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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9. 2018

03. 음성인식 비서 어디까지 왔나?

<4차산업혁명의 시대, 2018 IT 트렌드를 읽다>



해외의 음성인식비서로는 ‘알렉사’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코타나’ 등이 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정교화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음성비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

아마존의 ‘알렉사’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넘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비서’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 7월 여자친구를 폭행하던 남성이 알렉사의 신고로 검거됐다. 알렉사가 일부러 대화를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신고한 건 아니고, 남성이 여성에게 한 말 중 ‘경찰’ ‘전화’ 등의 단어를 명령으로 알아듣고 911에 신고를 한 사례다.


뿐만 아니라 알렉사는 아이들을 돌보기도 하는데, ‘세서미 스트리트를 열어줘’라고 말하면 캐릭터 ‘엘모’의 목소리로 바꾸어 편지놀이나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편지놀이는 아이가 엘모 알렉사에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알렉사는 이를 듣고 나서 단어의 뜻이나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칭찬해 주는 방식이다. 잠들기 전 스폰지밥 성우인 톰 케니와 SNL의 에이디 브라이언트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건 기본적인 기능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은 국내 음성인식 스피커에도 곧 적용되리라 본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건 아마존이 ‘쇼핑’ 외에 영화・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수많은 빅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의 서비스가 아마존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따라가기에는 많이 힘들 게 분명하다. 더구나 2017년 5월 아마존은 ‘에코쇼’라는 이름으로 음성인식에 ‘스크린’을 더한 기기를 선보였다. 다른 회사들 역시 열심히 아마존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애플의 시리

아이폰의 ‘시리’ 역시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바다에 빠진 낚시꾼들은 손이 젖고 얼어서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시리를 불러 911에 신고하는데 성공하여 목숨을 구한 사례도 있다. 또 2017년 3월에는 4살짜리 아이가 쓰러진 자신의 엄마를 시리를 이용해 신고해 살렸다.
    
그리고 2017년 12월 시리가 장착된 스피커 ‘홈팟’을 내놓으며, 홈 비서시장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의 제품에 비하면 비싼 400달러대의 제품이지만 애플의 브랜드에 매료된 두터운 팬들 덕분에 시장을 파고드는 일은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구글의 어시스턴트

구글의 ‘어시스턴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2017년 9월 LG의 V30부터 구글 어시스턴트를 한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간단한 질문들, 음악 재생, 날씨, 뉴스, 외국어 번역, 길 찾기, 전화 걸기, 우버 호출, 식당 예약 등이 가능하다.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연동되는 서비스가 적어 한계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이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의 폰이다 보니 그 영향력은 더 커지리라 본다. 그리고 구글은 2016년 말 ‘구글홈’을 선보인 이후 2017년 ‘구글홈 미니’를 49달러에 출시했다. 또 아마존의 ‘에코쇼’와 유튜브 제휴를 종료한 후 스마트 스크린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에도 해외서비스들의 격전이 예상된다.
  
  
중국의 AI 스피커
중국의 최대 검색회사 바이두는 2017년 하반기 ‘레이븐 H’라는 이름의 스마트 스피커를 선보였다. 바이두의 인공지능이 장착되어 있으며, 차량호출・검색・음악감상 등을 할 수 있다. 가격이 1,699위안 약 27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왼쪽부터)레이븐 H, 미(Mi)



반면 가격에 있어서만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건 ‘샤오미’다. 샤오미는 2017년 9월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였는데 23초 만에 매진되었다. 가격은 299위안 약 5만원 정도였다.
  
  
음성인식 스피커를 만드는 이유
글로벌 기업들이 음성인식 스피커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단 집에 아마존 ‘에코’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누워서 ‘불꺼’라는 명령을 내렸다. 불이 안 꺼진다. 이유는 끌 불이 없기 때문이다. 명령은 내리지만 명령을 수행할 디바이스들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마존 에코를 소유한 사람들은 다음에 전등을 교체할 때나 다른 제품을 살 때 이왕이면 에코와 연동되는 제품을 사지 않을까? 구글홈은 물론 애플의 홈팟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 제품은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음성인식 스피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2017년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SKT의 ‘NUGU’와 KT의 기가지니

(왼쪽부터)NUGU, 기가지니

먼저 SKT는 2016년 ‘NUGU’를 출시했고, 2017년 6월에는 ‘NUGU mini’를 출시했다. ‘NUGU’가 14만원대라는 약간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면 ‘NUGU mini’는 49,900원의 비교적 저가로 출시되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음악 재생, 오디오북, 11번가 쇼핑, 주문 배달, BTV와의 연동 등이다. 물론 앞으로 연결되는 제품들이 늘어날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KT에서는 ‘기가지니’를 선보였는데, 셋탑박스의 형태에 하만카돈의 스피커를 결합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NUGU’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SKT는 ‘멜론’, KT는 ‘지니뮤직’의 음원 서비스와 연동되어 기존 사용자가 아니라면 새로 가입해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 더해 2 017년 말에는 ‘기가지니 LTE’를 선보였다. 다른 스피커들과 다르게 단독으로 LTE 접속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렇게 되면 집이 아니라 차량 등 외부로 가지고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NUGU’와 ‘기가지니’의 가장 큰 장점은 집에서 사용 중인 BTV와 올레TV와의 연결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생소하다 보니 굳이 사람들은 별도의 요금을 주고 교체하거나 기가지니 , 지금도 집에 있는 셋탑박스의 음성검색을 잘 쓰고 있는데 스피커 NUGU를 연결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 사이 새로운 두 개의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두 거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다.
  
  
네이버의 웨이브와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왼쪽부터)네이버프렌즈, 카카오미니


우선 둘의 행보는 달랐는데, 네이버는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를 출시하기 전 ‘네이버 클로바’라는 스마트폰 앱을 먼저 출시했다. 노래 재생과 검색은 물론 지도 찾기 네이버지도 연계, 맛집 검색 등 네이버에서 사람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기능들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된 서비스였다. 전체적인 느낌은 애플의 ‘시리’와 비슷한데 이름도 ‘샐리’다 시리를 연구한 듯, 시리보다 노래도 잘 부른다. 그리고 2017년 8월 드디어 AI 스피커 ‘웨이브’를 선보였다. 네이버가 내놓은 마케팅 방법은 ‘은밀하게’였다. 별도로 단말기를 팔지 않고 네이버뮤직을 통해 이벤트로 판매를 시작했다. 1년 결제 시 99,000원 웨이브를 무료로 제공했고, 9월에는 1년 결제시 4만원으로 웨이브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웨이브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서 이야기한 ‘NUGU’ ‘기가지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스마트폰의 클로바와 바로 연동되다 보니 집에서는 웨이브, 밖에서는 클로바로 ‘샐리’와 어디서나 연동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2017년 10월 26일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를 하나 더 출시했다. 이번에도 역시 1년 네이버뮤직을 사용하면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발매 당일에만 1만 대가 넘게 팔렸다.


카카오는 2017년 내내 인공지능에 대한 청사진을 여러 번 발표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카카오미니’의 실물을 공개했다. 할 수 있는 일은 멜론과 연동해 음악 추천은 물론, 카카오톡과 연결되어 카카오톡의 메시지 확인, 검색 결과도 확인이 가능하다. 9월 18일59,000원에 멜론 1년 이용권을 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정판매를 시작했다. 당일 동시 접속자에 따른 서버 장애가 40분 넘게 이어졌고, 3천대의 물량은 30분 만에 매진되었다. 정식판매 첫날인 11월 7일에는 준비한 15,000대가 9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삼성의 빅스비


마지막은 ‘삼성’이다. 삼성은 2017년 3월 30일 음성인식 앱 ‘빅스비’를 선보였다. 해외가 아닌 한국어 버전으로 먼저 출시되어 한국에서 첫 서비스를 시행했다. 시리와 유사한 기능으로 사용자와의 가벼운 대화 농담 는 물론, 어제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기능이나 알림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7월을 기점으로 목소리는 3개로 늘었으며, 성우 서유리 씨의 목소리도 포함됐다. 빅스비는 현재 갤럭시 S8 이상의 모델에서만 작동되는데, 앞으로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삼성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역시 관건은 빅스비의 완성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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