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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2. 2018

10. 브랜딩은 결국 디테일이다.

<창업가의 브랜딩>



작게 시작하는 것과 함께 창업가의 브랜딩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디테일 챙기기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매력적으로 공간을 꾸민 매장을 많이 보게 된다. 유명 기업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도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매장들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것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 등의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디테일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현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었으며, 브랜딩 영역에서는 그 중요도가 특히 크다.


우리나라에서 브랜딩을 가장 잘하는 회사로 현대카드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기존 시장을 뒤흔든 카드 네이밍이나 플레이트 디자인은 물론 파격적인 광고와 이벤트, 다양한 주제의 라이브러리와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브랜딩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현대카드를 우리나라 최고의 브랜딩 회사로 꼽게 된 계기는 카드 디자인이나 이벤트 때문이 아니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카드의 ‘하우스 오브 더 퍼플(House of the Purple)’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프리미엄 카드인 퍼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 공간에는 엄격한 내부 가이드가 있다. 일례로 슬리퍼를 신거나 맨발로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아무 생각 없이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만일 다른 회사였다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출입을 제한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예비용으로 준비해둔 양말과 로퍼를 제공하며 복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고객을 배려하고 있었다. 명확한 규정이 있음에도 혹시 모르고 방문하는 손님들이 당황하거나 불쾌해하지 않도록 한발 앞서 준비해둔 것이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디테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오호, 현대카드 역시 대단한데’라고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나 브랜드의 세심한 배려와 정성에 감동하게 마련이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고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일에 감동하여 추가로 지갑을 열거나, 다음번에도 방문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특정 공간에서의 경험이 아니어도 디테일로 어필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자는 아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문을 두드리는 쿠팡맨의 센스 있는 배려, 가장 신선한 제품을 가장 빨리 배송하기 위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디테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얼마나 탁월한 성과로 연결되는지를 입증하는 케이스다.

아울러 디테일의 중요성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브랜드 관리라는 면에서 보면, 외부 커뮤니케이션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내부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혹은 브랜드 내재화 측면에서도 디테일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브랜드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하루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뿐 아니라 B2B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심지어 학교나 사람 등 브랜드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전략적으로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거처럼 전국, 전 매장 등 규모 위주로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 가로수길이나 연남동처럼 작은 지역이나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브랜딩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로 노출할 것인지 작게 시작할 것인지는 브랜드의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매력을 높이고 이를 구매까지 연결시키는 것이지 규모는 상관없다.

자기다움을 찾는 브랜딩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의 브랜드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어야 한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그 자체의 색깔이나 차별성이 명확해야 하며, 수백 명의 고객보다 수십 명의 팬을 만들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결국 브랜딩은 한 끗 차이다. 그 한 끗의 힘을 간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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