모의 삶의 방식이 자녀에게 그대로 유전되는 것이다. 교육은 자녀에게 교과서를 가르치고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 말하는 방식,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모습이 ‘교육’이다.
인문학 교육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다. 인문고전 속에는 인류의 역사가 담겨 있고 유구한 역사를 통해 터득한 삶의 지혜가 숨어 있다. 그리고 인문고전 저자들이 어떤 사색의 과정을 거쳐 지혜를 터득했는지도 그대로 녹아 있다. 인문학을 접하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의 삶에서도 획기적인 일이다. 부모와 교사를 통해 인류의 지혜가 아이들에게 전수될 때 인문학 교육의 효과는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