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생각을 제대로 말하는 법>
실수: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 화를 내니?
이것은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다. 그중 대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당신의 인연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가장 핵심적일 것이다. 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말을 잘하는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의 핵심 지표는 바로 조심성 없이 말해 남의 미움을 사거나 말 몇 마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내뱉거나 남을 기분 나쁘게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늘 노력하며 지낸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쉬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걸까? 그 사람들에게 왜 말을 제대로 못하느냐고 물으면 늘 억울하다는 듯이 말한다. “전 별말도 안 했는데 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사실 대놓고 기분 나쁘게 말해 남을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았더라도 의도하지 않았으나 은근히 기분 나쁘게 만들 때가 있다. 서로 정면충돌한 것도 아닌데 기분 나쁜 말로 남을 불쾌하게 만든 경우에는 대체로 우리 마음속에 악의가 전혀 없어도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심리학적인 시각에서 볼 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쉬운 세 가지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관심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인데 다른 사람은 함부로 참견한다.
고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인 인격체이기 때문에 갑자기 판사가 튀어나와서 선고를 내리듯이 말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불편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동료가 뛰어난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회사에서 보너스를 받았다면 당신은 “정말 대단하네요!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며 축하할 것이다.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평가하는 듯한 말투로 “수고했어요”라고 말하고는 업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견까지 제시했다 치자. 어딘가 이상하지 않을까?
아마 당신은 남한테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관심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고, 심지어 칭찬하려 했던 것일지라도 이런 식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위로하고 싶었던 것인데 다른 사람은 무관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관심이 없으면 존중할 수 없고, 존중하지 않으면 당연히 불쾌하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건넸던 위로의 말이 종종 부작용을 일으켜 상대방은 오히려 우리가 너무 무관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누군가 곤경에 처했을 때 흔히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는 거야. 괜찮아, 나도 다 겪어봤잖아.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사건의 중요성을 평가 절하하는 듯한 말은 듣는 사람에게는 종종 무책임한 말로 들릴 수 있다. 마음을 넓게 가지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그가 어떤 결정을 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전혀 의식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말 때문에 다른 사람은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어떤 회사에 새로 온 직원이 경험이 부족해 기본적인 업무에도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경험이 많지 않은 상사라면 나름대로 호의를 표시하려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괜찮아. 누구나 처음에는 다 그래.”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성의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새로 온 직원의 독립성과 그가 한 일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너희들 일 처리를 참 바보같이 했구나. 난 어차피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기대 안 해.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 예의를 차리고 싶었던 것인데 다른 사람은 무언가 속셈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당신에게 누군가가 꿍꿍이속이 있는 듯한 말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분명 어딘지 모르게 불편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어 뭔가 개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남에게 일 처리를 부탁할 속셈으로 “언제 시간 있으세요?”라는 너무나 혐오스러운 말을 쉽게 한다. 아마 누구나 이런 질문을 들으면 뒷골이 서늘해져서 상대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도 이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상대방을 방해하는 것이 걱정스러워 말을 걸어도 괜찮은지 확인한 것일 테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지금 시간이 있다는 것을 당신이 알게 되면 그는 당신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어진다. 사실 이것은 인질로 잡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에게 예의 바르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한 것이 결과적으로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노하우: 사람에 초점을 맞추라.
다른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식으로 말할 필요 없이, 자기가 느낀 점에서부터 말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니?”라는 말은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말이다. 차라리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로 고쳐 “이렇게 하면 내가 너무 곤란하잖아”라고 말하면 훨씬 듣기 좋아진다. 전자는 다른 사람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평가하는 듯해 대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제넘은 행동이지만, 후자는 단지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을 비난할 권리는 없지만 자아를 표현할 권리는 있다. 그래서 같은 의미라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말을 자기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로 교묘하게 바꿔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남을 불쾌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연애할 때 연인에게 함부로 화를 내며 “네가 나한테 이렇게 하다니, 정말 지긋지긋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 대화법을 사용해 “네가 이렇게 해서 난 정말 상처받았어”라고 말한다. 같은 말이라도 전자는 남을 불쾌하게 하지만 후자는 동정하게 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로할 때 사람에 초점을 맞춰 말하는 방법을 쓰면 된다. “속상해하지 마. 이 일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래”라는 말 대신 “이번 일은 너한테 정말 아쉽게 되었구나. 하지만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난 다 알아”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앞에서 언급했던 신입 사원이 실수한 상황에서는 상사가 “다들 수고했습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저도 옆에서 지켜봤지만, 원래 지금 단계에서는 실수하기 쉽습니다. 제가 막 입사했을 때에는 여러분들만큼도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좋다.
같은 인사치레라도 이렇게 표현하면 훨씬 듣기 좋아진다. 왜냐하면 ‘당신’에 초점을 맞춰 개인의 차이를 강조했기 때문에 무관심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말하기의 기술적 측면에서 겨우 반걸음 정도 앞서 나간 것이지만, 좋은 인연을 맺는 데에서는 크게 한 걸음 나아간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는 먼저 요구 사항을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종종 이 과정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하지만 기꺼이 인심을 베풀지 말지는 스스로 잘 판단해 얼떨결에 바보처럼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언제 시간 있으세요?”라고 물었고 그가 당신의 부탁을 받아들였다고 치자. 상대방이 당신을 돕는 것은 설마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일까? 시간이 남을 때 그가 할 일은 얼마든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시간이 없어 당신을 돕지 못하더라도 그가 당신에게 시간을 내는 것을 꺼린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남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일의 전후 사정은 어떤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실질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등을 사전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도움을 청한 사람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어쨌든 당신이 먼저 정확히 설명해야 상대방도 당신을 도울 수 있다.
주의 사항
여기에서 다룬 내용을 다 읽고 겨우 말 몇 마디 하는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당신이 무심한 성격이라면 상대방이 이런 말을 듣고 불쾌해하는 것도 그저 마음이 약한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것은 원래 아주 소소하면서도 정교한 과정이다. 우리가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단지 말재주가 뛰어나거나 특별한 이야기로 남을 기쁘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고려하여 듣기 좋게 바꾸고 포장하는 작업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듣기 좋게 말할 수 있는 능력도 사실은 선한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들은 타인의 유리처럼 약한 마음을 깨뜨리는 동시에 자신도 그 유리 파편에 온몸을 상처 입게 되지만, 그렇다고 남을 원망할 수 없을 것이다.
자주 사용하는 표현
• 네가 이렇게 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려 들지 말고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말해야 한다.
•나는 네가 참 잘했다고 생각해. 다만 이번 일은….
일의 심각성을 부정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을 위로하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 안녕하세요.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요. 부탁하고 싶은 일은 …입니다. 일하는 데 방해해 죄송합니다!
당신이 부탁하고 싶은 일에 대해 직접 말하되 판단할 권리는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이 타인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더욱 예의 바르게 표현하고 싶으면 마지막에 공손한 표현을 덧붙여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