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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7. 2018

08. 불확실성이야말로 확실한 기회다.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우리나라 금융권에는 빅브라더가 있다. 바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은 대단하다. 증권 시장에서 국민연금은 가장 큰 고객이다. 말 그대로 주식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거대기업의 부도 위기 등으로 금융 시장에 자금 흐름이 막힐 때마다 언제나 국민연금이 등장한다.

국민연금이 그렇게 빅브라더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현찰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8년 국민연금보험 납부자는 1800만 명이 되었다. 사상 최대 규모다. 2017년 국민들이 낸 연금납입액은 40조 6000억 원인 반면 지급액은 19조 4000억 원이었다.12) 그런데 2019년부터 국민연금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당연히 매달 지급해야 하는 돈이 늘어난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 지급액이 31조 원까지 증가할 것이라 한다. 새롭게 연금 수급자가 되는 사람들이 매년 더해지니 지급액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자, 상황이 이렇게 되어도 국민연금이 금융권의 빅브라더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매달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훨씬 많아야 국민연금이 약간의 손실을 감내해서라도 공격적인 투자도 하고 금융 시장에서 위기관리 기능도 해줄 수 있다. 그런데 납입자는 갈수록 주는데 수급자는 늘어난다면 더 이상 국민연금이 빅브라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국민연금의 상황이 그럴진대 다른 연기금의 상황도 나쁘면 나빴지 더 좋을 리 없다.

빅브라더라 하니 부정적 느낌이 강할지 모르겠지만, 국가 전체에 파장이 올 만큼 금융 시장에 위기가 생기면 이를 메워줄 빅브라더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그 기능을 수행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납입액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급액만 커진다면 해결사 역할은커녕 보수적인 투자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불과 10여 년 뒤 우리나라 금융 시장은 빅브라더를 잃고 위기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시장의 개별 부문은 어떠한 미래를 맞닥뜨리게 되며, 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보험 산업은 기본적으로 신규가입자가 빠르게 줄어들게 된다. 보험, 특히 생명보험을 신규로 가입하는 사람들은 주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이들인데, 앞으로 이들의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보험을 해지할 사람들은 보험사가 예상해놓은 것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은퇴자의 수가 급증할 텐데, 이제는 은퇴했다고 마냥 집에서 쉴 수 없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 연금액은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라 새로운 도전을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치킨집을 열든 경력과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하든 새로운 도전에는 목돈이 수반된다. 현직에 있을 때 모아둔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은퇴한 사람에게 은행이 신용대출을 해줄 리 없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할 수 있지만 그러다 망하면 어쩌란 말인가. 이럴 때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수년 혹은 십수년간 부어온 보험을 깨는 것이다.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몇 명 안 되면 보험사에는 별일이 아니다. 하지만 58년 개띠가 75만 명에, 앞으로 해마다 85만 명가량 은퇴하면 보험 해지가 급증하게 된다. 물론 보험사는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해지할 것을 미리 대비해놓지만, 60세 즈음에 이렇게 한꺼번에 해지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러면 보험사는 그냥 앉아서 위기를 맞아야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인구변동 때문에 보험이 깨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보험상품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은퇴자가 창업을 위해 보험을 해지한다. 위기다. 그런데 창업할 때에는 다양한 형태의 손해보험이 필요하다. 앞서 은퇴자만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30대 중후반 싱글 인구도 퇴사 후 창업한다고 했다. 기존의 보험을 해지할 수 있지만, 그것이 보험사에는 끝이 아니다. 창업과 관련된 다른 형태의 보험상품을 개발할 여지가 충분하다.

90세 이상 초고령자가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국가가 건강보장성을 강화하려 해도 고령자 인구가 워낙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보장성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어쩌면 10년 후 우리나라는 건강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약화를 결정할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 개연성이 결코 작지 않다. 그 와중에 2030년이면 90세 인구가 60만 명에 가까워진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의료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 지점을 생명보험사가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신용카드 시장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카드사의 주요 변수는 기술이다. 핀테크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람들이 지금처럼 카드를 사용할지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인구요소도 카드사의 중요한 불확실 요소가 될 것이다.

먼저 매년 급증하는 은퇴연령 인구다. 지금까지 은퇴자들은 소득이 줄어든 만큼 소비도 줄였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 대로 앞으로는 은퇴자의 상당수가 창업 등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이는 카드사에 악재가 될 수도 있고,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연령대인 40대는 2030년까지 약 150만 명이 줄어든다. 신규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사용하는 인구는 주로 20대인데, 이들은 2030년까지 200만 명이 준다. 카드사에 악재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50대 인구는 유지된다. 거기에 40대와 50대 싱글 인구 혹은 욜로족이 급증한다. 가처분소득에서 본인을 위해 소비할 여력이 큰 인구집단이다. 카드사에 호재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신용카드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은, 상황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 역시 앞으로 증가할 은퇴연령 인구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카드와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다.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은퇴자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목돈을 마련하고자 할 것이다. 대출이 늘어나는 것이 은행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은퇴자의 신용도는 현직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다. 또 창업이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불확실 시장이다.

40대와 50대 싱글족 혹은 욜로족이 늘어나는 것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늘어난 지출 여력이 소비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로 이어질지에 따라 은행에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있다.

또한 인구구조의 변동으로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다 영향을 받게 된다. 그에 따라 은행 업무와 시장의 관행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앞장서서 불확실 시장이 호재로 작용하도록 주도할 여지도 적지 않다.

보험, 카드, 은행 시장과 달리 증권 시장에는 인구변동이 먹구름이 될 여지가 크다. 일단 은퇴자와 고령인구가 급증한다는 것 자체가 악재다. 은퇴 이후에는 주식투자를 줄이고, 투자를 하더라도 고위험-고소득 상품보다는 적은 수익이라도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주식 시장의 가장 큰손은 연기금인데, 이제는 연기금 자체가 고령화의 영향을 받게 될 테니 큰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연기금의 투자 성향이 바뀐 이후의 주식 시장을 상상해보았는가? 그 상상이 반드시 필요한 때다.

인구 고령화는 금융 시장에 무기력증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들이 무성하다. 하지만 그것은 은퇴하는 고령인구를 과거의 관행처럼 생각했을 때의 일이다. 은퇴를 시작한 58년생 개띠들부터 이미 과거의 은퇴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중년 인구가 줄어들어 시장이 축소될 것은 맞지만 ‘중년 싱글’이라는 새로운 인구집단이 대규모로 등장하고 있어, 금융 시장에서는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봄 직하다. 그런 면에서 커지는 불확실성이야말로 금융 시장이 놓쳐서는 안 될 확실한 기회다.


인구학자가 제안하는 
금융 시장의 미래시장․미래전략

▶연기금은 더 이상 금융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창업과 관련한 보험해지와 신규가입이 급증할 것이다.
▶초고령자의 의료비 부담을 고려한 보험상품을 개발하자.
▶소득 높은 40~50대 싱글 인구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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