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다이어리>
인간은 아침에는 온몸으로 걷지만 저녁이 되면 오직 다리에 의지해 걷는다.
‐ 랄프 왈도 에머슨
결정할 일이 너무 많았던 날, 집에 돌아와서 탈진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 않나요? 계속 체크할 것이 많았던 날은 어땠나요? 그런 날에 당신은 기껏 세워둔 다이어트 계획을 포기하거나 해야 할 일을 꾸물대기도 했을 겁니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뤘을지도 모릅니다. 왜 하루의 끝에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걸까요?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의지력 실험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실험은 앞선 의문에 대한 단서를 줍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금식을 시키고는 갓 구운 초콜릿 쿠키와 빨간 무를 놓아둔 방에서 대기하도록 했습니다. A 그룹은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었지만, B 그룹은 무만 먹을 수 있었지요. 곧바로 두 그룹 사람들에게 기하학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사실 그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랬더니 A 그룹 사람들은 20분이 지나 포기한 반면 B 그룹 사람들은 평균 8분 만에 포기했지요. 두 그룹 간에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겁니다. B 그룹 사람들이 빨리 포기한 이유는 그들의 의지력을 쿠키의 유혹과 맞서 싸우느라 이미 소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A 그룹보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의지력이 바닥난 상태였던 겁니다. 우리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의지력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다른 연구 결과들도 있지요.
의지력은 유혹에 저항할 때뿐 아니라 결정을 내릴 때도 사용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항상 검은색 폴로 스웨터를, 버락 오바마가 같은 양복을, 마크 주커버그가 같은 티셔츠를 입는 이유도, 선택에 따르는 피로를 방지하기 위해서이지요. 아침마다 옷장에서 무슨 옷을 입을지 고르는 일, 침대에 누워 알람시계의 알람 해제 버튼을 누를지 말지 고민하는 일에도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하루 종일 의지력은 점차 깎여나가기 때문에 저녁이면 충동과 욕망에 휘둘리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좋은 습관은 이런 현상을 방지합니다. 별도의 결정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좋은 습관의 진정한 가치 : 의지력을 아껴준다.
아령을 들고 500회 정도 이두박근 운동을 하고 나면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없지요. 마찬가지로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유혹을 이겨낸 후에는 의지력을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특별히 일이 힘들었던 날 저녁엔 살찌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고, 과음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지요. 시험 전날 밤 너무 과도한 공부로 오히려 시험을 망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왜 우리는 매번 바른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할까요?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걸까요? 콜라를 마실지 물을 마실지, 운동을 할지 드라마를 볼지, 샐러드를 먹을지 햄버거를 먹을지, 이런 고민을 하는 대신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들이면, 반복되는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의 다른 영역에도 같은 이치를 적용하면 됩니다. 처음 습관을 정착시키려면 상당한 의지력이 필요하겠지만, 습관이 들면 의사결정 핸들에서 손을 떼고, 의지력 엑셀을 밟지 않아도 인생이라는 차가 알아서 굴러갈 겁니다. 습관이라는 주행 장치가 저절로 올바른 행동을 수행하는 겁니다. 그럼 삶이 한결 수월해지고 여러 번거로운 일들이 사라지지요. 일주일 전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들던 일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6분 다이어리>를 꾸준히 쓴다면 긍정적인 태도가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새로운 습관은 의지력을 낭비하지 않도록 도와주지요.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미 그 습관을 몸에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습관화된 행동으로 강화된 시스템은 뇌의 부담을 덜고 인생을 수월하게 합니다. 결정해야 할 작은 일들이 줄어들수록 중요한 결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중요하고 긴급한 사안들을 다룰 때 활용할 뇌의 능력을 남겨 놓는 효과까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