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그림 육아>
데칼코마니
데칼코마니는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물감의 향연을 보여주는 아주 간단한 미술 활동이다. 데칼코마니라고 하면 대학원 시절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쳤던 경험이 떠오른다. 수업 첫날, 아이의 발달 상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멋모르고 5세 아이들에게 덜컥 물감을 쥐여주었다. 결국 데칼코마니다운 데칼코마니도 하지 못한 채 물감 범벅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신나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다.
아이와의 미술 놀이에는 엄마의 지도가 필요한 활동들이 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재료를 먹거나 쏟는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히 엄마의 주의가 필요하다. 데칼코마니의 경우 아이들에게 직접 물감을 쥐여주면 한 번에 물감을 모두 짜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물감을 짜며 형태를 만드는 것이 좋다.
먼저 흰 도화지를 네다섯 장 준비해서 반으로 접은 다음 한쪽 면에만 물감을 짠다. 이때 형태보다는 색감에 신경을 쓰면 더욱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물감을 이용한 데칼코마니는 물감이 뭉개지기 때문에 나비 정도 외에는 또렷한 형태를 얻기가 힘들다. 따라서 어울리는 색들이나 보색을 활용하여 아름다운 색의 어우러짐에 무게를 두는 편이 좋다.
네 장의 도화지를 접어놓고 대략 어떻게 물감을 짜 넣을지 고민했다. 한 장에는 푸른색 계열, 또 한 장에는 붉은색 계열, 나머지 두 장에는 여러 색을 자유롭게 짜 넣기로 했다. 푸른색과 붉은색은 아이가 확인할 수 있도록 나비의 형태를 만들었다.
아이의 손에 물감을 쥐여주고 한쪽 면에 물감을 짰다. 아이가 만지려고 하는 바람에 물감이 번지기는 했지만 접었다 펼친 도화지에는 아름다운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이게 뭐야?”라는 엄마의 질문에 아이는 바로 “나비!”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난색 계열의 나비를 만든 후에 한색 계열의 나비를 만들었다. 판이하게 다른 계열이지만 서로의 색이 조화롭게 혼합되는 모습이 아이의 미감 발달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
두 가지 나비 데칼코마니를 완성한 다음에는 좀 더 자유로운 미술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저기에 물감을 짰다. 이번에는 아이가 좀 더 능동적으로 물감을 가지고 놀게 했다.
지나치게 많이 짜면 여백이 없어지고 예쁜 형태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물감을 짜고 나서 멈추는 것이 좋다. 종이를 반으로 접으며 아이와 함께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아이도 즐겁게 따라 했다.
이번에는 아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가 만들어졌다. 다음에도 그랬다. 뭔가 더욱 특별한 것을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시간 정도 종이를 말린 다음 데칼코마니 위에 드로잉을 했다. 연상되는 이미지로 드로잉을 넣었더니 물감의 흔적은 새로운 형태로 태어났다.
완성된 데칼코마니 작품들을 보고 아이는 연상되는 단어를 말했다. 사실 작품으로 아이에게 단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물감의 흔적에서 드러나는 즉흥적이고 회화적인 맛이 아이에게 아름다움으로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데칼코마니 놀이는 자연스럽게 색채와 현상의 아름다움, 재료의 물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간단하고 다채로운 미술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