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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7. 2016

08. 마시멜로를 먹을 것인가.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당신은 작고 평범한 방으로 들어간다. 의자 하나, 탁자 하나, 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서프라이즈 룸(Surprise room)’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한 남자가 당신 앞에 장난감들이 담긴 상자를 놓으면서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식을 먹겠는지 묻는다. 당신은 좋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왜냐하면, 당신은 지금 네 살짜리 아이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만난 친절한 남자는 잠깐 나갔다가 오겠다면서 만약 기다리기 싫으면 벨을 누르라고 말한다. 벨을 누르면 금방 돌아올 거라면서 남자는 당신에게 연습을 시킨다. 벨을 누르자 밖으로 나간 남자가 즉시 돌아온다.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된다.
     
그러더니 남자는 탁자 밑에서 접시를 하나 꺼내 올려놓는다. 접시에는 마시멜로가 있다. 남자가 말한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두 개 줄게. 그 전에라도 네가 벨을 누르면 나는 바로 돌아올 거야. 하지만 그때는 마시멜로를 한 개만 줄 거야.” 남자는 같은 설명을 한 번 더 되풀이한 뒤 당신에게 묻는다.
     
“가만히 기다리면 뭘 얻을 수 있다고 했지? 어떻게 하면 내가 바로 돌아온다고 했지? 네가 벨을 눌러 나를 부르면 마시멜로를 몇 개 준다고 했지?” 당신이 대답하자 남자는 맞는다며 문을 열고 나간다.
    

 
이제 당신은 혼자 남았고, 눈앞에는 마시멜로 접시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기다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마시멜로 두 개가 한 개보다 나으니까. 하지만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들다. 지금 마시멜로를 먹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자연스레 벨로 눈길이 간다. 바로 앞에 있다. 벨만 누르면 기다림은 끝난다. 벨을 누르면 바로 마시멜로 한 개를 먹을 수 있다. 당신은 마시멜로를 쳐다보고 있는가? 입에 침이 고이나? 한 개 먹으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는 중인가? 얼마나 맛있을까? 마시멜로를 혹시 슬쩍 만져보고 있나? 쿡 찔러 보나? 아니면 집어 들었나?
     
대부분 아이는 마시멜로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에서 네 살짜리 어린이 중 70%는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두 번째 마시멜로를 포기했다. 미셸은 마시멜로 실험을 여러 형태로 변형시켜 진행하면서, 성공적으로 기다리는 것의 핵심은 마시멜로를 정신적으로 밀쳐 두는 것이란 사실을 발견했다.
     
미셸의 관찰에 따르면, 아주 빨리 벨을 누른 아이들은 잠시도 마시멜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반면 오래 버틴 아이들은 “지연된 시간 동안 관심과 생각을 의식적으로 보상물에서 다른 곳으로 돌려 좌절감을 줄였다.” 다시 말해 그 아이들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이 결론을 검증했다. 연구원이 방을 나서기 전에 한 가지 지시를 더 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원은 한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대상을 변형시키라는 아이디어를 주었다. “저 마시멜로가 구름이나 달이라고 생각해보렴. 구름을 갖고 논다고 상상해 봐.” 다른 집단에게는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마시멜로가 어떤 맛일지 생각해봐. 얼마나 부드럽고 끈적끈적할까? 먹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구름 집단의 아이들이 벨을 누르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3.5분이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상상한 아이들은 평균 5.6분을 버텼다. 달고 끈적거리는 맛을 상상한 아이들은 문제에 초점을 맞췄고, 문제는 재빨리 그들을 삼켰다. 구름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문제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방법이 제시되었다. 문제와 단절하는 방식을 주자 아이들은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문제에 끈질긴 관심을 쏟는 것과 문제로부터 눈길을 돌리는 것은 이렇게 다르다. 문제에 대한 집중력을 흩뜨리면 참을성이 생기고 자유로워져서 해답을 찾을 준비가 된다. 문제에 직접 온 신경을 집중하면 문제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해져서 해결 불가능한 것이 된다.
     
우리의 뇌는 눈앞의 달콤한 마시멜로가 아니라 그 너머의 것들을 보게 해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눈앞에 놓인 문제로부터 눈길을 돌릴 수 있었던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SAT 점수가 최대 210점이나 더 높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더 성공적이고 평탄한 삶을 살았다.
     
문제에 뛰어들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주위를 둘러보라. 이는 마치 케이크 재료들을 하나씩 먹는 것이 아니라 케이크를 굽는 것과 같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더 근사한 것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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