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서울서체'와 공공의 적

<불친절한 디자인>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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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서울 한복판에 물길이 들어선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물길은 시간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자기 스스로의 역할, 즉 볼거리로서의 역할을 넘어 수많은 도시들을 들썩이게 하는, 더 나아가 한 나라의 수장까지도 바꾸는, 새로운 역사의 길이 되었다. 여러분들은 과연, 이 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바로 청계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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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개의 표지판 중 보기 쉬운 글자는 어떤 것일까?

2005년 10월 청계천의 복원은, 대한민국에 ‘도시브랜드’라는 사회적인 관심을 촉발시킨, 거대한 시발점이 되었다. 이 사업 이후 각 지자체에서도, 디자인이란 이름을 넣은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다. 지역의 도시브랜드 구축이란 기조 성장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것의 성공은, 서울시에서 오래전부터 추진하려던, 도시디자인 사업의 가장 큰 명분과 힘을 만들어 낸다. 2007년 5월 만들어진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그 대표적인 무대의 본부였다. 그리고… 그렇게 10여 년이 지났다. 도시에 디자인이란 욕망을 입힌 ‘디자인서울’, 바로 그날부터 말이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바로 이때 만들어진, ‘디자인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는, 한 디자인물에 관한 것이다. 바로 서울시 전용서체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이하 서울서체) 말이다. 참고로 이 서체는 우리의 디자인사에서 꽤나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서체가 현재 우후죽순처럼 퍼진 각 지자체 아이덴티티 및 전용서체 개발(바람)의 밑거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 서체 | (다음. 한국어 사전)
1. 글씨를 쓰는 일정한 격식이나 양식
2. 글씨를 써 놓은 모양
3. 활자 자형의 양식


서체
<강직한 선비정신, 단아한 여백>의 의미를 조형적인 한옥의 열림과 기와의 곡선미로 표현했다는‘서울서체’는 다양한 종류의 공공사인은 물론 주소를 위한 거리 안내사인, 서울시내에 게시되는 다양한 홍보물 및 현수막, 여기에 더해 서울과 관련된 다양한 서류 및 서식 등에도, 특별한 제약 없이, 두루두루 사용되고 있다.

지자체의 전용서체이지만 이처럼 사실상의 특별한 규정 없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서체가 PC의 기본 서체로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와 MOU를 체결해 윈도우7과 스마트폰에 적용

그렇다면 ‘서울서체’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어떨까? 통계를 찾아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서울서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보낸다고 한다. 이유는? 서울이라는 대표적인 도시에서, 서울만의 고유글꼴을 개발해, 도시정체성과 브랜드가치를 높이고자 한 성과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울서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처음 서체가 만들어진, 그때부터 말이다. 이유는? 대부분의 디자인서울 사업이 그랬듯, 연구의 의의와 중요성에 비해 개발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 예산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 학술연구용역이 선행되기는 했으나 충분한 사전조사와 기획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서체를 배포, 그것도 마땅한 규정 없이 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업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디자인계의 우려를 샀다. 물론 실제 사용에 있어서도 말이다. 해서 오늘은 이 면을 빌어 그것을 한번 살펴보려 한다. 과연 논란이 될 만큼,‘서울서체’에 문제가 있는지를 말이다. 왜냐하면, 이 서체가 바로‘공공’의 이름을 단, 공공의 글자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適)과 적(的)
왼쪽과 다음의 사진은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과 거리의 사인을 촬영한 것이다. 그 내용을 디자인의 측면에서 지적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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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십리역 주변의 사인물들

첫 번째, 각각의 글자마다 크기가 다르다. 글자의 조합에 따라서도 말이다. 위의 이미지와 같이 ‘상왕십리’역에 설치되어 있는 정차사인만 봐도, 글자‘상’‘, 왕’과‘십’‘, 리’의 크기가 각각 다른 것을 우린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글자들 간의 자간 역시 각각의 글자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 도로 안내사인내의 ‘왕십리우체국’은 ‘왕십’과 ‘리’의 자간이 미세하게, ‘리’와 ‘우체’의 경우는 앞글자보다 더 넓은 간격으로 벌어져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현재 서울서체가 적용된 거의 모든 공공사인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이 서체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서체에 ‘공공’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공공서체는 기능적, 조형적으로 문자가 내포하고 있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이용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유는 이 ‘공공’이란 단어에,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한, 의무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서체’는 어떤가? 과연 이런 ‘공공’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일까? 다들 예상할 수 있듯, 서체 개발 및 사용에 대한 검증과정과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시행위주의 정책에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러한 문제점은 인지가 어려운 작은 글자의 경우 일반적인 고딕 서체와 병행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또 추가적인 형태의 서체를 개발하는 방법 등으로, 상호 보완을 하고는 있다. 물론 이 역시 시스템을 벗어난,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지만 말이다. 물론 이렇게 세세한 내용은 접어두더라도, 이 글의 앞에서 보여준 두 가지의 ‘갈아타는 곳’사인의 비교만으로도, 우린 그 내용을 쉽게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글자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지를 말이다.


중요한 것은 쓰여진 단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쓰여졌느냐이다.
_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

공공을 위한 사인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공공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는 것이며, 광범위한 이용자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창의적으로 잘 디자인되어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하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대중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다면, 그 사인의 존재가치는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건물 사인시스템 문자정보에 대한 사용자 지각효과 분석, 백진경, 세종대학교, 2004.) 그러므로 공공을 위한 디자인은, 지난 역사를 통해 구축해온 작은 기호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될, 신중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디자인서울’, 그리고 ‘서울서체’는 그동안의 세월 동안,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던 것일까?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우리의 디자인은 말이다, 늘 주(甲)인 한 사람만을 위한 그런 의미의 디자인으로, 늘 을(乙)이었던 그런 과정의 디자인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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