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의 언어>
나는 개인적으로 말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가까운 지인들일지라도 대화가 아닌 수다가 있는 자리는 그다지 합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약간은 까칠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대화와 수다는 질적으로 다르다. 대화는 상대와 마주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것이고 수다는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것이다. 대화가 마주한 사람끼리 한두 가지 주제를 놓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면 수다는 일방적으로 밖으로 쏟아내어 버려지는 것이라 보면 된다.
1. 가치 있는 말
말을 못해 한이 맺힌 사람들은 꽤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쉴 새 없이 주제를 바꿔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정말 입담이 그럴듯하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 중에도 이런 사람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내가 아는 한 남자는 술만 거하게 들어가면 쉴 새 없이 말을 토해낸다. 가만히 들어보면 꼭 주정만은 아니다. 평소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쏟아내어 자신의 감정을 풀어 놓는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귀담아들어 줄 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쉬지 않고 쏟아내는 말들은 결국 단단한 벽에 부딪혀 산산이 깨져 버린 채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말이 술술 나오는 남자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개 입담이 좋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기회만 주어지면 말을 쉬지 않고 쏟아내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참 외로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 여기 있소, 나 좀 돌아봐 주시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강사지만 평소에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무대에만 서면 평소와는 다른 나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는 사람들도 많다.
어릴 적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 주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에게 대화를 요청하고 내게 무슨 말이든 쉽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들의 말을 들어줌으로써 정보나 지식을 얻는 것이 재미있었다. 은근히 누군가가 나에게 무엇인가를 털어놓고 고민을 상담해 오기를 기다릴 정도였다. 내가 심리학과 철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 때부터였다.
그 때부터 한번 들어온 정보들을 추리고 정리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은 내가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말은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상대는 신이 나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간혹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까지 몽땅 털어놓기도 한다.
어떤 대화도 10분 이상 지속되면 대개 그릇된 길로 빠지기 쉽다. 말하고 싶은가? 가능하면 화제가 될 가치가 있는 말을 하라. 해도 될 말과 하면 안 될 말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경솔함은 후회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사적인 일들은 반드시 사람을 가려서 해야 한다. 맞장구치고 선동하는 말들에 휘말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말들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당신이 리더의 자리에 있거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다면 더욱 말을 삼가야 할 것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완벽한 사람도 없다. 대화와 수다를 구별하여 지혜롭게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중요함을 기억하기 바란다.
2. 거짓말도 습관이다.
세상은 진실을 가장한 거짓투성이일 수도 있으며, 사실을 합리화한 진실일 수도 있다.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악의의 거짓말보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많이 한다. 어찌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tvN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거짓말’과 관련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정재승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아주 유리한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고 말했다.
거짓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을 능멸하기 위한 의도이거나 고의적인 거짓말은 다르다. 누군가에게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일에도 거짓을 사용한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이득을 취할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또한 경계해야 할 거짓말 중의 하나이다.
때로는 좋지 못한 의도로 시작된 거짓말이 큰 성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거짓말이 무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거짓’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상적으로 거짓말에 익숙한 사람은 그 거짓의 힘을 이용해 듣는 이에게 확신을 준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런 사람은 거짓말을 이용해 달콤한 결실을 얻어냈을 것이다. 그 달콤한 맛에 취해 거짓말에 중독된 사람으로 조금씩 변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기도 모르게 ‘입만 열면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거짓말은 언젠간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또 거짓말이군’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상대가 뻔히 아는 거짓을 말하는, 불행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을 너무 믿는 것도 믿지 못하는 것도 좋지 않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진위를 가릴 만한 분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