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성공은 다 운이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성공한 사람들의 자만, 로또 사회 그리고 격추된 비행기의 수수께끼:
대부분의 성공은 사실은 순전히 우연 덕분이다.
공정하지는 않았지만 과학에 기여한 실험이 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 재직 중인 심리학자이자 사회연구자인 폴피프(Paul Piff) 교수는 100팀이 참가하는 모노폴리 게임을 개최했는데, 이 게임에는 이상한 규칙이 적용되었다. 두 명의 실험 참가자가 한 팀이 되어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누가 승리를 거둘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팀마다 부유한 참가자와 가난한 참가자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부유한 참가자는 가난한 참가자보다 두 배로 많은 돈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했으며, 경기 중에도 상대방보다 두 배로 많은 보너스를 받았다. 게임 참가자들의 운명은 순전히 우연에 따라 정해졌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동전을 던져서 유리한 참가자와 불리한 참가자를 정했다.
두 참가자 모두 게임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의아해했지만 이상한 규칙을 받아들이고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폴 피프가 게임 장면을 숨겨진 카메라로 촬영하고 나중에 연구팀과 함께 자세하게 분석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관찰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부유한 참가자들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잘난 척하며 무례해졌고 자신의 부를 과시했으며 가난한 상대방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탁자 위에는 과자가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는데 부유한 참가자들은 마치 자기들 것인 양 가난한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자주 그리고 당당하게 과자를 집어먹었다.
게임이 끝난 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게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모두들 동전 던지기를 통해 처음부터 누가 이길지 정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참가자들은 승리 요인이 자신의 현명한 판단력과 훌륭한 게임전략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순전히 우연 때문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승리를 거둔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로또에 당첨돼서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자신이 로또에 당첨된 것은 운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며 로또 번호를 표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모두 그 사람을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어이없을 정도로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는 행복한 우연과 자신의 성취를 혼동한다. 승리를 거둔 축구 선수는 오늘 자기 팀의 정신력이 상대 팀보다 더 강했다고 말한다. 경기 28분에 상대 팀 골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가는 행운이 없었다면 경기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는다. 신입 매니저는 입사 시험에서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자신의 직업적 성공이 우연히도 자기 아버지가 그 회사 임원과 동창이라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지 않고, 적절한 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되면 우리는 이를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물론 모든 성공이 단지 우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우리는 누구나 노력, 지식 그리고 근면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가장 노력을 많이 하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잘못된 결론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멍청하고 게으르고 사회성 낮은 사람이 승진하고, 반면에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착한 사람은 실직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우연은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험이 많은 포커 게임 참가자가 평소에 초보자보다 현저히 높은 승률을 보인다고 해도 포커 게임을 하는 날 저녁 내내 안 좋은 카드를 받게 되면 돈을 잃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직장생활이나 경제활동에서의 성공이 우리 손에 달렸다고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능력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탁월한 아이디어,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이 성공으로 나타나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행운이 도와준다. 운이 좋은 사람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직업적인 성공은 포커 게임의 경우와 똑같다. 우리는 수완, 지능 그리고 노력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애써야 한다. 하지만 우연이 우리 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우리는 이기지 못한다. 어떤 회사의 성공이 우연인지 경영진의 능력 때문인지 일일이 검증할 방법은 거의 없다. 미국의 경영연구가인 마커스 피차(Markus Fitza)는 이에 대한 통계학적 대답을 찾는 연구를 실시했다. 그는 약 1,500개 회사를 대상으로 1993년부터 2012년 사이의 경영 자료를 분석했다. 특별히 고안한 수학적 방법을 통해 회사의 성공이 경영진의 능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측정할 수 있었다. 그는 능력과 우연 둘 다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래도 우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경제활동은 어떤 부분에서는 생물학적 진화와 비교할 수 있다. 우연이 지배하는 복잡한 환경에서 경쟁자에 맞서 이겨야 한다. 진화에서는 유용한 유전자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고 경제에서는 유용한 상품과 아이디어가 살아남는다. 하지만 엄청나게 좋은 유전적 특징을 가진 동물이 때로는 태어나자마자 우연히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처럼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진 신생 기업이 우연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동물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자매가 나중에 많은 자식을 낳을 수도 있다. 그리고 비슷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다른 회사가 나중에 창립자를 부유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역사 연대표를 보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각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과 실패는 상당히 우연한 사건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