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입니다>
어딜 가든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누가 결정권을 가질 것인가’라는 권력 이슈가 생긴다. 사람에겐 누구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구와 내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상대보다 우위에 있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일상을 함께하는 부부 관계는 정치적으로 보면 권력관계다. 대체로 부부 중 한쪽이 권력을 쥐고 산다. 남편이 힘이 세면 남편 중심으로, 아내가 힘이 세면 아내 중심으로 간다.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더군다나 힘센 자의 생각이 지배하는 권력관계로 간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는 하나’라고 배워왔다. 결혼하면 ‘부부는 하나’라고 하며 산다. 이렇게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된다. 엄연히 둘인데 하나로 살려고 하니까 누구의 의견으로 하나를 만들 건가라는 문제가 대두된다.
현대 사회에서 부부 사이의 주도권은 돈, 명예, 배경, 지식, 자존감 등과 연결되어 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원가족에서 돈을 많이 지원받은 쪽이 권력을 잡기 쉽다. 신혼집이나 혼수 문제로 처가나 시집과 갈등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돈과 관련한 주도권 다툼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학식이 높은 쪽도 권력자가 되기 쉽다. 이외에 심리적으로 힘이 센 사람이 주도권을 갖기도 한다. 합리적인 사람이 합리성을 내세워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심리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 이들은 배우자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 상대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권력을 잡는 또 다른 방법은 희생과 헌신이다. 경제적으로 집안을 일으키거나 집안의 평화를 위해 큰 희생을 한 사람이 그 희생을 바탕으로 권력을 독점하기도 한다.
부부 관계에서 권력이 한쪽에 집중되면 둘 사이의 친밀함을 잃을 수 있다. 파워를 추구하는 사람은 파워 대상자와 심리적 거리를 둔다. 파워는 영향력이고, 영향력은 심리적 거리가 있어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한 사람이 권력을 독점하면 상대 배우자는 마음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권력자는 권력을 행사하며 존중받기를 원하고 이에 더해서 사랑도 원한다. 하지만 거리감을 느끼는 배우자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중과 사랑을 할 수 없다.
이처럼 권력을 독점하면 배우자와 친밀한 관계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권력에 눌린 사람에게 복수를 당하게 된다. 권력에 눌린 사람이 끝까지 눌리는 법은 없다. 주로 상대의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복수를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평생 남편에게 눌린 여자가 황혼 이혼을 선언하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를 상실하고 나중에는 복수까지 당하는 권력 독점, 선순환의 부부 관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