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그의 두 눈은 책장을 뚫어버릴 듯했고,
그의 가슴은 두 눈이 읽는 각 구절의 의미를 무서운 기세로 파악하고 있었다.
-아우구스티누스, 스승 암브로시우스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태도부터 남달랐다. 그들의 독서 태도는 무시무시한 열정과 집중으로 요약될 수 있다.
서애 류성룡이 관악산에서 『맹자』를 읽을 때의 일이다. 그는 물긷고 밥 짓는 시동 하나만 데리고 빈 암자로 들어가 전투적으로 독서했다. 어느 날 밤 방문 앞에 이상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림자는 맹수 같기도 했고 도둑 같기도 했다. 그것은 꽤 오랜 시간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서애의 독서를 방해했지만 서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은 암자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책 속에 들어가 바깥세상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남명 조식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자리에 앉아서 독서했는데 온종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서 사람들이 조각상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는 평생 이런 독서 습관을 유지했다. 남명은 검을 몸에 차고서 독서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마 이런 각오를 했던 것은 아닐까. 만일 조금이라도 나태하게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면 이 검으로 베어버리리라.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성호에게 있어서 책은 책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이런 고백을 남겼다. “유배지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 창문을 닫고 밤낮으로 혼자 외롭게 살았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상황이 고마웠다. 그래서 ‘이제야 독서할 여유를 얻었구나’ 하면서 기뻐했다.” 다산에게 독서는 패가망신한 자신의 처지를 도리어 행운으로 여기게 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 그는 독서를 자기 자신보다 더 귀하게 여긴 사람이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중국의 천재 시인 도연명은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그대로 책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먹고자는 일까지 까맣게 잊은 채 책 속에서 빠져나올 줄 몰랐다. 그에게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아는 것이 아니었다. 책 세계의 주민이 되어 그곳에서 사는 행위였다.
알렉산더 대왕이 서른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손에는 『일리아스』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그는 부하와 백성에게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는 인문고전 독서로 얻은 특별한 두뇌의 힘으로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내가 이룩한 대제국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거든 나처럼 독서하다가 죽어라!”
가장 위대한 교부철학자로 평가받는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암브로시우스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글을 남겼다. “책을 읽는 그의 곁에는 누구도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손님들조차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의 두 눈은 책장을 뚫어버릴 듯했고, 그의 가슴은 두 눈이 읽는 각 구절의 의미를 무서운 기세로 파악하고 있었다.” 암브로시우스는 천재 중의 천재인 아우구스티누스가 감탄할 정도로 위대한 독서를 했기에 로마 황제들의 잘못을 꾸짖고 그들을 바른길로 인도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기독교 고전 중의 고전인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저자이자 서양의 독서가들이 최고의 모범으로 꼽는 독서가인 토마스 아 켐피스는 제자들에게 책 읽는 법을 이렇게 가르쳤다. “책을 손에 쥘 때는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입 맞추려고 할 때처럼 하기를, 책 읽기를 마치고 나면 하나님의 입을 통해 나온 그 모든 단어들에 감사를 표하기를.” 그에게 독서는 예배의 연장이었다.
톨스토이는 장 자크 루소의 책을 만나고 감동한 나머지 그의 초상이 새겨진 메달을 구해서 목에 걸고 다녔다. 루소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는 루소의 영향을 받아 대학까지 중퇴하고 말았는데, 후일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진짜 공부(인문고전 독서)를 하기 위해서였지.”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시각으로 인문고전을 읽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그리스 고전을 읽을 때는 고대 그리스인의 시각으로, 로마 고전을 읽을 때는 고대 로마인의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리스어와 라틴어 개인교사를 고용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공부는 20년 넘게 계속되었다. 버지니아 울프 연구가들은 말한다. 그는 그리스 로마 고전을 ‘읽었다’라기보다는 ‘먹어치웠다’고. 버지니아 울프에게 인문고전 독서는 단순한 책 읽기가 아니었다. 일생일대의 사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