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연구원은 단어 목록을 갖고 있고 당신에게 한 단어씩 읊어 줄 것이다. 당신은 단어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얘기하면 된다. 정답과 오답이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중요한 건 가장 먼저 생각한 단어를 말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바로 말하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당락이 있는 시험이 아니다. 선을 긋지 말고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둬라. 자체 검열을 하면 안 된다.
자, 이제 단어들이 제시될 것이다. 단어들을 보자마자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
어둡다.
부드럽다.
매끈하다.
느리다.
아름답다.
높다.
골칫거리.
단단하다.
정의.
빛.
자유롭다.
맛이 쓰다.
길다.
기쁨.
조용하다.
목록에는 85개의 단어가 더 나열되어 있다. 오랫동안 심리학자들은 이런 단어 연상반응을 통해 성격과 성향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앨버트 로젠버그 이후에야 단어 연상검사는 창의력 및 해답을 찾는 능력을 재는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로젠버그 이전의 연구자들은 이례적인 반응을 보인 횟수를 세었고, 특이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창의력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반응은 응답자의 독창성보다는 어휘력을 측정하는 데 더 유효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젠버그는 모순적인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를 상상하는 능력이 창의적인 응답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대립하는 관점을 동시에 보유한다는 것은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다양한 시각은 독특하고 놀라운 해결책 발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극적으로 증가시킨다. 로젠버그는 단어 연상검사에서 주어진 단어에 반대말을 자주 댈수록 응답자의 창의력이 풍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응답을 비교해 이런 가설을 검증했다. 창의적인 집단은 비창의적인 집단에 비해 반대말로 응답하는 비율이 25% 높았고, 반응 시간도 12% 더 빨랐다.
로젠버그는 이 실험을 계속 반복하면서, 예술 분야뿐 아니라 사업에서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들도 비교집단으로 삼았다. 모든 경우에서 창의적 집단이 반의어를 더 많이 연상한다는 한결같은 결과가 나왔다. 열 명 남짓한 노벨상 수상자에게도 같은 검사를 시행했는데, 그가 검사한 모든 집단을 통틀어 이들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반의어를 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개 그 문제는 우리 앞에 툭 떨어져서는 쳐다보라고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정신이 반대 관념을 향해 열려있다면 문제에만 파묻히지 않을 수 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야 눈앞의 문제를 보는 동시에 그 주변도 둘러보면서 다른 것은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다. 실제로 로젠버그는 더 많은 반대 관념을 용인할수록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리 표현하면 문제를 무시하는 능력이 클수록 해답을 발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정반대를 용인하는 능력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이고,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을 하는 것이고, 누구나 부정하는 것을 믿는 것이다. 남들처럼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반대편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문제를 건너뛸 수 있다. 문제를 도전으로 인식하면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새로운 답을 고려할 자유를 준다는 것이 뒤집어 생각하기의 위력이다. 로젠버그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반의어에 25% 더 집중한다는 점을 통해 그 사실을 보여 주었다. 문제를 거꾸로 뒤집는 것은 정신의 수문을 여는 것과 같다. 수문이 열렸을 때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는지 보면 그간 당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두고 있었는지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