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장사 천재들>
“외식 창업의 길은 널려 있습니다. 소자본만 있어도 누구나 쉽게 가게를 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성공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반짝하는 아이템으로 가게를 열었다가는 망하기 십상입니다. 성공하려면 우선 자신의 취향에 맞고, 자신이 즐거워할 수 있는 서민적인 아이템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에 맛과 저렴한 가격이 갖추어진다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유가네 한우곰탕’ 유성옥(47세) 대표의 말이다. 2010년 경기도 시흥시에서 창업해 현재 연 매출액 18억, 순수익 1억 5천만 원을 거두고 있다. 유 대표는 시기마다 전국 식당가를 요동치게 하는 핫한 아이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자신에게 맞고, 자신이 요리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서민 음식을 맛과 싼 가격으로 승부해 성공을 거두었다.
일부 식당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투기처럼 맹목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주력 아이템인 메뉴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그것을 업으로 하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 또 주머니 가벼운 고객 입장에서 가격이 적절한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단숨에 거금을 벌어들일 생각만 한다. 이렇다 보니 메뉴는 식상하고 가격은 높아 이에 부담을 느낀 고객이 등을 돌리면 몇 달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고 만다.
이와 달리 오래도록 골목 상권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한때 유행했던 메뉴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어도 꾸준히 사랑받는 싸고 맛있는 서민 음식을 메뉴로 선정한다는 점이다. 곰탕, 설렁탕, 감자탕, 김치찌개, 육개장 같은 서민 음식은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유가네 한우곰탕의 유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서민 메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유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식당일을 했다. 이때 주방일을 도우면서 요리를 배웠다. 다양한 메뉴를 다뤄봤지만 그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메뉴는 한식이었다. 그의 식성에도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한식을 요리할 때 더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가게 문을 닫은 후에도 홀로 주방에 남아 한식 요리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곰탕은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아. 한국 사람이라면 다 그럴 거야. 더욱이 난 곰탕 요리할 때는 다른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단 말이야.’
그래서 곰탕 식당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를 보면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가 떠오른다. 가게 사장만 200여 명을 길러냈으며 외식업계에서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는 그는 사실 명문 와세다대학 경영학과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외식업에 들어선 이유는 전공에서 자신의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고 즐길 수 있는 외식에 뛰어들었고, 이자카야를 열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유행을 좇지 않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했다는 점을 성공 요소로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게를 만들 때는 ‘어떤 가게를 해야 잘될까?’만 궁리하지 말고, ‘어떤 가게를 해야 내가 진심으로 즐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고. 그것이 오랫동안 장사를 해나갈 수 있는 기본이라고 생각해.”
우노 다카시가 명문대 배지를 던져버리고 외식업에 뛰어들 때와 이자카야를 열여 성공을 거둘 때를 관통하는 것은 자신에게 맞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유성옥 대표도 비슷하다. 그 역시 자신의 취향에 맞고 즐거워하는 메뉴 곰탕을 선택해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했다고 하여 모두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시류를 타지 않는 서민 메뉴가 좋다는 건 이미 말했고,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은 맛과 착한 가격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골목을 지키는 무수한 서민 음식 가게들 가운데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게와 한산한 가게를 구분 짓는다.
사실 최상의 맛을 유지하려면 가격이 높아지고, 반대로 가격을 낮추면 맛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유가네 한우곰탕은 숱한 레시피 개발 끝에 이 문제를 해결했다. 손님에게 내놓는 한우로 국물을 낸 곰탕 가격이 단돈 6,000원에 불과하다. 한우를 기반으로 뉴질랜드산과 호주산, 미국산 쇠고기를 적당한 비율로 배합했고 그가 개발한 특급 소스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한우로만 된 곰탕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진한 맛과 향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골목 상권에서 경쟁이 치열한 서민 메뉴의 맛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모두 국내산을 썼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가격을 저렴하게 맞추기 힘들다. 양질의 수입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타협했지만, 맛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창업 희망자에게 서민 음식 식당의 장점은 많다. 소자본으로 작은 평수의 가게로 영업할 수 있고, 서민 음식 자체가 장기 불황기에도 남녀노소 꾸준히 찾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점심, 저녁, 술손님, 포장주문 4박자로 영업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다양하다. 그렇다고 아무나 뛰어들어서는 곤란하다. 서민 메뉴를 즐기는 분 그리고 착한 가격과 맛에 자신이 있는 분이라면 환영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