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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1. 2018

06. 창업에 적합한 나이?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창업에 적합한 나이가 있는지 질문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창업에 적합한 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은 다르고, 스타트업 성공은 비정형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령에 따른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에 따라서 창업과 관련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번 알아보는 것은, 창업자가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주의점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20대, 예를 들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창업을 생각해보자. 잃을 것은 많지 않은 반면, 무엇을 하든지 최소한 경험은 얻을 수 있다. 2~3년 남들보다 늦다고 대단히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비교적 리스크가 작은 편이다. 절대 흔하진 않지만, 굉장히 큰 성공을 거두는 스타트업은 20대 창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대 창업의 장점은 기존의 관성에 젖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이 변하고 사람들의 삶이 변했음에도 기성세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습관처럼 살아간다. 과거에는 합리적인 것이, 새로운 시대에는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 젊은 세대는 기존의 틀에 대한 익숙함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비합리적인 것에 자연스럽게 저항하게 된다.

그래서 20대 창업은 기성세대에게는 무모하게 보일 수 있으며, 그 무모함 덕분에 성공한다면 크게 성공한다.

20대 창업의 단점은 실패가 평균인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실패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이다. 전문 영역에서의 역량과 경험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사업 계획의 어설픔뿐 아니라 실행력 또한 낮을 것이므로 극단적으로는 말하면 거의 다 망한다고 볼 수도 있다.

명문대 공대생들이 창업할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지만, 그들이 창업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학습력과 실행력이 다소 괜찮을 수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사업 계획에 대한 치밀한 통찰력이 약한 것은 학벌과 무관하다.

따라서 20대에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스타트업의 인턴 혹은 직원으로 일하면서 최소한의 경험은 쌓기를 추천한다. 또한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나 투자자의 조언을 듣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20대 창업자 중에 ““나에게 맞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창업한다”” 혹은 ““갈 회사가 없어서 창업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창업은 직장 생활과는 전혀 다른 삶인 것이지 대체재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노력과 시간을 더 들여 회사를 찾는 것이 맞다.

가족이 있고, 전문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40대 이상의 창업자를 생각해보자. 40대 이상의 창업자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데, 이는 당연하다. 40대 이상은 30대와 다르게 대기업, 중견기업으로 재취업할 가능성이 낮다. 20대는 월급 100만 원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40대 이상은 거의 불가능하다.

창업 시점부터 본인이 쌓아왔던 역량, 경험, 인맥, 노하우, 유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과 실행을 세부적으로 깊이 고민해야만 한다. 20대는 실패한 후에 많이 배웠다고 자위할 수 있지만, 40대 이상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실패를 줄이는 쪽으로 생각을 다듬어야 한다.

40대 이상의 창업자에게 보이는 안타까운 단점은, 아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과감하게 저지르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성공의 단초들을 줍는 경우가 있다. 창업자가 알고 있는 지식, 법적인 검토, 도의적이거나 사회적인 고민 등과 같은 많은 고려 사항들로 인해 의사 결정을 못하거나, 실행이 늦어지거나, 혹은 과도한 비용이 나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창업자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괜찮은 것 같으면, 일단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타트업 자체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의 과정이다.

40대 이상의 창업자들 중에는 20대 혹은 30대 초반 엔지니어들과의 네트워킹을 하기 어렵다면서 20대 창업자들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와 전문 영역의 차이가 있으면 네트워킹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20대 창업자들은 30대 중반의 경험 있는 인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이 역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는 네트워킹은 원래 어렵다. 성공이 어렵듯이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사업을 실행하는 데 실행의 방향과 속도 모두 중요한데, 연령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다. 20대는 속도를 좀 더 중시하고, 40대 이상은 방향을 좀 더 중시할 수 있다.

체력, 몰입 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20대는 실행을 좀 더 빨리할 수 있다. 다만 창업자의 실행 속도로 사업이 유지되는지 한 번씩 돌아봐야 한다. 20대도 결국 나이를 먹으므로 속도에 따른 효율성만으로는 성공에 이르기 쉽지 않다.

40대 이상은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시행착오를 덜 겪는 방향을 상대적으로 잘 설정할 수 있다. 다만 방향에 대한 고집이 아집이 되지 않도록 세상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누군가는 30대 창업에 대한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30대 창업은, 앞서 설명한 20대 창업의 특성에 가까운지, 아니면 40대 이상 창업의 특성에 가까운지를 고민해보면 어떨까?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스타트업 성공은 비정형적이라 연령에 따른 구분은 무의미하다. 각자의 삶은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재단할 수 없다. 창업자들마다 처한 환경도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연령에 따른 창업을 고민하는 것보다는, 앞의 설명들을 토대로 본인과 본인을 둘러싼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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