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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22. 2017

00. <고전 읽는 가족> 연재 예고

<고전 읽는 가족>

세상의 모든 지식에 도전하는 가족 학교 이야기



이상한 학교를 소개합니다.

우리 학교는 작은 학교다. 학생은 4명. 어른 학생 2명, 청소년 학생 2명. 아, 그리고 강아지 학생이 1명 더 있다. 아주 산만한 학생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친구다. 쉬는 시간에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오락 담당이다. 어른 학생들은 편의상 대외적으로 교사의 직함을 가졌지만 사실은 학생이다.

우리 학교는 선생님이 많다. 학생보다 훨씬 많다. 교사 1인당 학생수에서 세계 최고다. 대충 헤아려도 100명이 넘는다. 교사진도 최고다. 국내외 석학들이 즐비하다. 교사들 대부분 연륜이 깊다. 가장 나이 많은 교사는 2000세가 넘는다. 소크라테스와 공자 선생님이다.

우리 학교는 낡은 교과서를 쓴다. 책은 대부분 밋밋한 흑백이고 도표나 그림도 많지 않다. 수학은 유클리드가 쓴 『기하학 원론』으로 배운다. 사회는 루소의 『사회계약론』, 한문은 『논어』로 공부한다.

국어 공부로 『백범일지』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고, 영어로 『어린왕자』를 본다. 윤리와 사상은 플라톤의 『국가』로 공부한다. 6년의 시간. 또래 친구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는 동안 우리 청소년 학생들은 100권의 책을 치열하게 읽었다. 어느 삶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삶은 각자에게 주어진 길이니까. 하지만 다른 삶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우리 학교는 아침 8시에 수업을 시작한다. 가끔은 잠옷 차림에 머리를 산발한 채로 모일 때도 있다. 수업은 12시 30분에 끝난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점심식사가 늦어지기 일쑤지만 그래도 1시를 넘기지 않으려 애쓴다. 배고프니까. 오후는 각자의 공부와 일이다. 일하고 살림하는 어른 학생들은 밤 늦게까지 땀흘릴 때가 많다. 물론 최근에는 오전 수업을 안 하거나 최소한만 할 때도 있다. 바쁜 일이 있기도 하고, 몇 년의 세월이 쌓이면서 각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그냥 수업을 빼먹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늦잠을 자느라 어떤 날은 기분이 꿀꿀해서 파주 헤이리 마을에 가느라 빼먹는다. 때로 얼렁뚱땅 엉성한 날도 있지만 뭐 어떤가? 그것이 자유의 다른 얼굴인 것을.

우리는 그 어디에 있든 늘 학교에 있다. 등교하고 귀가하는 것이 아니다. 기숙사에 있는 거냐고? 천만에. 우리는 집에서 공부한다. 그럼 집이 학교냐고? 사실 그것도 아니다. 우리가, 학교다. 집이든 거리든 교실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학교다. 인생이 학교다.

너무 작아서 외롭겠다고?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매주 더 큰 학교를 연다. 각자 개성있게 살고 있지만 큰 뜻을 같이 하는 여러 친구들이 모여서 고전을 읽고 인생을 공부한다. 『맹자』를 원문으로 읽으며 씨름하기도 하고, 편을 나누어 역사 문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클래식 앙상블에 참여해서 공연을 하고 봉사도 한다. 큰 학교 속의 작은 학교, 러시아 인형 같은 우리는, 이상한 학교다.

중고등학교 6년이 지나듯이 우리 학교도 6년이 지났다. 우리는 졸업식이 없고, 또한 6년으로 공부가 끝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학이 청소년의 최종 목표라는 생각 따위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6년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어제를 알아야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이제 이 특별하고 이상한 학교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교사이며 학생으로 사는 한 사람이 모두를 대표하여 써내려간다.



저자 l 전병국

저자 전병국은 로고스 고전학교 대표
엔지니어로 살고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을 만들고 회사를 창업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모음과 나눔 기술이사, 라이코스 코리아 검색팀장을 거친 후에 검색과 데이터 분석을 자문하는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서울대학교, KAIST, 삼성, LG, 국정원 등 수백 개의 기관과 기업에서 강의를 하고 컨설팅을 했다. 세계지식포럼에 참여하고 전세계 한류 인기 변화를 빅데이터로 분석하기도 했다. 다양한 전문가와 청중들이 만나는 IT 컨퍼런스들을 열어서 지식 공유의 장을 만들었다. 

또한 인문학으로 살고 있다. 고전교육 아카데미 [로고스 고전학교]와 독서 공동체 [고전 읽는 가족]을 이끌고 있다. 청소년 가족들과 함께 인류의 스승들에게 배우고 있다. 유클리드에게 수학과 논리를 배우고, 공자에게 한학과 인생을, 소크라테스에게 철학과 죽음을, 예수에게 신학과 영원을, 윤동주에게 문학과 순수를 배우며 살아 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 공동체와 함께 진리실험의 길을 걷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하고 감수했다. 『구글 스토리』, 『구글을 지탱하는 기술』, 『DELET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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