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의 언어>
1. 신뢰감은 두터운 장벽도 열게 한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고 말했다. 문 안쪽으로 달려 있는 손잡이는 안에 있는 사람만이 그 문을 열 수 있다. 그 문을 아무리 노크한들 안에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
신뢰라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많은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사회는 물론, 대·소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체에서 신뢰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관계의 기본이 될 만큼 크게 자리한다.
미국의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자기 신뢰가 성공하는 제1의 비결이라고 말했으며, 제롬 블래트너(Jerome Blattner)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자는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언젠가 TV 다큐프로그램에서 세 마리의 사냥개가 멧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을 보았다.
자기의 몸보다 훨씬 크고 거대한 동물에게 주저 없이 달려들어 사냥하는 과정에서 다치고 찢긴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서 참 대단하게 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냥개 뒤로는 사냥개가 충성하는 주인이 멧돼지를 향해 사냥용 총대를 겨누고 있었다. 그는 곧 쓰러져 있는 멧돼지 곁으로 다가가 포획했으며 다친 사냥개를 끌어안고 정성껏 치료를 해주었다.
물론 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그 또한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식용견에 대한 사연을 다룰 때 보면 식용견들이 주인은 물론 사람들을 경계하며 울부짖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식용견으로 사육되고 있던 개들은 부모 형제나 친구들이 사람에 의해 처참히 죽어 나가는 광경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을 것이다. 그런 개들에게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두렵고 공포스러운 대상일 뿐이다. 그런 사람을 보고 이 아이들이 꼬리를 치고 반겨줄 리 없다. 같은 동물이라도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사람과 주인에 대한 신뢰감의 유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사람들의 관계는 어떨까. 자신을 무참히 해하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감정에 따라 신뢰감의 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건강하고 진실된 신뢰감 형성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서로에게 큰 유익이 되며, 상생효과를 주는 밀알이 된다.
2. 침묵의 힘
침묵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중 그 효력이 가장 강하다.
침묵 속에 들어 있는 언어는 사람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으며 그 뜻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만큼의 한 사람의 감정과 언어가 들어 있다. 침묵의 의미는 시공간을 초월한 울림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에 진한 감흥을 준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달리는 야생마처럼 매 순간 자신을 드러내고자 너무 쉽게 빨리 말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도태되거나 뒤로 밀려나 존재감이 상실될까 봐 두려운 감정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런 자세는 역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스스로 가벼운 존재로 들어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때로는 침묵해야 한다. 시기에 맞는 침묵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지 못하고 분별없이 나섰다가는 자신의 가치만 낮아질 뿐이다. 섣불리 나서는 사람의 발자취에는 ‘후회’와 ‘실수’의 흔적이 많아질 뿐이다.
침묵을 금으로 여기는 사람은 가볍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고 신뢰하며 일부러 찾고 싶은 마음마저도 들게 하는 위력을 갖게 된다.
<후흑학>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하나의 입과 두 개의 귀를 준 이유가 귀의 역할이 입의 역할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과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침묵은 가장 강력한 언어이다. 때로는 날카로운 창이 되기도 한다. 침묵을 지키는 사람은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음으로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줄 수도 있다.
19세기 영국의 정치가 찰스 드빌 훈작사도 자신의 아들에게 “남보다 똑똑해야 한다. 하지만 네가 더 똑똑하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리지 마라”고 조언했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침묵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FBI요원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한 가지 법칙이 바로 ‘말보다 행동으로’이다. 이것이 바로 이들의 생존 법칙인 것이다.
말이 앞서는 사람들은 결국 후회와 자의식의 패배가 쌓여간다. 이들은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매번 자신의 경거망동을 들키지 않으려고 몸을 뒤로 뺀다.
그러나 행동하는 사람들은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며 행동이 먼저고 말이 그 뒤를 따른다. 사람들은 결국 말이 적은 사람을 신뢰하기 마련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잠시 멈춰 한 템포만 쉬어가자. 말에 있어 날카로운 가시를 골라내기 위해 잠시 멈추는 것도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