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유령과 친구가 된 여자

<기묘한 사람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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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디라는 기묘한 사람이 있었다. 웃음 섞인 높은 목소리에 피부는 짙은 갈색이었고, 유령을 보았다. 힐디는 유령에 전혀 겁먹지 않았다. 힐디에게는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은 쌍둥이 자매가 있었고, 힐디가 자란 뒤 쌍둥이 자매의 유령은 힐디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힐디와 유령은 뭐든 함께했다. 집을 둘러싼 양귀비 꽃밭 사이를 내달리고, 마을 광장에서 막대 치기 놀이를 하고,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었다. 힐디의 자매 유령은 힐디와 학교도 같이 갔다. 유령은 힐디 아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선생을 놀리는 표정을 지어서 힐디를 즐겁게 했다. 시험을 볼 때에는 다른 학생들의 답을 보고 힐디의 귀에 속삭였다. (유령의 말은 힐디가 아닌 다른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으므로, 유령은 힐디에게 크게 소리쳐도 됐지만, 그 상황에서는 속삭이는 것이 더 걸맞을 것 같았다.)

힐디의 열여덟 번째 생일에, 자매 유령은 유령 세계의 호출을 받아 떠나게 됐다.

힐디가 물었다. “언제 돌아와?” 힐디는 미칠 듯이 괴로워했다. 쌍둥이 자매는 한 명이 죽은 그날부터 단 하루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

자매 유령이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정말 보고 싶을 거야.”
힐디가 처량하게 말했다. “내가 더 보고 싶을 거야.”

자매 유령은 힐디를 껴안았다. 유령의 눈에는 유령의 눈물이 고였다. “친구를 좀 사귀도록 애써 봐.” 유령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힐디는 그 충고를 따르려 애썼지만, 살아 있는 친구는 전혀 만들지 못했다. 초대받은 파티에 가도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없었다. 힐디의 아버지는 직장 동료의 딸과 힐디가 차를 마실 자리를 마련했지만 힐디는 어색하고 불편했고, 생각나는 말은 한마디뿐이었다. “막대 치기 놀이 해 봤어?”

여자가 대답했다. “그건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지.” 여자는 실례한다고 말하고 일찍 자리를 떴다.

힐디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유령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았다. 그래서 유령 친구들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이 문제였다. 유령을 볼 수는 있지만, 유령과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령은 고양이와 좀 비슷하다. 원할 때에는 옆에 절대 오지 않고, 불러도 좀처럼 오지 않는다.

힐디는 공동묘지에 갔다. 가만히 서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가와서 말을 거는 유령은 없었다. 유령들은 잔디밭 저쪽에서 쌀쌀한 의심의 눈초리로 힐디를 지켜보았다. 힐디는 생각했다. 죽은 지 너무 오래돼서 살아 있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건 아닐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유령은 친구가 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힐디는 장례식에 가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이 죽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으므로, 힐디는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가야 했다. 조문객들이 힐디에게 망자와 어떤 사이냐고 물으면 먼 친척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망자가 좋은 사람이었는지, 꽃밭을 내달리거나 막대 치기 놀이 하기를 좋아했는지 물어보았다. 조문객들은 힐디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고, 유령은 친지들이 힐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힐디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즈음 힐디의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 힐디는 부모님이 유령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힐디의 부모는 힐디를 혼자 두고, 일찍 죽은 힐디의 자매를 찾으러 갔다.

힐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부모의 집을 팔고 유령 들린 집을 사면 그 안에 이미 유령들이 있지 않나! 그래서 새로운 집을 찾아다녔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힐디를 이상하고 불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힐디가 이상하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완벽하게 좋은 집을 보여 주면, 힐디는 그 집에서 살인이나 자살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난 적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 넓은 주방, 빛이 잘 드는 거실은 무시하고 다락방과 지하실만 보러갔다.

마침내 적당히 유령이 들린 집을 찾아내서 그 집을 구입했다. 그 집으로 이사한 뒤에야 힐디는 알게 되었다. 그 집에 나오는 유령은 그곳에 사는 것이 아니라, 며칠에 한 번씩 가끔 들러 쇠사슬 끄는 소리를 내고 문을 두드리는 것뿐이었다.

“가지 마세요.” 힐디는 떠나려고 하는 유령을 붙잡았다.
“미안하지만, 또 가야 할 집들이 있어요.” 유령은 그렇게 대답하고 서둘러 떠났다.

힐디는 속은 기분이었다. 잠시 들르기만 하는 유령으로는 부족했다. 유령 들린 집을 구하느라 그토록 힘들게 애썼는데, 결국 구입한 집에는 유령이 충분하지 않았다. 힐디는 세상에서 가장 심하게 유령이 들린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유령 들린 집을 다룬책들을 사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집에 잠깐씩 들르는 유령에게 아는 게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 유령이 이 방 저 방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문고리를 절그럭거리고 방문을 쿵쿵거릴 때, 힐디는 쫓아다니며 소리쳐서 질문했다. (유령은 더 중요한 집에 가야 하는 듯이 늘 허둥거렸지만, 그래도 힐디는 모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유령은 ‘쿠임브라’ 어쩌고 하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떠났다. 힐디는 그곳이 포르투갈에 실제로 있는 도시임을 알게 됐다. ‘Coimbra’였다. 거기까지 알아낸 뒤에는, 그 도시에서 가장 심하게 유령이 들린 집이 어디인지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힐디는 그곳에서 살고 있는 남자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남자는 단발마의 비명, 식탁에 날아다니는 유리병들로 밤낮없이 괴롭다고 편지에 썼고, 힐디는 아주 좋겠다고 썼다. 남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힐디가 아주 정중하게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힐디가 그 집을 구입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남자는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다. 가문 대대로 몇 대째 이어온 집이어서 자신이 이 집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자에게 그 집은 견뎌야 할 짐이었다.

힐디는 점점 절망했다. 아주 우울한 때에는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 유령이 자기를 따라다닐 테니까. 그러나 그렇게 만난 유령과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 아이디어는 얼른 포기했다.

마침내 힐디는 세상에서 가장 심하게 유령이 들린 집을 구입할 수 없다면, 직접 짓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그 집을 지을 땅을 골랐다. 가장 심하게 유령이 들린 자리를 찾아내면 될 것 같았다. 흑사병이 전국을 휩쓸었을 때 수많은 사람을 매장한 자리가 언덕 위에 있었다. 다음, 가장 심하게 유령이 들린 건축 재료를 모았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난파선에서 나온 목재, 화장터에서 나온 벽돌, 화재로 수백 명이 죽은 빈민구제소에 있던 돌 기둥, 미친 왕자가 가족 전부를 독살한 궁전에서 나온 유리창. 집을 꾸미는 가구, 카펫, 장식품도 유령 들린 집들에서 나온 것으로 구했다. 포르투갈의 그 남자는 서랍장을 보냈다. 매일 새벽 3시 정각이면 아이 울음소리를 내는 서랍장이었다.

그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힐디는 상을 당한 가족들에게 자기집 거실에서 추모제를 지내게 했다. 한 달 내내 추모제가 이어졌다. 그리고 비바람 요란하게 몰아치는 한밤중, 자정을 알리는 시계소리가 울린 직후 마침내 힐디는 그 집으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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