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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6. 2018

10. 매일 조금 더 노력하는 자신을 사랑하라.

<당신의 재능이 꿈을 받쳐주지 못할 때>



한 가지 일을 21일 동안 지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나는 밤에 아이를 재워 놓고 인터넷으로 영어 강의를 듣는 것을 21일 동안 꾸준히 했다. 처음에는 좀 힘들어서 강의를 안 들으려는 핑계를 생각해 내기도 했었다. 억지로라도 계속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21일 후에 나의 영어 말하기와 듣기 실력이 전보다 월등히 향상되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는 못 하게 된 일들이 너무 많았다. 거의 2년 동안, 임신했을 때 겪은 신체 반응들과 출산 후에 생긴 여러 자질구레한 일들로 대부분 시간이 채워졌다. 아이를 돌보는 대신 일에만 몰두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전업주부가 되자니 또 매일 집에만 있는 게 나도 그렇고 아이에게도 완전히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퇴근하고 집에 와서 짧은 시간을 아이와 보낸 뒤에 아이가 잠이 들면,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매일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나는 그 6시간 동안 책도 보고 글도 쓴다. 사실 하루도 조용히 보내는 날이 없었다. 방을 치우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남은 작업을 마무리하거나 집안 일과 개인적인 사무를 처리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 많은 일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멈춰버렸다. 독서와 글쓰기도 그렇고 영감도 사라져버렸다.

그제야 나는 왜 회사들이 결혼 적령기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초조, 불안, 두려움의 감정들이 나를 에워쌌고, 나만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임신 기간 10개월과 출산휴가 4~6개월을 보냈지만 몸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엄청난 체력 소모가 있었던 모양이다. 예전에는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씻고 와서 드라마 몇 편을 볼 정도로 쌩쌩했는데, 지금은 헬스장만 다녀와도 몇 시간 동안 누워서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집에 도와줄 사람이 있어서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시간 맞춰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의사소통도 아직 되지 않는 아이와 놀아주면서 마음속으로는 아직 다 쓰지 못한 글과 읽다 만 책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휴대폰 쇼핑에 시선을 빼앗기고, 해외 물건을 구매 대행해주는 소식들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열심히 노력하던 예전의 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매일 관심 있게 챙겨 보던 업계 동향은 몇 개월 동안 무관심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이것이 현실이지만 당신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지금에서야 나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여자가 신체적, 정신적 변화만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에서 미묘하게 변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주위에는 아이를 낳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사는 엄마들이 아주 많다. 창업하는 사람,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 아예 직업을 바꾸는 사람, 아이와 관련된 사업에 뛰어든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런 사람 중 절반은 인생에서 새로 얻은 역할에서 영감을 찾았다. 예전에 자신이 걸었던 길, 가치관, 함께한 사람들, 생활방식이 전부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바꾸고 싶어서 영어 공부를 선택했다. 어떻게 매번 찔끔찔끔 계속 공부가 할 수 있냐고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건 내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아이가 잠들면 나는 선생님과 매일 밤 10시 30분에 영어 공부를 했다. 피곤하다, 기분이 별로다, 집 정리를 다 못했다는 식으로 수업을 취소할 핑계를 생각해 낼 때도 많았다.

하지만 매일 그 시간이면 또 다른 자아가 내게 말을 했다. 21일 동안 버텨라, 매일 정신없이 그렇게 살지 마라, 자신이 똑똑해서 노력을 안 해도 뭐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고 말이다.

21일이 지난 지금, 그동안 학습기록이 적힌 일정표를 살펴보았다. 모든 원어민 선생님들의 평가를 하나하나 읽어봤더니 문법을 강화해라, 어휘량을 늘려라, 수업시간에 연습을 많이 하라는 등 다양한 코멘트가 있었다. 그리고 21일 후 나의 말하기 실력은 대학교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나는 이렇게 작은 시도들을 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시도들이 내게 자신감을 주었고 게으름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다시 사회로 돌아갔을 때 노력해서 뭔가를 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서서히 예전의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의 내가 아직 멀리 가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기쁘다. 처음 모습 그대로 아직 여기에 남아 있다. 예전에는 너무 멀리 가 버렸었지만, 지금의 내가 처음의 나를 불러 세웠고, 이미 돌아왔다.

다시 시작하자. 그리고 매일 조금 더 노력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자. 부디 잘 버텨내서 남은 인생을 더 멋지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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