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나 말고는 없다’는 생각

<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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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급 저기압이 일본 열도를 통과한 다음 날, 그 여파로 도쿄 도내에는 아직 강풍이 불고 있었다. 빨강 신호가 들어와 차가 멈춰 섰을 때, 우연히 건너편 보도로 시선을 줬다가 나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년 여성이 빌딩 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맞아 넘어졌기 때문이다. 여자는 자전거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애썼지만 바람이 거세 좀처럼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사이 자전거 바구니에 실려있던 쇼핑백에서 과일이 쏟아져 나와 차례차례 보도 위로 굴렀다.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근처를 지나던 젊은 여성이 얼른 달려와 자전거 세우는 것을 돕고 구르던 과일도 하나하나 주워 중년 여성에게 건네주었다. 겨우 1분여만의 일이었다.

함께 차를 타고 있던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훌륭하네, 저렇게 젊은 사람이.” 하고 중얼거렸다. 근처에 그 젊은 여성 말고는 도울 사람이 없었다. 그녀도 그걸 알았고, 그래서 즉각 판단을 내려 망설임 없이 행동했을 것이다.




이처럼 ‘나 말고는 없다’는 생각은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 ‘나 말고도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동하지 않는다. 주변에 목격자가 많을수록 아무도 선뜻 나서서 돕지 않는다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의욕이 없다느니 자기밖에 모른다느니 말들이 많은데, 과연 그럴까. 어쩌면 ‘나 말고는 없다’고 느낄 환경이나 체험이 부족해서 행동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나 말고는 없다’는 생각에서 우러나는 무거운 책임감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예전의 내 제자 중 하나는 아버지가 직장을 잃어 수입이 없어지자, 한 학기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한 뒤 복학해 다시 공부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내가 직업을 가지게 된 것도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는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게 아니니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의사가 되고 난 뒤 병원 당직 등으로 고된 시간을 보낼 때에도 ‘나 말고는 없는’ 상황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그런데 최근 손자에게 1,500만 엔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고 한다. 나는 1,500만 엔이라는 금액에 상당히 놀랐는데, “뭐? 그것밖에 안 줘?”라고 말한 젊은이가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 젊은이가 일을 시작하는 것은 스스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일 텐데, 만약 시작도 하기 전에 1,500만 엔이 생겨버리면 과연 일할 의욕이 생길까?

부모나 조부모가 뭔가 해줄 거라고 기대하는 젊은이는 첫걸음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지 말라고 하면서 실행하는 정책은 거꾸로 젊은이의 힘을 빼앗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책 당국은 잠재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사회로 올바르게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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