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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0. 2018

08. 자녀를 독립된 자아로 존중하라.

<그래도 행복해 그래서 성공해>



대화하지 말고 경청하라.
  
자녀를 독립된 자아로 존중해 주는 좋은 방법이 있다. 어려서 자녀에게 존댓말을 써 주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으면서 성장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의 생각과 말도 존중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독립적 자아로 존중해 준다는 것은 매번 아이의 의견을 묻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이다. 경청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실 우리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온전히 이해받고, 그렇게 또 내가 남을 이해하여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경험을 할 때다. 자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자녀로 하여금 자신이 존중받으면서 행복을 배우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청하는 능력을 잘 계발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늘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5년에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고민이 생기면 아버지와 의논하는가?” 라는 질문에, 아버지들은 50.8%가 본인과 가장 먼저 의논한다고 답한 반면 자녀는 단 4%만이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시간을 묻는 질문에 아버지들은 7시간이라 대답했지만, 자녀들은 오직 30분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버지 스스로는 7시간을 잘 듣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경청한 시간은 30분이라는 뜻이다.
  
경청은 귀 기울여 듣는 것 이전에 내 마음이 상대에게 온전히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나의 행복은 오직 당신에게서 오니까 이제부터 나는 모든 것을 중단하고, 당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경청의 성공 여부는 이미 듣는 행위 이전에 결판이 난다. 글로벌프라이어티(Globalpriority) 출판사에서 나온 자기계발 교재 <라운드 테이블 트레이닝(Round Table Traninng)>은 대상에게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주위의 환경 요인을 미리 제거해 둔 다음,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상대방에게 눈을 맞추어야 경청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자녀의 말에 잘 경청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냥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면서 자녀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두 눈을 온전히 자녀에게 고정하지 않으면 그건 경청이 아니다. 경청에 있어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이 부분이다. 우리는 눈을 보며 말하는 데 익숙하지가 않다. 경청이란 상대의 말을 내 귀로 듣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의 눈을 내 눈으로 응시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그래서 뉴스가 궁금하면 인터넷으로 보는데, 혼자 식사할 때는 시간을 아끼려고 식탁에 노트북을 가져다 시청하곤 했다. 한번은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동안 휴대폰으로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자기 방에 가서 만화책을 가져왔다. 밥 먹을 때 무슨 만화냐고 했더니, “그럼 우리는 뭐해요?” 라며 되묻는다. 아내는 내가 식탁에서 뉴스를 본 것은 다른 가족을 대화의 상대로 존중하지 않은 것이라며 내 아픈 곳을 더 깊숙이 찔렀다.
  
종종 우리는 듣기도 전에 자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예상하고 미리 답까지 준비해 놓는다. 심지어 자녀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그 답을 내밀며 결론을 내 버린다.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그리고 판단하지 말고 들어주어야 경청이다. 그런 다음 내가 당신의 말을 잘 들었다는 표시로 짧지만 적절한 반응을 해 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반응은 자녀의 말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존중해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열리게 되어 더 깊은 대화로 들어갈 수 있다.
  
더 적극적인 경청이 있다. 그것은 자녀들이 말하기 전에 그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아니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가능하면 자녀의 의견을 묻는 게 좋다. 그 자체가 훌륭한 경청이다. 너희의 의견이 우리에게 너무 소중하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어른들이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아이들이 다가오면 보통은, “너희들은 몰라도 돼.”라며 아이들을 물리친다. 그냥 물리치지 말고 왜 이것은 어른들만 상의해야 할 문제인지 설명해 주어야 한다. 요즘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충분히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 귀를 열기 전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주변 환경을 정리한 후 상대에게 집중해야 한다. 미리 판단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답을 주지 말고 질문을 해야 진정한 경청이다.
  
경청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청을 잘하기 위해서는 듣는 시간을 정해 놓아야 한다. 단지 경청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가족이 대화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삶을 해석해 주고, 집안에 중요한 일을 함께 의논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 미리 정하지 않으면 함께 모이기가 참 어렵다. 이것을 가정의 의식(rituals)이라고 생각하고 꼭 지켜야 한다. 우리 가족은 주일(일요일) 저녁이 ‘가정 의식’을 지내는 시간이다. 원래는 가정 예배를 보려고 했는데, 직업이 목사다 보니 주일 오후 쉬고 싶은데 가정에서마저 사역하는 것 같아서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주일 저녁에 식구들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함께 즐기는 시간으로 지키려고 한다. 즐기다 보면 결국 마음에 있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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