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an 11. 2018

01. 돈 되는 부동산, 돈 안 되는 부동산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의 미래>



시장에서 인간의 투자와 소비행동은 이성적이지 않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소득 이상으로 과소비를 하고, 투자시장의 호황기는 곧 끝물이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인데도 집단동조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막차에 동승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나마 인간이 이성적으로 시장을 평가하는 때는 불황의 골이 깊어질 시점이다. 호황기에는 불황의 시그널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되는데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불황이 현실이 됐을 때야 비로소 이를 받아들인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도 부동산 시장에 불황이 오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는데 호시절 때만 생각해서 부동산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호황기에는 호황이 계속되는 줄로만 안다. 부정적 시나리오는 발을 붙이기 어렵다. 호황이든 불황이든 부동산이 계속 오른다고 주장하는 부동산 예찬론자들의 논리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로 구성되어 있다. 해방 후 지금까지 경제가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개발수요는 끊이지 않았고, 이제 대규모 택지개발 지역의 부족으로 공급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인구 대비 국토가 협소하기에 부동산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부동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인정할 수 없다.” 이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부동산 버블기에 시장에 회자되었던 내용이 생각난다. 90년대 이전에 건축된 대부분의 아파트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가 대부분으로 70년대 초에 제정된 국민주택 아파트는 과거의 낡은 개념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개인의 소득 수준도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쾌적한 환경의 넓은 평형의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개인의 요구가 강해졌으며 1인당 주거 공간 면적도 확대되었다. 그리고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4베이 구조로 과거 동일 평형의 아파트와 비교해서 넓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채광이 좋다. 

이 글을 읽으면 건설사의 홍보문구를 인용했다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주택시장의 거대한 손인 건설사의 여론공세가 먹혔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아파트 시장을 주도한 것은 대형 아파트였다. 그런데 현재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중대형 아파트는 애물단지로 변해 있다. 그 기간에 무엇이 변한 것일까? 대신 그 자리를 중·소형 아파트들이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단기간에 걸쳐 많은 대형 아파트가 공급된 용인시의 아파트를 보자. 버블기에 막차를 탄 사람들은 이자는 이자대로 치러야 하고 시세차익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입주가 끝난 지 오랜 기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셈법대로라면 “기다려라. 기다리면 반드시 오른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마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변했다. 이 변화를 가리켜 우리는 패러다임이라고 표현한다. 패러다임이란 한마디로 정리해서 “변화에 적응하라. 변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사망한다”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 무서운 말이다. 

예전부터 아파트는 부동산 중에서도 환금성에서 최고의 상품이었다. 소형 아파트는 여전히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형 아파트는 그렇지 않다.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가치가 상승할 지역으로는 한강을 경계로 하고 있는 소위 한강 벨트축 선상의 용산, 이촌, 한남, 성수지구와 강남3구뿐이라는 것이 아파트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대형 아파트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은 입지 선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인구절벽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내수경제마저 침체에 빠져 있는 상태다. 당연히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줄고 있고, 경제는 이미 오래전에 감속경제의 늪에 빠졌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생산방식의 급격한 외주화를 가져왔고 경제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소득은 증가하지 않는 기형적 성장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흐름은 과거의 한국경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부동산에 접근한다면 돈 되는 부동산과 돈이 안 되는 부동산 간의 경계지점을 확실하게 구분 지어 부동산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과거의 습관 그대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다면 패가망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돈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경계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부동산은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정부의 규제정책이 아파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라면 우회해서 다른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 남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성적이 좋으려면 여러 과목을 골고루 잘해야 한다. 지금은 한 놈만 패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시대다. 그래서 돈 안 되는 부동산에서 빠져나와, 돈 되는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시장을 넓게 그리고 객관성을 잃지 않고 보는 균형감각을 키워야 한다. 안 되는 곳을 고집하다가 애써 모은 돈을 허무하게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통장 쪼개기로 만든 통장이 12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