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우리나라 금융 시장의 미래를 결정할 첫 번째 인구현상은 은퇴자 급증이다. 베이비부머 1세대는 1955년생부터 1964년생이다. 2018년 약 75만 명의 58년 개띠들이 은퇴연령에 들어왔다. 물론 60세 이전에 은퇴한 이들도 많지만, 그래도 2021년까지 매년 은퇴연령에 들어오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은퇴 이후 경제활동은 현역 때보다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베이비부머들이 기존 은퇴자들의 전형적인 모습대로 살아간다면 금융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득이 줄어드니 소비가 준다. 투자도 줄이거나 보수적인 성향으로 바뀐다. 보험 상품도 은퇴자에게 보험료를 내라고 하지 않는다. 이처럼 은퇴자 급증은 그 자체로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도표 25〉 25~60세 인구와 연금수령인구 규모 추이
둘째,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넘어, 곧 연금 수령자로 전환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1957~60년생은 만 62세부터, 1961~64년생은 만 63세부터 연금을 수령한다. 2018년 은퇴연령에 접어든 58년 개띠들은 조기수령을 시작한 경우가 아니라면 2020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17년에 연금을 받기 시작한 신규 수령자들이 이미 53만 명이다. 이들 1956년생의 인구 크기는 약 67만 명이었는데, 이들보다 58년 개띠들의 인구가 더 많다. 이들부터 1961년생까지 매년 적어도 65만~75만 명이 새로운 연금수령자로 편입된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2190만 명, 보험납부자의 수가 약 1800만 명으로 사상 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상승세는 곧 꺾일 전망이다. 반면 58년 개띠들이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2020년 이후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수급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수급자의 수는 매년 사상 최대로 늘어날 전망이다(〈도표 25〉 참조).
셋째, 각 연령별 인구의 수가 크게 요동칠 것이다. 소비와 생산을 시작하는 연령대인 20대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8년 약 654만 명에서 2030년 약 456만 명까지 급감할 예정이다. 40대 인구도 줄어드는데, 2018년 약 815만 명이었다가 2030년이 되면 약 660만으로 150만 명이 줄어들 것이다. 한편 50대 인구는 약 800만~830만 명 정도를 유지한다. 당연히 60세 이상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초고령자인 90대 인구 역시 2018년 약 19만 명에서 2030년 거의 60만 명 가까이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상품은 연령대에 따라 활용하는 내용과 금액이 같지 않으므로, 이렇게 요동치는 연령별 인구규모 변화는 금융 시장에 격변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넷째, 싱글 인구가 30대와 40대에서 크게 증가할 것이다. 2015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당시 30대 남자의 44%, 여자의 28%가 미혼이었다. 40대는 남자의 18%가, 여자의 9%가 미혼이었다. 이 두 연령대에서 싱글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서울 및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의 비중은 그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40대가 10년 뒤 50대가 될 때, 많은 싱글들이 결혼하기보다는 여전히 싱글로 살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경제활동을 하는 30대와 40대가 싱글로 산다는 것은 소비 지출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결혼을 했고 또 자녀가 있는 30대와 40대는 가정을 유지하거나 자녀를 교육시키는 데 가처분소득의 대부분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결혼하지 않은 채 혼자 산다면? 당연히 의식주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지출도 크지 않을 것이고 자녀 교육비도 나갈 일이 없다. 가처분소득에서 금융 관련 지출은 기혼자들보다 더 많을 수 있다. 혹은 반대로 ‘욜로’의 삶을 지향해 금융보다는 단순 소비 쪽으로 지출이 기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