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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3. 2018

03. 축적의 시간을 시작하자.

<그래도 행복해 그래서 성공해>




‘아이디어’가 아니라 ‘축적된 시행착오’다.

앞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와 우리 자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조적 개념 설계 역량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정동 교수의 말에 의하면, 이 역량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을 수 있다. 누구라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새로운 창조를 위한 필수 과정으로써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심하다. 거기에다 벤처기업에 대한 안전망이 없어서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두려움은 1997년 IMF 이후에 거의 모든 기업 정서에 뿌리내렸다. 우리나라 기업도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는 선도자(first mover)의 중요성을 알기에 창의성 있는 혁신기업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노력을 기울일 때조차도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이정동 교수에 따르면 “혁신기업 좋지. 그런데 빨리, 실수 없이, 6개월 안에 끝내!”라는 식이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실질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블루오션 산업이 되기까지는 적어도 5-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아이디어조차 요즘에는 어느 정도 비용만 주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정동 교수는 창조적 재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중요한 것은 그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랫동안 숙성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실질적인 시장을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험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실험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고, 그 속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쌓아야 하며, 그것을 관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재를 꾸준하게 확보해야 한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로 사업 자체가 미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기술개발과 혁신을 이루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스케일 업’이라고 한다. 이러한 스케일 업 과정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야 위험이 지나가고, 의미 있는 시장이 태어나는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이디어에 지불한 가격이 600억 원쯤이라고 한다. 하지만 구글이 그 아이디어로 창조한 수익은 30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안드로이드는 쪽박을 차고, 구글은 대박이 터진 것인가? 아니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케일 업을 해서 창조적 개념 설계를 해내는 그 역량이 훨씬 더 중요하고 희소하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현재 강자인 것은 그들이 수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그들이 스케일 업 강자들이어서라고 이정동 교수는 말한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구글이 세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구글의 매출액이 세계 1위는 아니다. 그럼에도 구글의 가치가 1위인 것은 스케일 업의 수많은 노하우가 쌓여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이나 유럽은 2000년대 지식정보사회에 들어선 이후, 다양한 벤처기업들을 탄생시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은행식 교육을 끝내고 축적의 시간을 시작하자.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주요산업은 바뀐 게 없다.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 기존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가 더욱 단단해질 뿐이다. 산업만 바뀌지 않은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IMF 이후 새로운 성장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에서도 역량 있는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지 않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몇 대의 대통령 재임기간마다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1%씩 떨어져 왔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우리 기업들은 정말 혁신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산업 현장에서는 휴일도 없이 일해 왔지 않는가?
  
개념설계를 위한 스케일 업의 과정은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은 1950년대부터 시작하여 근 70년을 묵히고, 축적한 기술이라고 한다. 그만큼 혁신의 속도는 느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느림’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산업화 시기, 아니 그 이전부터 우리의 교육과 산업현장을 지배한 은행식 교육 탓이다. 이 은행식 교육에서는 단기간에 이미 정해진 지식이나 역량을 습득하여 정확히 결과를 산출해야 한다. 그러니 사람과 산업이 축적해야 하는 창의력과 스케일 업 역량을 원초적으로 다 솎아 버린다. 이제 은행식 교육은 여기서 끝을 내야 한다. 그래야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시간’을 축적할 수 있다. 은행식 교육의 종말이 바로 축적의 시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 출발점은 우리 자녀여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주어진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도전하여 실패를 통해 배우는 창의력 있는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 그것은 단지 우리 아이의 성공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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