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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6. 2018

01. 당신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잠깐 생각 좀 하고 가겠습니다>



#참치 써는 레슬러

그는 레슬러다. 서른 넘게 투기종목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레슬링을 해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운동만 해온 그에게 삶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과거 시합 중에 당한 부상에 발목이 잡혀 서른을 넘겨 현역에서 은퇴했고 그를 받아주겠다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일자리를 찾다 술집을 봐주기도 했고, 해결사 역할도 했다. 타고난 힘과 험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천성적으로 착했던 그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친구들이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 부모가 될 때에도 그는 혼자였고 여전히 방황 중이었다. 바이크를 구해 전국 일주를 떠나겠다고 한 날부터 그와의 연락도 끊겼다. 어떻게 지내는지 가끔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 코가 석자라 애들 키우고 돈 버는 일에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두 해가 훌쩍 지났다.

어느 날 퇴근길에 문자가 왔다.

“참치 써는 레슬러로 현역 복귀”
‘참치?’

문자 한 통을 계기로 우린 삼 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참치가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도 도무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몰라서 술을 마시다 깽판을 부렸어. 그놈의 주사가 문제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냐.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전화가 여러통 와 있더라. 내가 난리친 술집 주인이었어. 크게 실수했나 싶어서 사과도 할 겸 찾아갔거든. 그 가게가 참치집이었어. 가게 주인이 잔뜩 화가 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예상치도 못한 제안을 했어. 놀랐지. ‘참치’라니, 생각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잠시 고민은 했지만 당시에는 할 일이 없었으니 이거라도 해보자 싶었어. 그렇게 그분 밑에서 배운 게 삼 년이야. 삼 년 만에 내 가게를 차릴 수 있게 스승님이 도움을 주셨고.”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 그 거구가 가운을 입고 조심스럽게 참치를 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생선살에 비스듬히 날을 넣는 모습에서 전문가다운 기운이 느껴졌다.

“칼을 잡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어. 처음에는 날 부려먹는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게 됐어. 칼을 쥐는 사람의 마음자세를 배우라는 것이었지. 손기술보다, 마음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기술이 더욱 중요하단 걸 배웠어. 칼은 위험한 물건이니까. 운동과 방황을 하면서 거칠 대로 거칠어져 있던 내가 마음공부를 제대로 한 세월이었지.”

그는 일을 하면서도 줄곧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제는 운동선수보다 ‘참치 써는 레슬러’라는 닉네임이 더 잘 어울렸다.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라’ 참 멋진 말이라 생각했다.

그날 저녁 친구가 내준 참치 한 접시에 소주를 두 병이나 비웠다. 평소 주량을 넘어섰지만 취하진 않았다. 기분이 ‘몹시’ 좋아서 그랬나 보다. 멋지게 돌아와줘서 고맙다 친구야.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시작하건 인생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을 시작했다면 이미 당신은 이룬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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