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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8. 2018

04. 부동산 정책 완벽 분석

<그래서 어디를 살까요>



2017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8·2 대책일 겁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시점에 발표되었는데요. 그래서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도 부랴부랴 휴가를 취소하고 업무에 복귀해 발표했다고 합니다.

6·19 대책의 효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부도 추가 대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압박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를 한발 늦은 대처로 판단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참여정부 때 3년 동안 순차적으로 17번에 걸쳐 적용했던 것을 하루에, 그것도 훨씬 센 강도로 발표해버렸습니다.



꼼꼼하게 살펴보는 8•2 대책

8・2 대책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실수요 보호를 위한 투기수요 억제가 핵심이었는데, 일단 투기 수요가 확실히 좀 줄긴 했습니다. 충분했느냐 과했느냐에 대한 판단은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건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투기 수요는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적어도 8·2 대책 이후 초기 몇 달간은 말이에요.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실수요자인데 대출이 막히거나 줄어들어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불평의 소리도 높아졌습니다. 투기세력과 실수요자를 명확히 분리하는 게 애매한 경우도 많을 테니까요. 실제로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다주택자라고 해도 여러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도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모두 실수요자인데도 투자자로 취급한 것이죠. 또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불면서 강남 등 원래 비싼 지역은 더 오르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떨어지는 부동산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이제 정부는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상위(2017년 5~11월, %)

처음에는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되지 않았던 분당구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마치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된 것에 토라진 사람처럼 8·2 대책 이후 나 홀로 불타오르고 있었거든요. 뒤늦게 대구 수성구와 함께 추가 지정이 됐는데, 어쨌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바로 분당구라고 합니다. 뒤늦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 역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매매가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사실상 범어동 하나 때문에 지정이 된 것이죠. 범어동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몰렸으니까요. 그래서 범어동과 멀리 떨어져 있고 새 아파트도 아닌 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좀 억울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에도 그런 구가 많습니다. 사실상 한두 동에서 이상 과열을 보이는 건데, 그 때문에 나머지 동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일종의 연대책임인 셈인데, 그렇다고 동 하나만 콕 찍어서 규제할 순 없었겠죠.

투자 수요가 분양권에 몰렸고, 그렇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도 분양권에 집중됐는데, 생각해보면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선분양제를 유지하며 분양권 거래도 할 수 있게 해놓고선, 막상 분양권 거래를 한다고 투기세력 취급을 해버리니까요. 그러니까 분양권 거래 자체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거라고 판단한다면 애초에 법적으로 분양권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해야 맞는 것이지요. 사실 후분양제만 도입되면 이런 논란이 없어지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2017년 10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김현미 장관이 LH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죠. 그리고 2017년 12월 후분양제를 일부 도입하는 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후분양제 도입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존에는 집을 다 짓기 전에 분양을 먼저 했습니다. 분양받는 사람은 계약금도 중도금도 미리 다 내야 하니, 중도금대출 문제가 항상 뒤따라 왔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미리 돈을 다 받고, 그 돈으로 아파트를 지으면 되니 자기 자본이 별로 필요치 않은 굉장히 편한 제도지요.

한편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가 많이 올라갈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실제 가치에 더 접근하게 되는 것이죠. 건설사는 거품이 낀 고분양가로 분양할 수 없고, 투자자는 시세차익을 보려고 분양권을 사거나 팔 수도 없습니다. 후분양제만 도입되어도 투기 수요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민간분양에까지 도입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다 지을 수 있는 건설사는 얼마 되지 않거든요. 결국 은행 돈으로 지을 텐데, 이는 대출 이자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니, 중소 건설사에 엄청난 타격이 될 거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분양가상한제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새 아파트 인기가 좋은데,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예전 대세 상승기와 같은 고분양가로 분양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당첨만 되면 대박, ‘로또 분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8·2 대책 이후 다주택자의 수요도 빠졌으니,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선 최고의 여건이 마련된 셈이죠.

분양가상한제의 목적은 주변 아파트 시세 상승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고분양가로 분양이 되면 주변 아파트 가격도 새 아파트와 키높이를 맞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각종 규제 정책으로 투기 수요의 접근을 막고, 실수요만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면 시세 상승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억지로 막으면 오히려 부작용도 많이 생깁니다. ‘로또 분양’으로 인해 분양권 시장이 투기판이 될 가능성이 높고, 건설사는 싼 자재로 아파트를 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자체가 걷을 수 있는 세금도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실수요만 남아 있다면 가격을 시장에 맡겼을 때 오히려 실용적인 정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비싼 동네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 좀 덜 비싼 동네에 그 돈을 쓰는 겁니다. 고급화에 대한 수요가 있는 지역에선 고급화한 만큼 분양가도 높게 책정하고 그만큼 더 걷힌 세금은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쓰면 됩니다.

심리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건 주거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결국 집 때문에 결혼도 못 하고 아이도 못 낳는 젊은 세대가 얼마나 많을까요? 그들에게 정책 지원을 더 하려면 시장의 양극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멋지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결국 8·2 대책 이후의 시장 흐름을 보면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수요를 해결할 수 없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부동산 정책을 만들 때는 서울과 서울이 아닌 지역을 확연히 분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주거복지로드맵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는데, 수요가 훨씬 많은 서울에 혜택이 별로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네요.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나왔는데, 신 DTI와 DSR을 도입하여 다주택자들의 추가 대출을 막고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한다는 게 그 목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서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대출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통계는 KB시세인데, 임대주택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역산해서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고 합니다. 굉장히 세밀하게 정책을 준비했다는 게 잘 드러납니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던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내보이고 있는 것이죠. 당연히 부작용이 없을 순 없겠지만, 생각보다 정부 정책은 꼼꼼히 준비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남은 카드가 보유세일 텐데, 실제 도입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8년에는 추가 정책보다는 2017년에 나온 정책들을 보완하는 차원의 정책이 나올 것입니다.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이슈도 있는데, 지역별 부동산 이슈를 지자체에 건의하여 모두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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