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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3. 2018

01. 중국어 귀는 저절로 뚫리지 않는다.

<1년 만에 중국어 통역사가 된 비법>



중국 유학을 하면 중국어는 무조건 잘하는 거 아닌가요?”
  
유학을 다녀왔다고 하면 가끔 이렇게 반응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학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몇 년을 지내도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학 자격증 하나 없을 수 있다. 중국어 귀는 절대 저절로 뚫리지 않는다. 공을 들여 꾸준히 공부할 때 실력이 향상된다. 중국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과 같다. 헬스장에 가기만 한다고 근육이 생기진 않는다. 운동할 때만 근육이 자란다. 마찬가지로 중국어도 우리가 의식해서 듣고 익힐 때만 지식이 축적된다. 덤벨, 바벨 등 운동 기구를 배합하는 것처럼 중국어도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을 골고루 익혀야 한다.
  
근육이 커지려면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하는 것처럼 높은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하려면 말하기, 독해 수준을 점차 끌어올려야 한다. 하는 만큼, 아는 만큼 들리게 된다. 그렇다면 왜 유학을 가는 것인가? 중국어 학습에 유리한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좀 더 효율적이다. 집에서 팔굽혀펴기만 해도 운동은 된다. 하지만 더 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최첨단 기구와 실력 좋은 트레이너가 있는 헬스장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좋은 어학 환경은 인풋과 아웃풋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인풋은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다. 이는 중국어 교재, 원서, 드라마, 영화 등을 보고 단어, 문장, 중국 문화 등을 익히는 과정이다. 아웃풋은 학습을 바탕으로 중국인과 대화, 작문, 시험을 보는 것을 뜻한다. 인풋으로 지식의 저변을 넓히고 아웃풋으로 지식을 다지며 정리 정돈이 된다. 인풋과 아웃풋의 조화로 지식은 머릿속에 공고히 남는다. 인풋과 아웃풋의 시간 배분도 중요한데, 나는 대략 6대 4 정도로 했다. 지식을 익히고 사용하면 뇌에 더 오랫동안 강하게 남는다.
  
주체성을 가지면 같은 환경에서도 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 8~12시까지 수업 시간은 선생님만의 시간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수업의 주체다. 선생님이 수업을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수업의 주인이란 사실을 항상 상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예습과 복습이 꼭 필요하며, 선생님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교육 시간은 낭비된다.
  
중국 생활 자체가 중국어를 배우는 채널임을 인지해야 한다. 무엇이든 100퍼센트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가지면 배움의 효과가 몇 배로 커진다. 나는 환경을 100퍼센트 활용하기 위해 스스로 묻고 다녔다. 길거리에 보이는 간판은 어떻게 읽지? 자동차를 수식하는 형용사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모든 상황을 100퍼센트 이용하겠다는 의식은 더 많은 지식을 자석처럼 끌고 온다.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많이 빨리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어 1,000개를 확실히 익혔다. 그러면 1,000개 단어가 뇌에서 서로 조합되어 1,300개 혹은 그 이상을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 쌓인 지식이 탄탄해지고 새로운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자동으로 습득된다. 교재로 공부할 때 이해되지 않았던 단어나 문장이 드라마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다. 드라마를 시청하다 모르는 문제도 중국인과 대화하면서 인식될 수 있다.모든 것은 1개의 단어 혹은 문장을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식은 둥근 원이다. 원이 작으면 외부 면적이 작다. 반면 거대한 원이라면 더 많은 지식을 끌어당겨 붙일 수 있다. 중국어를 쉽게 하려면 이 지식의 원을 키워야 한다.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을 배워야 한다. 양국 모두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다. 이것을 먼저 인식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느 날, 아는 형이 나에게 휴대전화 비용을 내준다고 가자고 했다. 어딜 가냐고 물었더니 ‘이똥통신(移动通信)’에 간다고 했다. 한국어인 줄 알았는데 중국어였다. 그만큼 발음이 비슷했다. 한국어는 70퍼센트가 한자어다. 그렇기에 적지 않은 중국어는 듣기만 해도 대략 유추가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배워서 써먹어야 할 단어다. 발음만 들어도 이해되는 단어는 빠르게 익혀버리자. 생경한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바로 써먹는 한자어를 배우는 거다.
  
사전에 의지하지 말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자. 사전을 바로 찾으면 1초 만에 뜻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고민하는 과정이 생략되기에 단어 뜻과 활용 방법이 머리에 남지 않는다. 다음에 그 단어가 나와도 여전히 모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애를 쓰며 생각하는 과정에서 내 머리는 수많은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틀리거나 맞거나 하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단어와 기존 정보를 연결하는 끈이 튼튼하게 형성된다. 우선 문맥을 면밀히 살펴서 단어와 문장의 뜻을 파악하자. 앞뒤 문맥, 전체 내용, 흐름, 기본 상식을 동원하면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람과 대화하면서 다음에 나올 내용을 예측하는 것도 이런 능력 덕분이다. 중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단순히 언어 스킬을 갖추는 게 아니다. 중국인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문법은 일단 넘기자. 어떤 학생은 초반부터 문법만 붙잡고 물어본다. 사실 문법보다 먼저 올바른 문장을 자주 반복해서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중국인들에게 문법을 물어보면 어감상 그렇게 사용한다는 말을 한다. 그냥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진짜 문법이란 이렇게 접근할 수 있다. 중국사람은 오랜 생활을 통해 언어를 익히고 축적했다. 수많은 예문이 뇌 속에 저장되어 있다. 문법이 틀린 말을 하면 바로 인식한다. 정확한 설명은 못 할지언정 옳고 그름은 확실하게 판단한다.
  
우리가 어떤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안에 축적된 예문이 적다는 의미도 된다. 많은 텍스트를 접하고 지식을 탄탄히 쌓을수록 문법은 상당 부분 쉽게 해결된다. 정확한 예문을 많이 파악한 상태에서 문법책은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독서할 때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으면 일단 끝까지 읽도록 하자. 아니면 간단하게 체크만 하고 계속 읽자.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몰랐던 단어가 어떤 뜻인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면 책을 마치고 돌아와서 찾으면 된다.
  
나는 처음 중국인과 대화할 때 느꼈던 짜릿함을 기억한다. 외국인과 소통을 하다니 멋진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흥분도 금방 사라지고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면 성장의 바퀴가 멈춰버린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항상 도전 과제를 정해야 한다. 나는 하루 1편 작문쓰기, 일주일에 책 1권 읽기, 학교에서 1등 하기, HSK 시험 만점 받기 등 현재 능력보다 높은 목표를 세워 끊임없이 독려했다.
  
중국에서 잘한 게 있다면 매 순간 새로운 열정의 대상을 찾은 것이다. 중국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100퍼센트의 환경이지만 열정이 0퍼센트라면 무용지물이다. 환경 100퍼센트에 열정 100퍼센트를 곱해 놀라운 성과를 만들자. 눈과 귀를 확! 열자. 1분 1초, 모든 양분을 흡수하겠다는 열정으로 덤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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