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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1. 2018

02. 일정 기간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라!

<지방 대사 켜는 스위치온 다이어트>



우리 몸은 당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같이 사용하지만 지방보다는 당이 훨씬 쓰기 편한 에너지원이다. 당을 지갑 속 현금으로, 지방을 은행예금으로 생각하면 쉽다.
  
지방은 지방조직에 ‘무한대로’ 저장이 가능하지만 탄수화물은 간과 근육에만 비축된다. 근육은 자기가 사용할 정도의 양만 비축해두므로 탄수화물의 주된 저장고는 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간이 비축할 수 있는 탄수화물의 양은 약 100g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약 1/3 정도만 비축이 가능하단 얘기다. 지방은 무한대로 저장될 수 있지만 탄수화물은 한정된 양만 저장되기 때문에 몸에 들어오는 대로 바로바로 써야 한다. 탄수화물이 ‘냉장고’에 저장된다면 지방은 ‘지하냉동창고’에 저장되는 거라고 이해하면 쉽다.
  
우리는 필요할 때 바로 꺼내 먹을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둔다. 냉장고의 음식이 반쯤 비면 냉장고가 다 비기 전에 음식을 채운다. 냉장고가 텅 비는 상황은 위기상황이므로 미리 사둔 식품을 조금씩 꺼내 와서 냉장고에 넣는다. 그런데 냉장고 음식이 반쯤 비기도 전에 계속 음식을 사다 넣는 게 문제다. 냉장고 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음식이 들어오면 남아도는 음식은 다른 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인체의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냉장고를 열면 항상 탄수화물이 꽉 차 있는데, 굳이 지하냉동창고까지 내려가 지방을 끄집어 올 이유가 없다. 게다가 냉장고가 반도 비기 전에 탄수화물이 수시로 들어온다. 일부러 며칠간 단식을 하지 않는 한 지방을 꺼내 쓸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심지어 냉장고에 다 들어가지 못한 탄수화물은 지하냉동창고에 ‘지방’으로 저장된다. 탄수화물 냉장고는 저장용량에 한계가 있지만 지방을 저장하는 지하냉동창고는 한계가 없으니 더 큰 문제다.
  
  
우리는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
평범한 하루 일과를 떠올려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밥을 먹거나 간단하게 빵이나 수프, 아니면 우유에 콘플레이크를 먹고 서둘러 출근길에 나선다. 그마저도 시간이 없으면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시거나 선식을 타 마신다. 나름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위안을 한다. 그렇게 몸속 냉장고에 잔뜩 탄수화물을 넣은 채 그대로 차를 타고 회사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올라가 자리에 앉는다.
  
옛 우리 조상들은 밥을 먹고 나서는 걸어서 논밭에 갔고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꾸는 등의 신체활동을 하면서 냉장고에 비축한 당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어떤가? 버스나 차로 출근하면서 비축해둔 당을 쓰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 사무실에 도착하면 바로 의자에 앉아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시작한다. 당을 쓰기는커녕 더 집어넣은 셈이다.
  
냉장고에 탄수화물을 잔뜩 채웠지만 점심이 될 때까지 반도 꺼내 쓰지 못한다. 그런데도 점심시간이 되면 배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식사를 하러 간다. 늘 그렇듯 메뉴는 밥, 면, 빵 중 하나다. 다시 냉장고가 가득 채워진다. 오후 업무를 위해 달달한 믹스커피를 한 잔 더 마신다. 꽉 찬 냉장고에 또다시 당을 밀어 넣는다.
  
오후에도 줄곧 책상에 앉아 일한다. 몸속 냉장고에 채워진 당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초콜릿, 과자 같은 간단한 간식으로 오후의 출출함을 달랜다. 냉장고에 탄수화물이 또다시 찬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 하루도 몇 걸음 걷지 않았다. 집에서 밥으로 저녁을 먹으며 또다시 냉장고를 채운다. 식탁에서 서너 걸음 걸어 다시 소파에 앉는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켠다. 온 가족이 모인 늦은 시간에 과일을 먹으면서 꽉 찬 냉장고를 또다시 채운다.
  
우리 몸은 냉장고 속 탄수화물이 반쯤 비어야 지하냉동창고에서 저장식품인 ‘지방’을 꺼내 오는데, 하루 종일 그런 일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냉장고 속 탄수화물을 꺼내 쓰지도 않고 쉴 새 없이 채워 넣기만 했다. 지하냉동창고에서 지방을 꺼내 올 기회는 아예 얻지도 못했다. 하루 종일 지방 대사가 제대로 켜진 적이 없었다.
  
지방을 쓰지 않으니 지방은 몸속에 계속 쌓이기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을 꺼내어 쓰는 대사가 퇴화한다는 점이다. 건강한 몸은 냉장고가 반쯤 비면 지하냉동창고에서 지방을 꺼내 쓰면서 음식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지방 대사가 퇴화되면 지방을 꺼내 쓰는 대신 곧바로 당을 달라고 조른다.
  
살찌고 인슐린 저항성이나 렙틴 저항성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당을 끊임없이 섭취해야 하루 일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탄수화물 중독이다. 당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우울하고 짜증이 나며 무력감에 시달린다. 그러다 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증상이 사라진다. 지방을 쓰는 대사가 퇴화되었다는 신호다.




    

잘못된 방법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지방이 더 쌓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퇴화된 지방 대사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지하냉동창고에서 지방을 꺼내 쓸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냉장고를 싹 비우면 된다. 냉장고에 있는 탄수화물을 다 꺼내 쓰고도 새로 채우지 않으면 우리 몸은 어쩔 수 없이 지하냉동창고에서 지방을 꺼내 쓴다. 그러면 탄수화물만 안 먹으면 되는 걸까?그냥 굶으면 저절로 몸속 냉장고가 텅 비어 지방이 빠져나갈까? 그렇진 않다. 무조건 굶는 방식으로는 절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
  
우리 몸이 지하냉동창고를 여는 순간은 혈당이 떨어져 인슐린 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되고 있을 때다. ‘혈당이 떨어졌다’는 것은 ‘탄수화물 냉장고가 비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즉, 이제 지방 대사를 켤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그 신호를 인슐린이 준다.
  
문제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경우다. 건강한 사람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이 떨어지고, 혈당이 떨어지면 인슐린 수치도 떨어진다. 그러나 비만한 사람들 중에는 탄수화물을 안 먹어도 인슐린 수치가 계속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인슐린 저항성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혈당이 떨어져도 인슐린 수치가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고 높게 유지된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혈당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지방 대사를 켜라’는 신호를 내보내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턱대고 식사량을 줄이면 지방을 꺼내 쓸까?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탄수화물을 평소보다 적게 먹어도 인슐린이 정상보다 훨씬 많이 분비된다. 탄수화물을 안 먹고 단백질 식품 위주로 섭취한다고 해도 일부 단백질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도 인슐린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은 지하냉동창고의 지방을 꺼내 쓰는 대신 당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근육단백’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먼저 쓴다. 그러면서 당을 달라고 계속 졸라댄다. 그러다 탄수화물이 들어오면 냉장고에 보관하고 이전의 남은 음식은 지방으로 바꿔 지하냉동창고에 보내는 상황이 반복된다. 굶다가 다시 먹고, 굶다가 다시 먹고…. 비만한 사람들이 늘 반복하는 일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몸이 점점 지방을 안 쓰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 대사 스위치를 켜기 위해 3일만 버텨보자.
인슐린 수치가 바닥으로 떨어져야 본격적으로 지방 대사가 켜지는데,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적게 먹어도 인슐린 수치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인가?
  
단순히 적게 먹는 방법으로는 지방 대사가 인슐린 저항성을 이기지 못한다. 아예 안 먹어야 된다. 지방 대사에 ‘On’이라는 불이 들어올 때까지 일시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탄수화물의 최소 요구량은 50~80g 정도다. 지방 대사의 스위치를 빨리 켜기 위해 3일 동안만 탄수화물 섭취량을 최소 요구량인 50g 이하로 유지한다. 탄수화물 냉장고가 거의 빌 때까지, 그래서 지방 대사의 스위치가 다시 켜질 때까지만!
  
3일이면 된다. 다이어트 시작과 함께 3일간 탄수화물 섭취를 철저히 제한하여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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