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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8. 2018

05. 남의 손에 파괴되는 자신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기본 욕구 세 가지 중의 하나로 자기파괴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자기파괴 욕구는 일상에서 나 자신에게 가혹한 대우나 처벌을 하는 것이다. 자기 파괴는 타인을 상대로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나를 공격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가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술에 취해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일부러 구타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일종의 자기 파괴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매 맞는 아내 혹은 남편으로 살아가면서 죄인처럼 상대의 수족 노릇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역시 자기를 파괴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내가 상담하는 내담자 중 한 사람은 결혼 후 20년 이상을 남편의 폭을 알고 있는 몇몇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한 중소기업의 CEO로서 꽤 덕망 높고 지인들과의 관계도 좋아서 모든 이가 칭찬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상하고 인자한 겉모습을 보면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녀는 주기적으로 나와의 상담을 요청했다. 남편은 그녀에게 극진히 잘해주거나 애정 표현을 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녀는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곤 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이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죄책감이 깊어져서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런그녀에게 남편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양심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내가 사랑을 받는 것은 너무 뻔뻔한 일이야’ 하는 마음에 오히려 불편했다.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편을 자극해야만 했다. 남편이 화가 나 자신에게 폭력까지 행사하게끔 조종하면서 자기를 파괴하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런 자기파괴 본능을 갖게 된 원인을 그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무척이나 엄격한 분들이었다. 자녀들에게도 훈계와 체벌의 강도가 지나쳤다. 더군다나 큰딸이었던 그녀에게는 더욱더 여자로서, 장녀로서, 사회인으로서, 아내로서의 임무와 의무를 크게 강조했다. 그녀가 자기의 본분에 힘써 영향력을 나타낼 때에는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고 기뻐했지만, 행여 부족할 때에는 과하게 질책했다. 잦은 비난에 수치심은 커져만 갔다. 은연중에 나는 못난 사람, 쓸모없는 사람, 무가치한 사람이라는 죄책감이 내면 깊숙이 뿌리내린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좋지 않은 모든 일이 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기파괴 본능은 어린 시절 부모의 지나치게 엄격하고 비합리적인 양육 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것은 곧 죄책감과 열등감을 심어주기 때문에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위의 사례에서 그녀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임에도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스스로 자기를 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편을 조종해 자기를 벌하는 행위로 폭력을 가하게 했던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수동공격은 자신이 느끼는 분노를 아무도 모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만만한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대놓고 표현하지를 못한다. 그랬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분노가 참는다고 사라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나 참았던 분노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게 되며, 그중 가장 흔한 방법이 침묵이다.

남편의 침묵에 기가 질린다는 지인이 있다. 그녀의 남편은 한번 말을 안 하기 시작하면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니라 길게는 6개월도 갈 때가 있다고 한다. 하루 일상은 평범하게 지나가는 듯 보이지만 부부간의 대화는 한마디도 없다. 한 지붕 아래 한솥밥을 먹으며 한마디도 안 하고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녀는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이런 현상은 사춘기 자녀들에게서도 자주 볼수 있다.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문을 쾅 닫고 들어간 후 두문불출하는 것도 부모를 향한 수동공격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교묘하게도 부모님이 원하는 행동을 거부하고 반대의 행동을 하면서 짜릿한 통쾌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우리는 상대가 원하는 행동을 고의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불만이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이해되지 못하고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수동공격의 심리는 자기 파괴로 발전할 수 있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음주, 마약, 약물 복용 등으로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그 원인을 다른 데서 찾기도 하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증폭되어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은 자신이 만들어 낸 함정으로 스스로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자책감에 빠져 있다.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한 자책감은 빨리 없애야 한다. 자책감은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방해하는 모든 오류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쓸모없는 것이다. 자책감이라는 감정 속에 자신을 올무로 묶어두고 자유를 구속하지만 자책한들 이미 지난 일들을 덮을 수도,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이다. 자책감은 삶을 기피하는 현상과 심각한 우울증이나 강박장애를 수반할 수도 있다.

한의사 강용혁 원장의 글에 의하면 우울증이나 강박장애 환자들 중에 가장 힘든 부분이 죄책감이나 수치심이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런 심리적 반응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정신기능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사람의 정신기능 중에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데, 양심에 울림이 있을 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런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후회하며 책망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도가 가벼운 상태는 정상 범위로 간주하지만 과도하게 발생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책감을 일으키는 두 가지 원인
  
자책감을 일으키는 첫째 원인은 아주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좋지 못한 기억들을 자연스레 습득해서 이미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시절의 기억들이 몸에 남게 되는 경우다. 둘째는 우리 스스로가 기본이라고 말하고 있는 규칙들을 어겼을 때 스스로 가책을 받는 경우다.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어린 시절부터 배워 온 비합리적인 신념이 일생에 죽 이어지는 감정 반응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유아기 때부터 자책감을 유발하는 말을 수도 없이 하고 있다. “너 때문에 엄마 화났어!” 또는 “너 때문에 동생이 아프니까 조용히 네 방에 가 있어!”라는 말들은 일시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해서도 여전히 그런 말들은 주위에 남아 있게 된다.

이런 씻기지 않은 자책감 중의 아주 작은 일부가 사람들의 사소한 지적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가령 “네가 그런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라거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혹은 “그래, 내가 너한텐 그런 존재밖에 안 된단 말이지” 등의 사소한 말일지라도 나이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간혹 윗사람들을 상대로 실망을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나를 지원해 주고 지지해 줄 막강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안겨 준 실망이 내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쌓아 온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부족한 자신을 질책하고 원망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경험들에 의해 우리는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 모든 것이 내 잘못이 아님에도 내 잘못인 양 자책하는 것부터 배워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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