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미래의 HR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인구현상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인구의 도시 집중이다. 특히 20대 젊은 인구 및 은퇴 인구가 대도시에 집중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신입사원 대상자의 규모와 특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젊은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지금처럼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젊은이만을 신규채용 대상자로 삼기 어려워질 것이다. 세 번째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연령에 진입하는 것도 중요한 현상이다. 은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영향으로 노동 시장은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비혼 인구 증가 역시 HR의 미래에 영향을 주게 된다. 가정을 이루지 않은 비혼 인구는 결혼한 사람들에 비해 이직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인재영입은 모든 기업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각각의 인구현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젊은 인구도 은퇴자도 모두 도시로 몰린다.
주 생산연령층인 20대 인구가 서울 및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의 젊은 인구는 사라질 지경이 되었다. 이에 더해 은퇴 인구가 도시에 몰리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기에는 정년이 되어 회사를 그만두는 고령 은퇴자는 물론 젊은 나이에 이런저런 이유로 퇴사한 조기 퇴직자도 포함된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직장에 다니던 이들이 나이 들어 은퇴하면 모두 귀촌을 감행할까? 당장은 살던 서울에 계속 살거나 집값이 좀 더 싸고 병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수도권 도시로 옮길 것이다. 서울에 살든 지방에 살든, 고령의 은퇴자들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려 들 가능성이 낮다.
이런 사정은 조기 은퇴자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회사를 그만둔 젊은 인구를 뜻한다. 여행 시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젊은 인구들이 중도 퇴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단적으로 말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인이 꿈꾸던 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달리다가 그다음엔 취업만을 목표로 또 달려서 회사원이 되었는데, 막상 정신 차리고 보니 적성에 맞지 않더라는 게 오늘날 많은 직장인들의 고백이다. 이들이 회사를 그만두면 도시를 떠날까? 그럴 리 없다. 대도시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대도시에 있을 것이고, 지방에 있던 사람들은 외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대도시로 몰려들 것이다. 조기 은퇴자들 역시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이다.
둘째, ‘대졸 신입사원’이 줄어든다.
저출산 세대가 20대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2030년에는 20대 인구가 456만 명이 될 것이다. 지금은? 2017년 20대 인구는 651만 명이었다.
이제 인사담당자는 20대 대졸자 위주의 신입 채용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사람이 줄어드니 대졸 신입사원 규모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고, 똑똑한 젊은이를 데려가기 위한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신규 입사자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안 그래도 뜸해지고 있는 ‘공채’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신입사원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회사에서는 몇 년째 막내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경력자가 신입사원 자리에 입사하는 ‘중고신입’도 많아지고 있다.
대신 고졸 채용 규모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업무 특성상 굳이 대졸자를 채용할 이유가 없다면, 각 부문별로 특화된 기능을 가진 고졸자를 신규인력으로 대거 채용하는 것이다. 단, 특정 직능으로 입사한 경우라면 회사의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가 용이하지 않으므로, 취업 이후 대학진학 등을 통해 타 부서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쌓으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다. 이런 흐름이 강화된다면 내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학과 기업 간의 합의로 ‘선취업-후학습’ 같은 제도가 생길 수도 있고, 그 결과 고졸 인재 채용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고졸 채용 규모는 커지는 반면, 고학력 인재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지금도 박사급 인재는 차고 넘친다.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너무 공부만 강요한 탓이다. 과거에는 삼성 등 대기업이 박사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대학과 경쟁해야 했지만, 현재는 박사급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을 지도하는 대학 교수들도 어렵지 않게 채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공부 많이 한 고급 인력들이 언제까지 대접받을 수 있을까? 더욱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해외 유학파까지 가세한다면, 전문지식을 갖춘 고학력 인재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다.
셋째,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연 놀기만 할까?
은퇴자 입장에서 보면 노후대책을 확실히 해뒀다면 모를까,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턱없이 부족한 국민연금에 기대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 결국 이들은 노동 시장에 다시 들어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입장에서도 이들이 계속 노동 현장에 있어야 연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노동 시장이 지금 같은 체제를 유지한다면 은퇴자들이 재취업하기가 어렵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노동 시장이 유연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손쉬운 변화는 은퇴연령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정년을 현재의 62세에서 65세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물론 임금피크제는 적용된다). 다만 이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고령자들을 계속 고용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게 분명하다. 그래서 현재의 임금체계를 대신할 새로운 급여체계가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약 50세까지는 지금처럼 그대로 연봉이 올라가다가 그 후에는 몇 가지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하나는 조기퇴직, 다른 하나는 정년을 지금처럼 60세로 놓고 55세 즈음에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또는 51세 이후 능력과 성과에 맞춰 임금계약을 매년 혹은 2~3년 마다 갱신하되 정년은 만 62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정년이 끝난 다음에도 회사가 필요로 한다면 1~2년씩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능력이 있다면 오히려 현역 때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도 있다. 물론 ‘능력이 있다면’이다. 이 때문에 최근 중년 직장인들의 재교육 니즈가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교육을 통해 개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선택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다. 앞서 사교육 시장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넷째, 비혼 인구가 이직률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HR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인구현상은 비혼 증가다. 특히 30~40대에서 미혼 및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과연 혼자 사는 30~40대가 늘어나는 것이 HR의 미래와 어떤 연관이 있다는 건가?
생애주기로 봤을 때 30~40대는 한창 경제활동에 충실할 나이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퇴사를 꿈꾸고, 행복을 찾아 퇴사를 감행한다. 이런 세태를 보고 젊은이들이 근성이 없다고 혀를 차는 기성세대도 있다. ‘누구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나?’ 싶어 마뜩잖은 것이다. 예전에도 지금처럼 돈 때문에 싫은 일을 억지로 했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없었던 조기 은퇴 현상이 왜 지금 많이 나타날까?
이들은 몸집이 가볍다. 한마디로 ‘딸린 식솔’이 없다. 그러니 이들은 한 직장에 목숨 걸지 않는다. 일하고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면 언제든 보따리를 쌀 준비가 돼 있다. 퇴사 결정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달린 만큼 예전 30~40대에 비해 이직이 용이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혼 인구의 증가와 퇴사율의 상관관계는 뚜렷하다. 지금도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들은 쉽게 관두지 못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HR의 미래를 결정할 인구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