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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8. 2018

03. 스타트업에 내가 맞을까?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창업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커리어로 선택할 수도 있다. 창업자들보다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은 자명하다.

본인이 스타트업에 맞는지 알아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가 사회 전반적으로 높지 않기에 스타트업의 업무를 상상하거나 남들의 경험을 듣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 성공이 비정형적이듯이 스타트업마다 업무 방식이나 문화 차이도 상당하다. 또한 창업을 결심했더라도, 창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학생에게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해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다. 방학 기간의 짧은 인턴 생활도 괜찮지만, 스타트업 업무 경험뿐 아니라 실제로 뭔가 얻기 위해서는 최소 반년 이상의 인턴을 추천한다. 그러면 인턴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대기업 인턴은 복사만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업무는 넘치고 사람은 모자라기 때문에 스타트업 인턴도 현업을 하게 되고, 인턴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돕게 된다. 이런 이유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실질적 도움이 된다.

첫째, 실무 역량을 쌓게 된다. 동아리나 학회 활동으로는 실무 역량이 별로 늘지 않는다. 업무 역량을 늘리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업무를 해보는 것인데, 스타트업에서는 인턴에게도 업무를 준다. 둘째,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인턴을 도와주는 멘토나 사수와의 인간관계뿐 아니라, 스타트업은 보통 인원 규모가 작기에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다. 이를 통해서 업계 내에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맥들을 넓혀갈 수도 있다.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이니 수많은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없어질 텐데, 어떻게 골라야 할까?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스타트업에 대해서 잘 모르니 좋은 회사를 고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엔젤 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지원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경험이 많은 엔젤 투자자들이나 벤처캐피털들은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을 봤을 텐데, 이들이 검토하고 투자한 스타트업이라면 일단 한 번은 전문가의 눈으로 걸러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리스트는 여러 매체, 특히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서 공개되는 경우가 많기에조금만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업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는 측면에서도 10명 이하의 창업 직후 스타트업보다는 다소 성장한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데, 그 관점에서도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이 적합하다.

많은 스타트업은 특성상 각자의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고, 다소 느슨한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기에 역할과 책임 또한 어느 정도 가변적이다. 누구의 일도 아닌 일은 누구라도 해야 한다. 또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구성원 각자의 업무 성과가 회사의 성과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서 전문적인 역량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도 안정적인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을 선호할 수 있다. 좁은 전문 영역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경험할 수 있으며, 사업 전반의 흐름과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연관시키기가 쉽다. 손발이 모자라는 것은 힘들지만, 보다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평생 스타트업에서 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니 커리어 변화와 발전 차원에서 스타트업을 잠시 선택할 수도 있다.

인턴의 경우, 전문 분야가 뚜렷이 없으니 스타트업에서 맡는 업무가 중간에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전반적으로 일손이 딸린다는 이유로 인턴을 채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인턴 채용 이후에 인턴과 면담을 하면서 할 일을 즉석에서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인턴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보다는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보통 ‘사수’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나와 직접적으로 일하게 될 1~2명의 사람을 지칭한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수에게 많은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는다. 습관조차 전수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인적 네트워크의 씨앗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인턴 자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누구와 일할지 질문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을 커리어로 선택할 것인지를 지혜롭게 판단하려면 스타트업마다 업무 경험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다른 스타트업에서도 유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곤란하다.

필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도 여러 훌륭한 커리어 중의 하나로 생각한다. 각자의 삶에 맞는 커리어를 지혜롭게 선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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