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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3. 2018

04. “저 그만두겠습니다.”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는 기술>



다른 부서로 가거나 이직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보자. 또는 회사를 그만둔 후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에게는 나쁜 소식이 아니지만 당신의 상사는 듣기 힘든 소식일 수 있다. 출판사 마케팅이사로 3년간 근무하던 로리(Laurie)는 출퇴근에 왕복 4시간이 걸리자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로 결심했다. 원래는 매우 자신감이 넘치는 로리는 이 이야기를 상사에게 꺼내야 할 때가 다가오자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 됐다.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상사에게 그냥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할 수는 없나요?” 내가 이렇게 제안했다. 
“네, 그러면 되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마음이 안 좋아요.” 
“왜죠?” 나는 물었다. “근로계약에 어긋나거나 뭔가 회사와 약속한 게 있는데 그걸 어기셨나요?” “아니요.” “3년 동안 열심히 일하셨나요?” “물론이죠.”
“이 직장에 매여 있을 필요도 없고, 지금 상사를 위해 평생 일할 의무도 없어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네요.”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상대방의 반응에 어떤 의무감을 느끼거나 그 반응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근로계약상 뭔가 의무조항이 있는 게 아니거나, 적절한 절차를 통해 퇴사를 통보하는 것이라면 퇴사하겠다고 공손하지만 힘 있게 말하라.
  
로리는 퇴사 통보를 상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나는 이렇게 제안했다. “제가 상사라고 가정하시고 제게 한번 연습 삼아 말씀해보시죠.”
  
이런 대화 연습을 미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로리는 대화를 시작할 때 긴장 때문인지 어색하게 웃었고 보디랭귀지 또한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로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 이렇게 말씀드리게 되어서 정말 마음이 안 좋은데요……, 정말 죄송하다고 먼저 말씀드려야겠는데, 더 이상 회사에 나오기 힘들어서요.”
  
본인을 깎아내리는 전형적인 언어와 행동 양식이었다. 나는 로리에게 멈추라고 하고, 다음과 같은 지침을 주었다.

1. 할 말을 미리 계획해라. 아예 할 말을 적어보자. 
2. 연습하라. 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친구에게 상대방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해 미리 대화 연습을 하자. 
3. 사과하지 말라. 뭔가 잘못한 게 아니라면, 퇴사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말하지 말라.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정말 좋은 분들인데 이별하게 되어 슬프네요. 모두가 그리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이제 다른 일을 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이렇게는 말하지 말라.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좋아하실 것 같긴 한데요. 정말 바쁘신데 이런 이야기까지 듣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몸동작으로 사과를 전달하려고 하지 말라. 의자에 앉아서 몸을 비비 꼬거나, 손을 뒤틀거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 방금 중요한 결정을 내린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1. 메시지는 간단하게 하라. 이 정도라면 충분하다. “다른 기회가 생겨서 한번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다 늘어놓으며 변명할 필요가 없다. 상사에게 세세한 내용까지 다 말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상대방과 얼마나 많은 내용을 공유할지는 상대방과의 평소 관계가 어떤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처음 말을 꺼낼 때는 짧고 간단하게 하라.
  
2. 공손하면서도 강력한 한 마디를 준비하라상대방이 당신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당신을 설득해서 당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하게 만들 것 같다면, 공손하면서도 힘 있게 입장을 표현하는 한 마디를 준비해 대화에 임하라.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논리를 펼치든 계속 당신이 준비한 그 한 마디를 반복하라. “회사에 남아있기를 원하시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결정했습니다.” 당신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오지 않는 한, 준비해간 한 마디를 계속 전달하라. 
  
3. 나중에 후회할 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퇴사 전 이런 얘기는 꼭 해야겠다며 별렀거나, 동료가 얼마나 게으른지 꼭 상사에게 말하고 가야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해도 절대로 그런 말은 하지 말라. 마음에 담아놓았던 말을 했다가 나중에 후회한 사례가 많다. 별러 왔던 무언가를 말해서 속이 시원해지는 건 그 이야기를 하고 난 몇 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 후에는 찜찜한 기분이 들 것이다. 당신의 평판이 떨어질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제프(Jeff)는 이런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사람이다. “그동안 그 일을 그만두는 날만을 손꼽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상사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제 상사는 별로 좋은 매니저가 아니었고 팀원을 공평하게 대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쌓아놨던 얘기를 다 했죠. 상사가 꽤 충격을 받은 게 보이더라고요. ‘난 언제나 우리 둘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요. 왜 빨리 말하지 않았나요?’ 상사는 진심인 것처럼 보였고, 저는 얼간이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 에 나오는 스케치북 메시지처럼, 화이트보드에 자기 상사가 입 냄새가 심했다는 둥 얼마나 끔찍한 사람이었는지 세세하게 고발하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진을 찍어 전체 직장에 이메일을 보낸 여성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아주 창조적인 퇴사 방법이다. 그러나 동종업계에서 그녀의 평판은 어떨까? 상사에 대한 복수 메시지를 담은 33장의 사진을 찍어서 폭로하는 직원이라는 평판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전 직장 상사, 동료,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입 밖에 내지도 말고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지도 말라. 누군가 그걸 읽고 당신에 대한 악감정을 가질지 모르는 일이다. (당신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 사람 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퇴사하면서 회사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에 자신의 상사에 대한 험담을 했다. 익명으로 남긴 글이었지만 정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회사에서 누가 그 글을 올렸는지 특정할 수 있었다. 결국 그에게는 명예훼손 소송을 하겠다는 회사 변호사의 통보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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