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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8. 2018

03. 부동산 위기 대처법

<그래서 어디를 살까요>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아니,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위기였지요. 바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이 두 시기에 미분양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도 대폭 하락했습니다.

사실 IMF는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준 대형 사건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도 이때 처음 생겼고, 계층 간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사람들이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부동산은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IMF 이후 부동산도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물론 현명한 투자자들은 위기를 위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과감하게 투자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수익을 올렸는지는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아니 전 세계적으로 보면 훨씬 더 큰 위기였지만, 한국인이 체감한 건 IMF 때가 더 심각했습니다. 원래 뭐든 처음이 더 힘든 법이지요.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위기 때 가장 무서운 건 갑자기 돌변하는 은행의 태도입니다. 대출 연장 같은 게 불가능하니까요. 평소 같으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던 대출도 다 막혀버리니, 자금 유동에 엄청난 문제가 생깁니다.


위기가 기회다.

우리가 경험한 두 번의 위기 덕분에 정부도 개인도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버블이 쌓이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 관리를 잘 해야 또 다른 위기가 와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알고 있는 것이지요. 개인이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하는 행동입니다.

또 하나 얻을 수 있었던 중요한 교훈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입지가 좋은 곳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된다는 걸 확인했으니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방 부동산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투자자들이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탓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서울 등 수도권은 3~4년간 침체기를 겪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기회를 본 사람들은 침체기 끝에 지금 엄청난 이익을 얻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지요. 계속 더 오를 거란 기대 심리로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계속 더 떨어질 것 같은 불안 심리에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시장이 탐욕에 젖어 있을 때 위기를 대비하고, 시장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기회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그렇다면 위기의 징후가 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걸까요? 우선 산업단지 투자는 각별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의 거리가 가까움)은 중요한 명제이고 그래서 지방산업단지 인근 택지지구 투자 역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위기가 왔을 때 더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위기나 금융위기가 오면 부동산만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라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업종에 따라서는 위기가 끝난 후에도 회복할 수 없는 산업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 업종이 먹여 살렸던 몇몇 도시들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다른 제조업 분야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어야겠지요. 중국이 따라잡고 있는 분야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그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 역시 황폐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어느 정도 끼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히 공부해야 하지요. 거품이 걷힌 실체를 볼 줄 알면 위기가 와도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1997년과 2008년의 경험이 있으므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제법 많습니다. 당시 어떤 지역이 가장 많이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 이후 어떤 지역 회복이 늦고 빨랐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된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진정한 공부가 됩니다.

버블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투기 수요가 빠져도 버틸 수 있는 실수요의 크기입니다. 결국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지요. 일자리, 교통, 학군, 상권, 환경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지금의 매매가가 합당한지 판단할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전세가율의 변화나 인구 이동 현황 등 객관적인 지표를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입지가 애매한데 불명확한 호재 몇 개만 믿고 투기 수요가 몰린 지역이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정신 승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 쓴 사람이 과연 위기가 왔을 때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요? 그러니 위기가 오더라도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해야 합니다. 양적인 투자를 하며 욕심을 부리기보다 질적인 투자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똘똘한 한 채, 혹은 두 채 전략일 겁니다.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진짜 위기입니다. 꾸준히 공부하여 정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 조정을 해나간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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