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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3. 2018

01. 예측은 틀린다.

<예측, 일단 의심하라>



1907년에 작고한 영국학술원장 켈빈 경은 엑스레이란 터무니없는 것이며, 무선통신은 별 볼 일 없는 하찮은 것이라고 말했다. 1936년에 출판된 《인류의 미래사(A Short History of the Future)》에서 존 랭던–데이비스(John Langdon-Davies)의 예측으로는, 1960년이 되면 하루 노동시간은 딱 세 시간으로 제한되며, 2000년에 이르면 범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다. IBM 사장 톰 왓슨(Tom Watson)이 1943년에 “전 세계 시장에서 컴퓨터 5대 정도가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말은 유명한 일화다. 1962년에 데카 레코즈 음반회사는 비틀스를 퇴짜 놓았는데, 그 이유가 “노래도 썩 맘에 들지 않고, 기타음악은 이제 한물갔다”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예측이 무참하게 빗나간 사례들을 접하다 보면, 당시 예측 전문가들을 볼 때 흑백영화에 나오는 불운하기 짝이 없던 개척자들이 묘하게 연상될 것이다. 영화 속 그들은 새의 날개처럼 생긴 것들을 희망에 부풀어 펄럭이다 항만의 부두 끄트머리 너머로 초라하게 추락하곤 했다. 혹은 오늘날의 예측 전문가들이 고대 점성술사와 주술사의 현대판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별자리나 사체에 대해 떠벌이지 않고, 이상한 수학기호들과 과학적 전문지식을 정신없이 주워섬기는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권위 있는 전문가가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경제 전망이 어떤지, 누가 선거에서 이길지 말해주면, 이내 우리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경청하게 된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걸까?
  
그건 바로 인간의 뇌가 불확실성을 처리하는 방식 때문이다. 대부분 우리는 불확실성을 꺼린다. 데이비드 로크(David Rock)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인간들이 섭생과 성행위 등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기를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것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고 주장해왔다. 로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불확실성을 일종의 고통으로 여긴다고 한다. 불확실함은 미래를 뜻한 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석연찮은 느낌과 결부되어 있다. 전문가가 앞으로 생길 일을 알려주면 우리는 안도하고 불확실성이 주는 ‘고통’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증시가 곧 활황세가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전문가들, 또는 슈퍼컴퓨터와 위성통신의 힘을 빌려 시원시원하게 일기예보를 해주는 텔레비전 기상예보관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해결사’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들이 확실하다고 장담하거나, 21세기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최첨단이어도 도움은커녕 되레 우리가 헛짚게 만들었을 때엔 배신감과 함께 헛돈만 날렸다고 여긴다. 어쩌면 우리는 전문가와 최첨단 과학기술에 매료된 나머지 이들을 통하면 정확한 미래 예측이 보장될 거라고 잠재의식에서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영국 기상청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장비가 갖춰져 있다. 2014년에 기상청은 초당 16경 번이나 연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이층 버스 11대와 맞먹는 무게에, 최첨단 스마트폰보다 메모리 용량이 12만 배나 더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9천 7백만 파운드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제 인간은 자연을 길들여 쥐락펴락하질 않나, 수명을 두 배로 늘리질 않나, 인터넷을 발명하고 혹성에 우주선 착륙도 척척 시키는 대단한 능력을 갖추기까지 했는데도 미래, 심지어 단기미래조차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 무척 속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이 기억이 희미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또다시 ‘해결사’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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