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에 미쳐라>
언덕 아래와 언덕 위에
각각 편의점 A와 B가 있다.
당신 집은 딱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뭔가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선 당신은
어느 편의점으로 향할 것인가?
인간은 합리적일까, 아닐까?
세상에는 두 가지 방식의 삶이 존재합니다.
창의력 따윈 나와 무관하다고 믿으며 사는 것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이 창의력의 산물이라 믿으며 사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우리 인간은 합리적일까, 아닐까?”
인간은 동물 가운데 이성과 지성을 모두 가진 유일한 고등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 역시 합리적 사고와 판단을 기초로 이뤄진다는 것에 이론(異論)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앞서 제시한 편의점 A와 B 그림을 보라.
언덕 아래쪽에는 ‘편의점 A’가 있고, 위쪽에는 ‘편의점 B’가 있다. 두 가게 모두 동일한 브랜드의 편의점이라고 하자. 따라서 취급하는 상품이나 규모는 거의 같다.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진다.
“그림처럼 자택을 출발한 당신은 어느 쪽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기게 될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곧바로 ‘편의점 B’라고 대답한다. 그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물건을 사러 갈 때는 빈손으로 언덕을 오르는 게 편하고, 물건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올 때는 짐의 무게를 고려하면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편해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이 ‘편의점 B’를 고른다.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판단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아니,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을 할까? 물론 위의 대답처럼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그림과 같은 상황에 놓이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언덕 아래에 있는 ‘편의점 A’로 향한다.
이러한 사례는 인간의 소비 행동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입증해준다. 인간 행동을 둘러싼 각종 통계에 많은 오차가 발생하는 것도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을 비합리적이라고 얘기하기보다는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무의식적 행동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인간은 종종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가끔은 최소 비용과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인(homo economicus)이라는 기본 가정이 무색해지기도 한다.
제한된 합리성
●편의점 A(언덕 아래)로 향하는 까닭을 명칭
을 들어 입증해보자. 특정 도시의 중심부를 가리켜 영어로 뭐라고 하는가? 바로 ‘다운타운(downtown)’이라고 한다. 즉, 아래(down)에 형성된 도시(town)라는 의미다. 서양에서 중심가는 아래쪽에 형성된다.
또 하나, 일본어로 ‘상업시가지’를 무엇이라 부르는지 아는가? ‘시타마치(下町)’라고 한다. 한자 아래 하(下)가 의미하듯 아래에 존재하는 마을(町)로, 과거 상인이나 장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을 가리킨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사람들이 모여 시장이 형성되는 곳은 모두 아래 지역이다. 태풍이 몰려오면 가장 먼저 물에 잠기는 곳이 시장이다. 매년 물에 잠겨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으면서도 상인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래쪽이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더해 인간의 눈은 하향 지향성을 띈다.
십수 년 전 국내에 콜라 대전이 한창일 당시 얘기다. 당시 국내에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외에도 콤비콜라와 815 콜라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었다. 어느 대학 구내 자판기에는 815 콜라밖에 없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맛의 우열에 관한 논쟁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필자도 호기심이 발동했다. 수업 시간에 탁자 위에다 종이컵 네 개를 나란히 정렬해놓은 다음, 상표를 가린 콜라 네 개를 각각의 종이컵에 따랐다. 그러고는 학생들에게 한 명씩 나와 시음하게 한 후 가장 맛있는 콜라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신기하게도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한 것은 맨 왼쪽의 종이컵에 든 콜라였다. 선택 이유를 묻자 “톡 쏘는 맛이 강한 것 같다”, “감미롭다”, “평소 즐겨 마시던 것이다” 등의 대답이 나왔다. 하지만 이 실험에 사용된 콜라는 모두 같은 것이었다. 상표가 동일하다면 당연히 그 맛에 대한 평가도 같아야 하지만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세상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책이나 신문, 상호, 달력, 벽보 등을 보라. 시작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사물이나 기계의 작동과 조작도 비슷하다. 그러하듯 인간의 시선도, 선택도 맨 왼쪽이 가장 먼저 노출되기에 나온 결과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근래 행동경제학이 주목을 받으면서 경제를 사회심리, 인지, 감정 등 인간적인 측면에서 주목하고 추구하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한정된 합리성을 제창하였다. 그는 “경제에는 수학과 달리 합리성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으며 경제 주체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가령 수학적으로는 계산이 가능하더라도 그 조합이 방대하기에 감정과 같은 것이 개입되면 실제 계산이 불가능한 분야가 널리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이먼의 주장처럼 합리성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그 적용 범위가 점점 한정돼가는 추세다.
결국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과 그로 인한 비합리적 행동의 다발(多發) 역시 비선형 세계의 도래를 촉진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Think
Critically
1. 제한된 합리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인간이다.
2.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은 비선형 세계의 도래를 촉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