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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8. 2018

08. 외계인과 포트 와인

<슬픈 날엔 샴페인을>

  

대한민국 면적의 세 배 정도 크기인 미국의 네바다(Nevada) 주는 땅의 거의 대부분이 사막과 척박한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체 면적의 약 85퍼센트가 정부 소유이다. 네바다 주에는 사막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여러 개의 정부 비밀시설이 있는데 그중 세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51구역(Area 51)이다. 라스베이거스 북쪽 160킬로미터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는데, 사람들은 이곳에서 외계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미국중앙정보부(CIA)에서 그곳에 정부시설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10개국에서 온 40명의 UFO 목격자들과 미국의 영향력 있는 과학자들, 미국연방항공국 사람들과 연방하원들이 워싱턴 디시에 모여서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외계인들의 존재에 대한 연구를 공개적으로 수행하도록, 그리고 그에 따른 예산을 배정하도록 연방정부에 촉구하는 모임도 열었다. 지난번 미국의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공약 중 하나가 외계인과 UFO에 대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것일 정도로 이 지역은 미국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2014년 10월, 보이드 부시맨(Boyd Bushman)이라는 과학자는 죽기 일 년 전에 51구역에서 근무했던 동료 과학자들에게 전해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그 인터뷰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졌다. 그의 말에 의하면 51구역에는 현재 최소한 18명의 외계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한둘은 사람으로 치면 230살이 넘었다고 한다. 키가 대략 150센티미터 내외이며 머리와 눈이 크고, 섬세하고 긴 다섯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진 그들의 사진도 공개했다. 사람들이 그려왔던 외계인이나 그들의 우주선의 모습이 오래전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그들이 매우 오래전부터 지구를 다녀갔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퀸토니아라는 별인데 지구에서 68광년쯤 떨어져 있으며 그들의 우주선으로 그곳까지 가는 데는 중력의 파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45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들과는 텔레파시로 교신했는데 사람이 의문을 품는 즉시 질문자의 내면으로 답이 주어져 자기 입을 통해 스스로 답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주인(astronauts)들이나 비행기 조종사, 항공 관계종사자들은 끊임없이 UFO의 실존에 대해 말해왔다.
  
51구역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민간인 종사자들이 필요한데 이곳은 자동차로 두 시간 걸리는 사막의 외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는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근무자들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있는 매캐런국제공항에서부터 비행기로 출퇴근을 시켜준다. 이 비행기는 아무런 표식도 없이 흰색으로만 되어 있고, 공식적인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공항관계자들은 그 비행기를 그저 여성의 이름인 자넷(Janet)이라고 부른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방문했을지도 모를 외계인들이 남긴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그들은 우리와 우리 세계를 관찰하고 있는 것이지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지구를 침탈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그들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인간보다 훨씬 발달한 과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몇 건의 예외적인 사건을 제외하고는 인간들에게 특별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우리보다 의식이 월등히 높은 존재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수만 년 전에 오늘날과 같은 인류의 모습을 갖춘 이래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왔다. 지난 3,400년 동안 평화로웠던 기간은 단지 268년뿐이었다. 기록이 시작된 이래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1억 5천만 명에서 10억 명 사이로 집계되었다. 2016년 12월 31일 현재, 전 세계 67개 나라에서 745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종교가 직간접적인 원인이다. 내 것만 옳다는 독선과 무지와 편견, 무조건적 국수주의, 이성적이지 못한 믿음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종교적인 이유로 죽음이나 고통을 당하는 일은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것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무기나 전쟁도구가 무엇보다 발달되어 있다. 이쯤 되면 과연 인간에게 종교가 필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동물의 한 종(種)이며 자주 비이성적이고 무자비해서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도 훨씬 잔인하고 저급할 때가 많다.
  
외계인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들에게도 종교가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음악은 있을까? 정치는 어떤 식으로 할까? 운동경기 같은 것도 있을까? 그들도 생물체이니 희로애락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만약 그들도 와인을 마신다면 포르투갈 산 포트 한 잔을 제공해보면 어떨까? 포트는 포르투갈이 원산지로 주정이 강화된 와인인데 매우 달고 풍부하며 입안에서의 느낌이 무겁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이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프랑스 와인의 최대수입국이자 열렬한 팬이었는데 백년전쟁 이후로는 영국인들이 더 이상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대안으로 포르투갈 와인을 수입하려고 했지만 당시 포르투갈의 레드 와인은 구조가 약해서 항해하는 동안 품질이 늘 변해 버렸다. 결국 오랜 시도와 실패 끝에 그들은 와인의 구조를 강하게 하기 위해 브랜디(brandy)를 첨가하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항구에서 와인 통을 선적하기 전에 브랜디를 첨가했다. 오늘날 포트와인의 포트라는 이름은 항구, 즉 포르투갈어로 항구를 뜻하는 porto에서 유래된 것이다. 포트는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없었던 그 당시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만들어진 영국인들을 위한 와인이었다.
  
포트의 달고 향기로운 맛에 반해서 조금씩 마시다 보면 금세 취기가 오른다. 발효 중인 와인에 알코올을 첨가해서 발효를 중지시키기 때문에 당분이 미처 알코올로 변하지 못하고 남아 있게 된다. 그래서 단맛이 더 많이 나고 알코올 도수는 보통 20도 전후가 된다. 포트는 보통 디저트 와인으로 제공되지만 유럽에서는 특별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식후주로도 자주 애용된다. 
  
포트용 포도의 종류는 52가지나 되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크게 다섯 가지다. 투리가 프란차(Touriga Franca),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띤따 호리스(Tinta Roriz= akaTempranillo), 띤따 바호카(Tinta Barroca), 그리고 띤따 차오(Tinta Cao)이다. 각각의 맛과 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알이 작고 매우 집중된 과일의 맛을 가지고 있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오래 숙성시키기 좋은 포도들이기 때문에 장기보관이 가능한 와인이 된다. 포트도 일반 와인처럼 차고 어둡고 온도가 일정한 곳에 보관되어야 한다. 마개가 코르크로 되어 있다면 눕혀서 보관해야 하고 비틀어서 여는 방식이라면 세워서 보관한다. 포트를 비롯해 단맛이 강한 와인은 가을밤 같은 차가움으로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천박하게 느껴진다.
  
만약 외계인이 달콤하고 잘 익은 과일의 향이 진동하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포트를 한 잔 마신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취할까? 긴장이 풀어지고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그들이 인간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사람들의 끝없는 탐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인간들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지구별의 운명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 ……. 그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뾰족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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