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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7. 2018

09. '보물'은 남이 싫어하는 일에 있다.

<계단을 닦는 CEO>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이 중에는 사람들이 퍽 좋아하고 우러러보는 직업들이 있고, 이는 ‘전문직’이라 불리며 특별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직업은 저마다의 전문성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든 직업은 사람의 필요에 의해 탄생하는데, 굳이 귀천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익숙한 직업,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만 추구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놓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만 봐도 그렇다. 만약 내가 청소하는 일, 남의 건물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했다면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을 테고, 청소용역업의 선두로서 시장에 자리매김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세상사에 둔감하고 무지했기에 편견 없이 일할 수 있었다.

세간의 편견에 비해 청소용역은 꽤 매력 있는 직업이다. IMF위기 때 인력이 넘쳐나면서 좋은 인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 중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사업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할 만하네요.”

그는 우리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사업 확장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청소와 관리 업무의 매뉴얼을 만들고, ISO(품질경영시스템의 국제 규격) 인증도 받았다.

어떤 일이든 개선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퇴보되기 때문에 나는 내 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것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이며, 기본이 없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 가랑비에 옷이 젖고 바늘구멍에 둑이 터지는 법이다.

우리 일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공들인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번 수의계약을 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 계약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 무심하게 관리하면 계약이 파기되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절대 밥을 굶지 않는다.

어떤 업도 마찬가지로 청소용역업 역시 거래처 확보가 성패를 좌우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는 게 좋다. 예컨대 내가 관리하는 큰 아파트 단지 옆에 작은 빌라가 있다면 덤으로 청소해 주면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 훗날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소독 용역이라도 따 올 수 있다. 또한 내 눈앞에 있는 건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살펴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면 현장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빌딩이나 상가의 경우 근래 들어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후 야간청소를 하는 곳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무실 왁스 작업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둘 다 매력적인 사업영역이다. 회사나 상가 점포뿐 아니라 학원, 교회와 같은 곳들도 거래처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을 발견해서 활약한다면 영업할 곳은 많다.

처음부터 큰돈을 벌려고 마음먹지 않는다면,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한 첫발을 떼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 처음부터 큰마음을 먹고 덤비면 성이 차지 않아서 중간에 포기할 수 있다. 내 인건비만 벌 수 있는 일이면 뭐든 시작하면 된다.

우리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에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은 후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차린 이들이 꽤 있다. 일에 대한 편견이 없었고 열정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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