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03. 2018

01. 화내지 않으려면 원하는 것을 말하라.

<나는 오늘부터 화를 끊기로 했다>




왜 요구하지 않는가?

일상 속에서 화를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자신의 요구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마법처럼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본인이 알리지도 않은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화를 낸다. 
  
이제 막 새로 구입한 고가의 바지를 입고 외출을 했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지퍼가 고장이 났다고 상상해보자. 바지를 환불하러 가게로 돌아갔다면 점원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 바지를 한번 보세요. 지퍼가 고장 났어요.”
“네, 죄송합니다.”
“무슨 바지가 이렇게 조잡해요!”
“네, 죄송합니다.”
“이런 물건을 팔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네, 죄송합니다.”
“환불해주세요.”
“아! 환불을 원하시는군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 알려주지도 않은 자신의 마음속 요구에 상대방이 부응하는 행동을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표현하지 않고 마음속에만 있는 요구를 알 수는 없다. 그러곤 화를 낸다. 

자신의 요구를 말하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이 알아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지 말자.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종종 이런 환상을 품는다. ‘정말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사랑한다면), 내 마음을 알 거야.’
  
한번은 화 다스리기 워크숍에서 사람들을 옆자리 사람을 향해, 이왕이면 함께 참석한 지인이 아니라 낯선 사람 쪽으로 돌아앉게 했다. 그리고 신체동작을 요구하는 간단한 부탁(‘목을 쓰다듬어주세요’ 같은)을 하게 했다. ‘펜을 빌려주세요’처럼 일상에서 흔히 하는 부탁을 피하기 위해 신체동작과 관련된 요구를 하라고 했다. 상대방은 그 요구를 따르든 거부하든 자유다. 그리고 역할을 바꿨다. 요구를 하는 것과 요구에 따르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쉬울까? 참가자들은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구체적 요구를 따르는 것이 요구하는 쪽보다 쉽다고 말했다.
  

입 밖에 내지 않은 요구들

일상생활에서 만약 요청을 하면 충족될 수 있는데 미처 말하지 않은 요구들이 있는가? 그것은 합리적인 요구들인가? 중요한가? 누군가 당신 내면의 요구들에 부합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 화가 나는가? 원하는 바를 말하지 않고 화를 일상 속에서 반복해서 내는가? 잠시 시간을 내어 입 밖에 내지 않은 요구들을 생각해보자.
  
요청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말하지 않은 요구들을 잘 살펴보면 화를 내는 많은 경우를 이해할 수 있다. 원하는 바나 필요에 관해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한다. 부부관계 클리닉은 내면의 요구를 상대방에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가르친다.

금요일 상담시간에 어느 아내가 남편에게 꽃다발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사랑의 표현으로서 받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 남편은 꽃가게에 전화를 걸어 커다란 꽃다발을 ‘사랑해’라는 카드와 함께 아내에게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상담시간에 남편은 드디어 아내의 웃음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내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비록 꽃다발을 받긴 했지만 남편이 ‘사랑해’를 카드에 직접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내면에 말하지 않은 요구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남편은 아내가 말하지 않아도 때때로 특별한 이유 없이 선물을 줘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했다. 

아내가 달라고 요구해서 받은 선물은 선물이 아니다. 엎드려 절 받기다. 남편이 선물을 할 때는 전화를 걸어 주문해서는 안 되고 직접 수고를 해서 자신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내의 요구는 남편의 세심함과 친밀함일 테고, 그것은 곧 자발적 선물로 표현된다. 이러한 아내의 요구는 아마도 남편의 과거 경험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내는 사라져가는 남편의 사랑을 선물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화를 내는 대신에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꽃다발을 보내줘서 고마워요.” 남편의 노력에 보답해 둘 사이가 더욱 가깝고 다정해지도록 애를 썼을 것이다.
  

충족되지 않는 요구가 화를 키운다.

많은 관계가 위험에 빠져 있다. 구성원 사이에 존재하는 입 밖에 내지 않은, 서로 간에 알 수 없는, 충족되지 않은 요구 때문이다. 이런 관계에는 부부, 연인, 이웃, 사업파트너, 조직 구성원들이 포함된다. 독서모임에 비해 결혼관계가 그러하듯, 관계가 더 중요할수록 그들 사이에는 잃을 것이 더 많아진다. 잃을 것이 많은 사이일수록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경향이 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쪽 배우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가 얼마나 많은지 상대방이 알게 되면 관계에 금이 갈까 두려워한다. 또 흔한 두려움은 이것이다. ‘사람들이 내 본모습과 내가 원하는 바를 알게 되면 나를 따돌리거나 아예 외면할지도 몰라.’ 세 번째 공포는 자신의 요구를 다른 사람이 거절하면 따라오는 감정이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이를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표현한다고 해서 반드시 충족되지는 않는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요구를 숨긴다. 이를 말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남편이 자신이 애인을 만들어도 아내가 반대하지 않기를 바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는 요구를 말하는 것이 결코 관계를 개선시키지 않을 것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결혼서약을 준수하고 외도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남편이 내재된 욕망을 말하지 않아야 결혼생활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서로의 중요한 요구가 충족되지 못한다면 관계를 끝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런 관계라 하더라도 감정상의 다른 문제로 인하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필요에 더 적합한 상대를 만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의 관계를 떠나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삶의 형태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것은 화가 삶의 일부로서 자리 잡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이다.

반드시 자신의 요구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스스로 이를 밝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일들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거울은 고쳐야 할 점을 찾는 데 쓰는 물건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