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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2. 2018

01. 알파고 시대에 의미 있게 일하기

<다시, 장인이다>



2016년 제46회 다보스 포럼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가 시작되고,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었다(정민, 2016). 이런 가운데 과거 산업사회에서 새로운 산업사회로의 이행은 ‘효율’에서 ‘의미’의 시대로 일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대량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 체제가 도입되었다.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망치질만 하거나 나사 죄는 일만 했다. 완제품은 노동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건 중앙 관리자의 몫일뿐이었다. 일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경험이나 정성, 그리고 일에 대한 윤리와 사랑이 들어갈 여지를 없앨수록 더 효율적인 생산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정성스럽고 성실하게 자신의 기량을 쏟아 부으며 일하던 장인은 한낱 공장노동자로 바뀌었다(Bauman, 2010).

탈산업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소품종 소량생산 또는 맞춤형 생산과 서비스가 강조된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으려면 유연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천박한 기계주의’(Spengler, 1998)가 지배하는 ‘테크노폴리’(Postman, 2001)의 시대가 계속된다. 더군다나 단기성과만을 추구하고 인간을 수단화하는 천박한 일터 문화가 강요되고 있다(Sennet, 2009).

이런 가운데 제4차 산업혁명으로까지 불리는 더욱 발전한 기계와 컴퓨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위협에 처하기까지 됐다. 일자리의 절반이 기계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지식과 창조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과 같은 새로운 첨단 기술에 의해 촉발된 소위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이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협력하고, 감성적이며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10가지 능력

출처: Future of Jobs Report, World Economic Forum. (Alex Gray (2016). http://www.weforum. org/agenda/2016/01/the-10-skills-you-need-to-thrive-in-the-fourth-industrial-revolution?utm_ content=buffer813d5&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com&utm_campaign=buffer에서 재인용)

더 이상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직업적 소명의식과 의무를 따르면서 이를 금전적인 보상으로 확인하는 노동의 시대가 아니다. 철창과 같은 조직에서 주말만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노동을 참아내는 방식으로 일해서는 곤란하다.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일의 재미와 의미를 찾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일의 과정을 관리하고 통제하며, 자기 자신을 쏟아 부으면서 열정적으로 일해야 한다(Torvalds et al., 2002).

남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에 따라 일할 때 비로소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생산과 서비스가 만들어 질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김밥 한 줄을 말더라도 정성을 다하여 스스로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받는 일이 필요하다.

실제로 카이스트의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 기계가 직업의 47%를 대체하겠지만 가치, 감성, 판단을 하는 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느질은 기계가 더 잘하겠지만, 이탈리아 장인은 여전히 가치를 창출하여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장인이 만든 와인 혹은 구두처럼 제가 하는 음악이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망한다.

조직이나 기업이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구성원들의 이런 일에 대한 진심과 정성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경쟁업체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고유성 또는 전혀 새로운 ‘특이점(singularity)’을 갖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비록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발적이고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지라도 말이다(Kurzweil, 2005).

한마디로, 앞서 언급했듯이, 대량생산의 효율성을 위한 철두철미한 관리보다는 창조적 생산을 위한 고유하고 특별한 정성과 의미를 담은 일하기가 더욱 필요한 시대다. 한 예로 맞춤양복은 사양 산업이라고 치부되어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세상에 단 한 벌뿐인’ 나만의 고유한 정장인 맞춤양복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 명의 재단사가 한 땀씩 정장 한 벌을 전부 제작하는 비스포크 방식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옷 마니아들에게, 그리고 예복용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또한 기계가 만들어 내는 천편일률적인 생산품도 아니고, 다른 어느 누구도 맛을 흉내 낼 수도 없는 빵도 인기다.

이 모든 것은 새롭게 변화하는 일의 의미의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이미 일본은 장인 문화를 부흥시켜 마을을 재생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인 가치도 실현하고 있다. 일본 도야마(富山) 현 다카오카(高岡) 시는 400여 년 전부터 일본 최고의 동기(銅器, 구리로 만든 기구) 생산지로서 불교용구와 차 도구, 미술품 등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렇지만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량생산으로 물건이 넘치는 시대에 오히려 ‘세상에 하나뿐인’ 필연을 느끼게 하는 물건을 만듦으로써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도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렇게 일의 의미를 살릴 때 우리도 값싼 중국 제품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중국마저 정성과 열정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낸 제품들의 품질과 고유성의 중요성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장인 정신을 정부 업무보고서에 처음으로 언급하고 이를 배양해야 한다고 독려한다. 우리가 더욱 긴장해야 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대량생산의 효율성보다는 창조적인 일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일하는 사람도,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도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의미를 담는 것을 선호한다. 그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동하는 건 일하는 사람에게도, 그 결과물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사람에게도 무의미하다. 한마디로, 새로운 시대에 일의 의미는 더욱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바둑 기사 이세돌과 커제마저도 이미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졌다. 오래 전에 인간의 육체적인 힘을 초월한 기계가 이제는 인간의 지력을 넘어선 것이다. 더 이상 수 싸움만을 계속해서는 인간의 일의 미래는 없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일에서 새로운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 진심을담아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일은 진심 싸움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찾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장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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