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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7. 2018

08. 과연 디지털 문법에 적응할 수 있는가?

<창업가의 브랜딩>



최근 기술(tech) 기반의 스타트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비단 테크기업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기술 및 환경을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스티치픽스는 일종의 온라인 쇼핑몰이지만 머신러닝이 결합해 전혀 다른 쇼핑경험을 선사했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되었다.

디지털이 불러온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디지털’이란 화두가 제시된 것은 꽤 오래되었고 회사는 물론 대부분의 조직에서 디지털과 관련된 부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들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창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에어비앤비나 우버를 왜 주목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광고는 어떻게 만들고 어떤 채널에 노출해야 하는지, 왜 10대들이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보다 유튜브에 나오는 무명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열광하는지 기존의 문법으로는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어쨌든 디지털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인 파괴적 혁신과 지속성장(scale-up)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반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디지털을 통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조직에 비해 빠르고 유연한 스타트업이 디지털을 활용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훨씬 강력할 것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의 변화가 워낙 빠르고 광범위해서, 아무리 빠르고 유연한 스타트업이라 해도 따라잡기 쉽지 않다. 때로는 변화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스타트업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을까?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빠져 있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고 말하고 싶다. 디지털 시대라 해서 무장적 보폭을 넓힐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우리 회사가 ‘왜’ 존재하는지 먼저 숙고해보라는 것이다. 브랜드의 철학이나 신념을 기반으로 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것들이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고의 핵심 경쟁력 역시 브랜드였다. 포켓몬이라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증강현실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열광했을까?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브랜딩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을 바라볼 때 디지털은 더욱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켓컬리가 오늘날의 브랜드 인지도를 갖게 된 데는 인스타그램 덕이 컸다. 그러나 이들은 디지털 환경을 단순한 홍보수단으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좋은 유통 경험’이라는 사업방향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장기적인 브랜드가치를 실현하고자 준비 중이다. 김슬아 대표는 자본도 적고 기술에 문외한이었지만 그것이 IT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게 오픈소스예요. 그래서 수요예측에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하려 할 때도 구현하기가 쉬웠어요. 어딘가 있는 오픈소스에서 원하는 것을 가져다 내부에 맞게 기획하면 됐거든요. 이런 것들을 잘 이용해서 공급과 유통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많이 고민해요. 가령 농부들의 고민은 열심히 농사를 짓는데 당도를 조절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 테크가 없던 시절에는 조금만 가격을 깎아주면 밭 전체를 사주겠다는 계약을 했죠. 결국 당도가 좋을 때는 제값을 못 받는 농부가 손해고, 흉작일 때는 구매자가 손해죠. 리스크를 나눠 지면서 양쪽 중 누군가는 손해 보는 구조거든요. 이런 것들을 테크를 이용해 개선해 보려고 해요. 저희는 지속적으로 당도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하고, 농부는 저희가 제안한 기술을 수용해서 관리하면 둘 다 윈윈할 수 있어요. 이상한 칩 같은 것을 붙여서 당도를 끌어올리는 것들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아주 싼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와의 관계, 생산자와의 관계에서 계속 혁신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기술이 있든 없든, 결국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지가 핵심이다. 브랜드 고유의 매력이 무엇인지에 따라 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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