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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7. 2018

10. 상품에 대한 확신으로 시장을 개척하라.

<대한민국 장사 천재들>




“1톤 트럭으로 이사를 한다고?”

부동산중개소 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짐도리로지스틱스 장우진 대표는 전단지를 든 채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용기를 내 전단지 한 장을 건넸다.

“이걸 보시면 이해되실 겁니다. 요즘 1인 가구가 많이 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달랑 1톤 트럭으로 이사가 되겠어? 잘 알았으니 거기 두고 가요.”

장 대표는 전단지를 책상 위에 놓고 밖으로 나왔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 누구도 ‘소형이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1톤 트럭’이라는 말만 듣고서 그를 문전박대한 곳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삿짐을 다루기에 1톤 트럭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돈이 없어서 겨우 1톤 트럭으로 뭘 해보려는 거 아니냐며 비아냥거리는 곳도 있었다.

‘소형이사’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참으로 냉담했다. 장우진 대표는 IT업계에서 뭐 하나 부러울 게 없이 지내다가 한순간의 착오로 부도를 맞았다. 이후 그는 버스비가 없어서 먼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기도 했다. 한번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생각에 해남까지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살아보자. 자금 없이는 욕심도 내지 말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후 사업 아이템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사업체를 운영한 경력이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아이템을 찾아갔다. 매일 신문을 보던 그에게 어느 날 번개가 내리꽂혔다. ‘1인 가구 증가’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 것이다. 기사 통계를 보니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도에 15.5%, 2005년도에 20%, 2010년에는 23.9%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하면 1인 가구 시장은 분명 더욱 확대될 터였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사업을 하면 좋을 듯했다. 

시간을 두고 각종 자료를 살펴보니, 나올 만한 사업은 이미 거의 다 나와 있었다. 딱 한 가지만 예외였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1인 가구 타깃의 소형이사였다. 큰돈이 없던 그는 1인 가구만을 전문으로 하는 이사 서비스를 하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최소 비용으로 1톤 트럭을 사서 무점포로 사업을 펼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2013년 소형이사 전문 짐도리로지스틱스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막상 전단지를 돌리려고 나오니 반응들은 참담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매일 전단지를 돌렸다. 점차 한두 통 알음알음으로 연락이 왔고 자기 일처럼 최선을 다해 일했다. 이삿짐이 무거워도 불평하지 않았고, 늦은 밤에 호출해도 기꺼이 차를 몰았다. 짐도리로지스틱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만족했다. 곧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짐도리로지스틱스는 ‘소형이사’의 대명사가 되었다. 불과 4년 만에 전국 240개의 가맹점이 오픈하여 연간 매출 4억여 원, 순수익 2억 원을 올리고 있다. 장우진 대표는 1인 가구 대상 소형이사라는, 기존에 없었던 ‘서비스 상품’에 대한 뚜렷한 확신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형이사의 개념을 생소해 하던 사람들의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장 대표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짐도리를 이용하시는 고객들에게 더 나은 소형이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고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 중입니다. 그리고 짐도리 창업은 포화상태의 창업시장에 소형이사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무점포 소자본창업으로 초기 비용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으며 땀을 흘린 만큼 값진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아리베베는 유아 이불 전문 회사이다. 상품의 품질이 매우 뛰어나 입소문만으로 한 달에 천 세트 이상 판매되었다. 하지만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바람에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중소기업인 아리베베는 수출 기술과 인프라가 거의 없었지만 오로지 상품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외국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제품의 우수한 품질에 반한 외국 바이어들이 연락을 해왔다. 결국 대만, 홍콩, 마카오, 태국, 중국 등에 제품을 수출해 아시아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사업에서 상품에 대한 확신은 매우 중요하다. 영업적인 면에서 볼 때도 그렇다. 제품에 대한 자기확신이 없으면 아무리 좋아도 고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자신이 파는 제품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어야 빙산처럼 굳어 있는 고객의 마음도 녹여낼 수 있다. 2008년 동아일보에서 ‘영업의 달인 10인’에 선정된 방문 판매의 여왕 김정해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상대방의 마음속에 강한 욕구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설득은 일단 협상이지요. 내가 취급하는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협상에 들어갔을 때 좋은 결과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만의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시장의 문이 열려 있으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장의 문은 굳게 닫혀 있기 마련이다. 정성을 들여 만든 상품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굳게 닫힌 문을 뚫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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