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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1. 2018

08. 아는 것을 표현하라!

<고수의 질문법>


지식견해

사람은 어떻게 발전할까? 나는 그동안 어떻게 변화했을까? 과연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일까? 가장 이상적인 발전의 프로세스는 뭘까?

바람직한 발전의 단계는 ‘지식견해(知識見解)’라는 네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그 첫 단계는 ‘알 지知’, 즉 아는 것이다. 그런데 안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아는 것의 정의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표현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막힘없이 줄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일의 핵심은 뭐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될 것이고, 이런 부분을 도와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그가 하는 일을 그림처럼 그릴 수 있다. 반면 일 못하는 사람의 특징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꾸 나중에 보고서로 제출하겠다고 미룬다. 그럴 필요 없으니 지금 말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할 수 없이 설명을 하긴 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정리되지 않아 이해할 수가 없다. ‘알 지知’ 자는 ‘화살 시矢’에 ‘입 구口’를 더한 말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고 나는 해석한다.

발전의 두 번째 단계는 ‘알 식(識)’ 자다. ‘말씀 언言’에 ‘찰흙 시(戠)’를 더한 글자로, 말을 찰흙판에 새긴다는 의미다. 즉, 글쓰기를 뜻한다.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글쓰기다. “이 조직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글을 잘 써야 합니다. 글을 쓰지 못하면 위로 올라갈 수 없어요. 중요한 건 글쓰기는 절대 남에게 시킬 수 없다는 겁니다. 윤리 규정에 어긋나지요.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과 철학, 관점 등을 다듬고 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조직의 경영진을 코칭하는 고현숙 코치가 미국에 다녀와서 내게 해준 말이다.

안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그리고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글은 아무나 쓸 수 없다. 먼저 아는 것이 있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대강 정리가 된 생각은 글을 쓰면서 개념이 점차 확실해진다. 이러한 개념의 구체화 과정을 나는 강의를 하면서 종종 체험할 때가 많다. 예컨대 최근 들어 관심이 생긴 분야를 강의 도중 가볍게 설명할 때가 있다.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하는데 자꾸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개념이 명확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것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개념이 확실하지 않아도 말은 할 수 있다. 그런데 개념이 불명확하면 글은 쓸 수 없다.

발전의 세 번째 단계는 ‘볼 견(見)’이다. ‘의견’의 견 자다. 난 자기 의견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반대로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을 보면 당황스럽다. 자기 의견 없이,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의문도 없이 세상을 산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턱대고 좇게 되지 않을까? 어디서 한 가지 배우면 그게 세상의 절대적 진리인 것처럼 추종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배척하지 않을까?

그런데 의견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배움의 결과로 얻어진다. 식견識見이란 단어가 그걸 말해준다. 지식이 있어야 견해가 생긴다는 말이다. 지식이 없는 의견은 자기만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가 냄비처럼 끓었다 식었다를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식과 식견의 부족 때문이다. 그래서 별 이야기 아닌 것에도 쉽게 흔들리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의견이 있어야 한다.

발전의 마지막 단계는 ‘풀 해(解)’다. 문제를 푼다는 의미다. 우리는 왜 배울까? 뭐 하러 힘든 공부를 해서 대학까지 가는가? 대학을 나온 후에는 왜 계속 공부를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배움의 가장 큰 성과는 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이다. 공부를 하면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능력이 있고 뛰어나다는 것은 결국 문제 해결을 잘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다양한 종류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런데 지식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종류의 문제 해결 도구를 갖게 된다. 많은 경우의 수를 알고 해법까지 알게 된다.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게 된다. 반면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한두 가지 도구만을 갖게 된다. 당연히 문제를 맞닥뜨릴까 봐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별거 아닌 문제에도 걸려 넘어지고,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사리분별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보면, 그 세계 안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생각하면 안 되고, 일기를 쓰면 안 되고, 표현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언어의 제한이 많다. 왜 그럴까? 표현을 금지하면 사람들을 쉽게 바보로 만들 수 있다. 바보들은 다스리기 쉽다. 이것의 역(逆)이 바로 지혜로 가는 길이다. 지식견해, 즉 아는 것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써보고, 그런 과정에서 나름의 의견이 생기고, 해법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시작은 말과 글이다. 표현이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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