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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6. 2018

06. 소비인구의 ‘시간’을 차지하라.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여러 가지 인구변동 요인에도 불구하고 커피전문점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단, 성장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커피전문점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는 연령대는 대개 20대부터다. 미래의 고객인 현재의 청소년 인구가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어쨌든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층’이 계속 생기고 있다. 여기에 싱글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청신호다. 연령과 상관없이 싱글들은 혼술, 혼밥 등을 일종의 문화처럼 즐기는데, 커피도 예외는 아니다. 싱글 인구가 늘수록 카페를 찾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고령화도 커피전문점에는 큰 위협요인이 아니다. 현재 주요 생산연령층의 생활 패턴이 크게 바꾸지 않는다면 훗날 노인이 되어도 ‘내가 좋아하는 그 커피’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령인구는 가처분소득이 줄고 활동 범위가 좁아져서 예전만큼 자주 카페를 찾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고령인구보다는 10년 후의 고령인구가 커피전문점을 더 많이 방문할 것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커피전문점의 미래는 다른 산업에 비해 밝다. 그러나 위협요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소비시장이 아니라 노동 시장이다. 일단 내부 인력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장이 직접 커피를 내리는 소규모 매장이 아닌 기업형 커피전문점에서는 젊은 바리스타를 채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한 바리스타를 채용하면 어떨까? 실제로 뉴욕 스타벅스에서 은퇴한 바리스타를 고용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해봄 직하다. 중후하고 젠틀한 인상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준다면 마치 장인(匠人)의 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느껴져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고용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한다 해도 HR과 관련해서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남아 있다. 무엇보다 큰 변수는 주 고객인 생산연령층의 일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는 옛날식 일 문화를 고수하는 이들이 현역에서 점차 물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점심 먹고 동료들끼리 커피 한잔할까 하는데 부장님이 전화나 메신저로 찾는다. 그래서 커피전문점에 가는 걸 포기하고 그냥 탕비실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노동 시장이 유연해져서, 나이 어린 사람이 팀장이 되기도 하고 은퇴한 사람이 다시 팀원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렇게 된다면 과거처럼 경직된 문화 때문에 여유로운 커피 타임을 포기해야 하는 불상사가 줄어들 것이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므로, 부장님 때문에 커피전문점이 매출을 못 올리는 일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은 부장님이 아니라 직장인의 바쁜 일상 그 자체다. 앞에서 압축 근무, 정시퇴근 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밖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기보다는 회사에서 간단하게 마시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 했는데, 왜 이런 제도가 나왔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주요 생산인구는 곧 주요 소비인구이기도 하다. 이들이 하도 야근에 치여 퇴근 후 소비할 시간도 없을 지경이 되자 정부 차원에서 나온 대책이다. 여기에 초저출산까지 겹쳤다. 인구가 많을 때에는 굳이 부추기지 않아도 알아서 소비가 되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똑같이 24시간이므로, 사람들이 일만 너무 많이 하면 소비할 시간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유독 ‘업무시간-소비시간’ 간의 제로섬 게임에 크게 영향받는 산업들이 있다. 외식과 같이 직접 체험하며 획득하는 데 효용가치가 있는 산업이 그렇다. 한국 직장인들이 너무 바빠서 분위기 있게 밥 먹을 시간조차 내기 어렵게 되자 정부가 나서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일 문화를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업무시간을 줄이고 소비시간이 늘어난다면 커피전문점에는 좋은 일 아닌가? 그러나 이게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아무래도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서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업무시간 중에는 오히려 커피 타임이 없어진다. 이미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많은 기업들에서 집중업무 시간을 두어 노동을 통제하고 있는데, 평일에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 여유를 부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탕비실의 인스턴트 아메리카노가 더 많이 소비되지 않을까? 반면 퇴근시간이 당겨지면서 굳이 회사 근처가 아니라 집 근처에서 커피를 음미할 여지는 더욱 커진다. 만일 분위기만 괜찮다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아니라 동네 카페만의 독특한 멋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이처럼 커피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주요 생산연령의 일 문화 및 정책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흐름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지금처럼 급격하지는 않더라도 완만한 성장세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완만한 건 싫고 화끈한 성장을 원한다면? 자체적으로 해외진출을 도모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해외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들어와 성공한 사례를 학습해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성장했는지 보라. 1990년대 후반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이들이 급증하면서 미국 현지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맛본 이들이 생겨났다. 그곳에서 경험한 스타벅스 커피를 한국에서 즐길 수 있게 되니 이들이 먼저 찾고 다른 이들이 따라가면서 대박이 났던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처럼 성장일로에 있는 아시아 국가에 이런 사업 모델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인구학자가 제안하는 
커피 산업의 미래시장․미래전략

▶고객의 연령변동과 충성도 변화를 주목하자.
▶사회 전반의 일 문화 및 정책 변화에 관심을 갖자.
▶부족한 인력, 은퇴한 바리스타로 보완할 수 있을까?
▶해외진출을 도모한다면 스타벅스 코리아의 초기 진입 및 성장과정에 주목하라.
▶한국과 유사한 소비경험을 줄 수 있는 해외시장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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