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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19. 2018

01. 신혼 판타지가 깨지는 이유?

<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입니다>



데이트를 할 때는 그렇게 서로 좋아하더니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관계가 삐거덕거리는 신혼부부가 많다. 데이트와 결혼에 대한 이해 부족때문이다. 사랑은 환상에 의한 결합(판타지 유니언, fantasy union)이다. 로맨틱 러브는 언제나 현실이 아닌 환상을 기반으로 한 관계(판타지 릴레이션, fantasy relation)다. 판타지는 결핍에서 생긴다. 누구나 어린 시절 성장 배경 안에서 결핍을 느낀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심리적인 결핍, 돈이 부족해서 경험한 생활의 결핍, 형제가 없어서 외로웠던 친밀함의 결핍 등이 생긴다. 부모도 인간인지라 다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갖지 못했던 것, 부족했던 것을 찾아서 사랑에 빠진다. 나만 바라봐주는 멋진 남자친구, 예쁜 여자친구는 나를 완전하고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청춘 남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현대 사회는 사랑에 빠진 남녀의 판타지를 시스템으로 잘 받쳐준다. 영화관, 놀이공원, 고급 레스토랑, 쇼핑센터, 멋진 직원들의 서빙 덕분에 데이트를 할 때는 판타지가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이 시스템 일부가 없어진다. 리얼리티가 생긴다. 결혼하면 집에서 밥을 해 먹어야 하니 설거지가 생긴다. 청소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의 멋지고 예쁜 모습이 아닌 흐트러진 모습도 많이 보게 된다.

삶의 많은 부분은 일상(life)이지 판타지(fantasy)가 아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실생활에 들어오면 데이트 때 좋았던 판타지의 힘이 약해진다. 결핍때문에 생겼던 판타지보다 그동안 내가 익숙하게 살아왔던 내 삶의 스타일이 훨씬 비중이 커지고, 상대에게도 그걸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결혼하면 연애할 때와 다른 것이 요구되고 갈등이 생긴다. “결혼하니 변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연애 시절, 은지 씨의 남자친구는 은지 씨의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면서 마음을 읽어주었다. 무엇을 하든지 은지 씨의 선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 시절 은지 씨가 가장 좋아했던 데이트 장소는 고급스러운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세련된 분위기에 품위 있는 음악이 흐르고, 종업원들이 멋진 매너로 서빙을 하는 곳이다. 그곳에 있으면 마치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행복했다.

그러나 결혼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밥 먹고 잠자기 바쁘다. 데이트할 때의 다정하고 세심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 ‘이 사람이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음악을 틀어도 별 반응이 없다. 결혼 전 좋아했던 그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서 기분을 내보려고 하면, 남편은 지금은 여유가 없다며 나중에 돈 벌어서 가자고 한다. 은지 씨는 공주님이 하녀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우울한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은지 씨의 우울함은 결혼 생활이라는 현실에 살면서 판타지를 좇는 데서 온다. 판타지가 충족되지 않으니 우울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판타지를 이상이나 꿈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가능한 것과 앞으로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현재 가능한 것은 지금 한다. 앞으로 가능한 것은 조건을 만들어 실천하도록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어 “연애할 때는 여행도 자주 다니고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조건이 될 때 그렇게 하자. 프렌치 레스토랑은 우리 두 사람의 생일에, 해외여행은 전세 자금을 다 갚은 후에 가자. 지금은 그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이렇게 정해놓으면, 결혼 생활이 판타지와는 거리가 있어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부부가 공유하면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판타지를 이상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판타지가 소망 또는 이상으로 바뀌면 결혼 생활, 즉 진짜 삶은 역동적으로 즐거워진다. 판타지를 이루기 위해 꿈을 꾸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결혼 생활, 꿈이 있는 현실, 꿈이 있는 진짜 삶은 가슴을 뛰게 한다.

판타지는 결혼 후 1~3년이면 모두 깨진다. 왜 싸우는지 이해도 못 한채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많은 부부가 자신의 판타지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싸운다. 이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데, 이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결혼 생활은 불행해진다. 여기에 위기의 사건이 더해지면 이혼으로 이어진다. 현실에 부딪혀 신혼에 판타지가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 결혼 후 서로가 변했다며 싸우는데,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만 알아도 부부싸움이 줄어들고, 신혼 이혼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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