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03. 2018

02. 생각하며 연습하라.

<다시, 장인이다>



무턱대고 오랜 시간을 끌거나 여러 번 똑같이 반복만 해서는 곤란하다. ‘1만 시간의 법칙’만으로 장인이 될 수는 없다. 단순 반복은 그저 기능의 숙달에만 그칠 수 있다. 장인은 달인과는 다르다. 반복 훈련을 통해 특정 기능에 숙달한 달인은 그 직업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물며 장인은 더더욱 아니다.
  
일을 전문적으로 잘해내기 위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반추하면서 그 반복의 시간을 조금씩 변경하여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데르스 에릭슨과 로버트 풀(Ericsson & Pool, 2016)은 집중, 피드백, 수정하기 같은 올바른 방법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과 질인 것이다. 이를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라고 한다. 실제로 예술가들도 이렇게 ‘신중하게 계획된’ 방식으로 끊임없이 연습을 한다. 뛰어난 예술가는 단순히 오랜 시간을 연습하며 보냈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연습해야 비로소 타고난 재능도 뛰어넘을 수 있다.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이두헌 교수는 탁월한 음악가들이 매일 습관적으로 연습을 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실패하는 부분의 원인을 집요하게 찾아낸다고 말한다. 그러곤 그 부분에 집중하는 제대로 계획된 방법을 통해 반복적이고 신중하게 연습을 지속한다. 95세의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도 그렇게 하여 ‘지금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생각하며 연습하는 학습의 과정을 나는 ‘생각하는 손’(Sennett, 2010)과 ‘수고하는 머리’라고 명명하였다(장원섭, 2015).
  
고도의 숙련 또는 전문성은 단지 손끝에서만 또는 머리로만 형성되지 않는다. 손과 머리가 함께 작동하면서 배워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실천과 이론을 겸비할 수 있다.

기능 분야라고 할지라도 작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생각을 거듭한 후에 현장에서 실행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론과 실천의 상호의존성을 구현하는 ‘생각하는 손’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연구한 장인들은 일하는 과정에서 틈틈이 메모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통해 남들보다 더 빨리 배울 수 있었다. 평소에도 구상하고 계획한 아이디어들을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지식 분야에서 일할지라도 현장 경험을 통한 학습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문직 종사자들은 비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하여 학업 기간이 길고 이들의 일은 더 고차원적 이론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직접 실전에 부딪혀 보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반복과 학습을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만의 노하우와 감각 그리고 창조력을 발휘하는 더욱 높은 수준의 전문성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구상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일하기도 하고, 경험과 연습을 통한 숙련을 바탕으로 이론으로 나아가는 학습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숙련가 또는 전문가의 경지는 기능만도 지식만도 아닌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통합적 배움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 비로소 오를 수 있다. 결국 ‘생각하는 손’인 동시에 ‘수고하는 머리’여야 한다. 기능은 생각하여야 하고 지식은 손수 수고하여야 한다.
  
정리하면, 어떻게 연습하는가는 중요하다. 아무튼 노력과 연습이 없어서는 자신의 일에 있어서 전문성을 형성하기는 불가능하다. 장인은 필연적으로 노력의 대가다.
  
나는 장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천재성이 아니라 장인성을 얘기하고 있다. ‘노오력’이라고 아무리 비꼴지라도, 노력 없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은 만화 속에서나 존재한다. 더군다나 그런 세상에서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한마디로, 성장하려면 피땀 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1. 화내지 않으려면 원하는 것을 말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