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는 가족>
역사순으로 읽는 방식도 많이 활용된다. 역사순으로 역사와 함께 읽으면 장점이 많다. 책과 저자는 역사와 시대 상황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책을 더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논어』는 춘추전국시대의 맥락에서 읽지 않으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공부 타령집이 된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파리대왕』은 각각 산업혁명과 제 2차 세계대전의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역사순으로 읽는 또 하나의 장점은 발전과 변화를 따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제별 배치와 다른 관점에서 통찰을 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대 후기에서 현대로 넘어가면서 철학을 읽으면 헤겔과 키에르케고르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철학은 곧 철학사(哲學史)다. 이전 시대 생각을 비판하는 역사다. 헤겔의 주장을 듣고 키에르케고르의 비판을 들으면 관념론과 실존주의의 주장이 시대 상황과 맞물려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 수학도 역사를 따라 공부하면 간단한 숫자 계산을 끝낸 후에 기하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학이 철학과 짝을 이루면서 그렇게 발전하고 깊어졌기 때문이다. 과학이나 수학도 역사와 함께 하면 행간을 읽으며 색다르게 공부할 수 있다.
역사순으로 인문고전을 읽는 방식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 하나는 ‘위대한 책 읽기 프로그램(Great Books Program)’일 것이다. 교육자인 로버트 허친스와 모티머 애들러가 인문교육을 위해 1930년대에 시작한 것이다. 역사순으로 10년 동안 180권을 읽는 방식이다. 매년 고대에서 근대까지 돌아가면서 1년 단위로 18권씩 읽는다. 1년차에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시작해서 『공산당 선언』까지 읽고 2년차에 다시 고대로 돌아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시작하는 방식이다.
탁월한 프로그램이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역사순이기는 하지만 시대별 구분 지점과 기준이 고정적이지 않아서 역사 공부나 다른 활동과 체계적으로 엮어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서양 고전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의 고전 읽기 프로그램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다. 동양 고전, 우리 고전이 없다. 우리가 아무리 서양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도 서양 고전을 완전히 서양 사람처럼 느낄 수는 없다. 우리 정서와 역사가 배제된 독서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과 빈 자리를 두고 진행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