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청년층-중년층-은퇴자의 세대갈등을 풀 묘책이 있는가?
인구변화가 불러올 HR의 미래는 한마디로 ‘메가톤급 지각변동’이라 표현할 수 있다. 구인구직 관련업체나 헤드헌팅 관련 산업을 비롯해 각 기업의 인사관리에 이르기까지, 국내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HR의 정해진 미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먼저 고졸 채용 시장의 성장이다. 그동안은 너도 나도 대학에 가야 한다는 사회풍조 때문에 고졸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채용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을 못해 사회문제가 되는 현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직장생활을 하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선취업 후학습’ 제도를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겠다고 공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진학하는 경로가 보편화될 것이다. 고졸 채용 시장은 당연히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규채용에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대졸자든 고졸자든 20대 인구 자체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이 해야 할 단순 업무를 관리직이 하는 경우도 빈번해질 것이다. 또한 앞서 소개한 노동 시장의 유연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쯤에서 의문을 품는 분이 있을 것이다. 청년인구가 줄어든다는데 청년실업은 왜 해소되지 않는가?
청년실업의 당사자인 25~29세 인구는 2021년에 370만 명 수준(국내 거주 내국인은 약 341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인구 그래프로만 보면 머지않아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는 완전고용이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실현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사이에 퇴출될 기업은 퇴출되고 구조조정도 이루어지면 취업 자체는 지금보다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래프 상의 이야기다. 사실 현재의 25~29세 인구는 2007~10년의 25~29세 인구보다 훨씬 적다. 이들이 누군가 하면 바로 ‘82년생’이다. 그런데 기억할 것이다. 2008년은 세계 금융위기로 온 세상이 어려울 때였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취업에 실패했고, 자꾸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보니 1988년생들은 인구규모로만 보면 취업이 쉬웠어야 했는데, 구직전선에서 떠밀려온 82년생과 경쟁하느라 이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그 뒤에는 설상가상으로 인구까지 일시적으로 많아졌다. 1994년생들은 자기네 세대 인구도 많은데 위로부터 밀려 내려온 인구 압박까지 가중돼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지금 우리가 경과하는 청년실업 터널은 2030년 즈음에야 실질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현상이 맞물려 노동 시장에서 극심한 세대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일자리 자체가 늘지 않는 한 신규 인력이 새롭게 채용될 가능성은 적다. 그런 상황에서 은퇴를 앞둔 이들까지 취업 시장에 뛰어든다. 재취업 대신 1인창업을 시도하는 은퇴자도 많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으니, 결국 하던 직종으로 돌아와 재취업을 알아볼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청년층-중년층-은퇴자의 3자 갈등구도는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58년 개띠와 70년 개띠 싸움에서 82년 개띠가 죽어나고, 그 여파를 맞은 94년 개띠는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변화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이제 개인의 인생행로에 한층 다양한 형태의 직업활동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몸이 가벼운 싱글 인구는 분야를 넘나드는 경제활동을 할 것이고,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은퇴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어느 형태로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구변동이 불러올 HR의 미래,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인 준비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인구학자가 제안하는
HR의 미래시장․미래전략
▶고졸 채용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젊은 인구가 급감해 신입 채용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가 급진전될 것이다.
▶20대 및 은퇴자들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더욱 집중될 것이다.
▶노동 시장에서 세대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개인마다 다양한 경제활동 유형이 나타날 것이다.